SBS <런닝맨>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SBS <런닝맨>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 SBS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최근 시청자 게시판을 전격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런닝맨> 제작진은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출연자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과 과도한 비방, 사칭 등 악성 댓글로 인해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한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에서는 <런닝맨>이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런닝맨>은 2010년 첫 방송 이후 10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포맷을 수출하는 등 이른 바 '한류 예능'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방송은 대중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친근함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예능 프로그램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 예능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비공개로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게시판이 소통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악플과 루머를 배설하는 창구로 변질됐고, 방송을 흔드는 결과를 낳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최근 <런닝맨> 게시판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고정 멤버 중 한 명인 전소민에 대한 악플이었다. 전소민은 2017년부터 <런닝맨>의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배우 출신이지만 명랑하고 엉뚱한 4차원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전소민은 당시 침체돼 있던 <런닝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인기는 곧바로 독으로 작용했다. 출연자의 언행이나 콘셉트 등에 관한 비판이라면, 앞서 기존 멤버들도 한번씩은 겪었던 과정이다. 그러나 전소민은 그간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방과 루머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유포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심지어 해외 네티즌들이 보낸 악플도 상당수였다. <런닝맨> 팬들조차 그 심각성에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다.

전소민은 지난 3월 건강상의 문제로 일시적으로 <런닝맨> 출연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악성 댓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4월에는 전소민의 남동생이 SNS에 해외 네티즌들이 보내는 악성 루머와 비방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전소민은 5월말부터 다시 <런닝맨>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악플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전소민을 사칭하는 악플러까지 등장했다. 그는 지난 5월 24일 SNS를 통해 직접 "<런닝맨> 라이브 방송 토크방의 댓글은 제가 아니다. 나를 사칭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후에도 SBS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을 통한 무분별한 비난은 계속됐다. 이에 제작진은 결국 출연자 보호를 위해 게시판 비공개 전환이라는 폐쇄라는 초강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악성 댓글'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다. 관심과 인기의 척도이기도 하지만,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고통에 빠트리기 때문이다. <런닝맨> 이전에도 높은 인기와 화제를 구가하며 시청자 참여도가 높은 방송으로 꼽혔던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 <프로듀스> 시리즈 등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방송의 출연자들은 인기 만큼이나 많은 논란에 휩싸이며 강도 높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악플러들은 방송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심을 잃었다', '이러한 포맷이나 에피소드는 이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정한 출연자 때문에 프로그램을 망치고 있으니 하차해야한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제작진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출연자들이 이러한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보니 자꾸 휩쓸려서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방송이 악플러들의 목소리에 쉽게 흔들리는 '마니아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경우, 그 프로그램의 수명은 이미 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은 수많은 대중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

<런닝맨>의 경우만 해도 방송 10년을 넘기면서 기존의 낡은 캐릭터와 포맷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오랫동안 인기를 누린 장수예능의 특성상, 충성도가 높은 팬덤이 형성되면서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누리꾼들의 '국제 악플'까지 신경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런닝맨> 제작진의 딜레마는 대중의 눈높이와 참여도가 더 발전된 오늘날의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소통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출연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게시판 비공개 전환은 일시적인 극약 처방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오히려 길게 보면 시청자들의 합리적인 피드백이나 의사표현도 위축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게시판은 단지 일대일의 의견교환이 아니라 합리적인 여론 형성의 장이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대중의 전반적인 공감대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무분별한 비방이나 루머를 양산하는 악플에 대해서는 IP 자체를 차단하거나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한이 있더라도, 게시판을 통한 쌍방향 소통 속에 프로그램에 대한 건강한 논의 자체가 활성화되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런닝맨 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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