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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정부의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1일 초등학교(primary school) 개학을 시작으로, 오는 15일부터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영국 정부의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1일 초등학교(primary school) 개학을 시작으로, 오는 15일부터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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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최근 100여 년만에 가장 화창한 봄날을 보냈다. 언제 비가 오더라도 당연한듯한 흐릿한 날씨는 적어도 지금 영국 날씨에 맞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런던 공원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긴다. 

아예 한켠에선 가족 단위로 나와 바비큐 파티도 즐긴다. 거리에 상점들은 하나둘 문을 열고, 자전거와 버스·자가용 등의 움직임도 부쩍 늘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띄엄띄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빼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화창한 봄날의 뒷면은 여전히 암울하고 스산하다. 지난 7일 오후 현재 영국 보건부가 밝힌 코로나19 사망자는 4만597명이다. 하지만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은 "영국 전역의 사망자 수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영국 통계청 자료 등을 통해 "지난 2일 잉글랜드를 비롯해 웨일스 등 영국 전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었다"라고 전했다.

4만명과 5만명... 어느 쪽이든 유럽 1위이자 세계 2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5월 22일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를 나서는 모습.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5월 22일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를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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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건부 발표든, 통계청 자료든, 영국 코로나19 사망자는 이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당연히 유럽 나라에선 가장 많다. 지난 3월 영국 정부의 봉쇄조치(록다운, lock down) 10주가 내놓은 성적표다. '록다운'을 취했던 대부분 유럽 나라들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줄어든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8일 "(7일 오후 기준) 지난 3월 록다운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적은 55명이며, 확진자 수도 1205명으로 가장 적었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매주 월요일치 정부 통계는 이미 영국 내 언론조차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주말동안 통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주중에 사망자 수가 크게 오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렇다면 <가디언>의 '사망자 5만 명' 보도는 어떻게 나온것 일까. 영국 통계청(the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ONS)과 각 지방자치정부의 자체 통계 등을 모두 합쳐 나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코로나19로 확진받았거나, 의심 환자가 사망한 수가 4만4401명이다. 이어 지난 2일까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의 보건부와 통계당국이 밝힌 사망자 수를 모두 합하면 5만 32명이 된다.

<가디언>은 "팬데믹 초기인 지난 3월 17일 정부의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경은 '팬데믹 기간 중 사망자수를 2만 명 아래로 유지한다면 성공'이라고 했지만, 그 숫자는 이미 4월에 넘었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통계는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보다 영국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라면서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리더십 부재
 
 '더선데이타임스'는 지난 5월 24일 치 신문에서 영국 정부가 3월 23일 봉쇄조치(lock down)를 내리는 과정을 심층취재해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정부가 록다운 결정을 내리기 전인 9일동안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급증했다"면서 "정부의 늑장 대처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 됐으며,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더선데이타임스"는 지난 5월 24일 치 신문에서 영국 정부가 3월 23일 봉쇄조치(lock down)를 내리는 과정을 심층취재해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정부가 록다운 결정을 내리기 전인 9일동안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0만 명에서 150만 명까지 급증했다"면서 "정부의 늑장 대처로 수많은 생명이 희생 됐으며,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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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보리스 존슨 총리와 내각 관료 등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보수성향의 유력신문인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는 지난 4월과 5월에 연달아 존슨 총리와 내각의 코로나 대응 과정의 무책임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특히 존슨 총리는 지난 1~2월에 걸쳐 바이러스 관련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Cobra) 회의에 다섯 차례나 불참했다. 게다가 이 기간동안 그는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지방에서 휴식을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3월 2일 뒤늦게 코브라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그는 "(영국은 코로나19에 대해) 완벽한 검사 시스템과 함께 매우 매우 잘 준비돼 있다(very, very well prerpared with fantastic testing system)"라고 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은 정반대였다. 영국 전역의 국가보건서비스(NHS) 소속 병원의 병상과 의료진 부족은 심각했으며, 개인보호장비(PPE) 역시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의료진도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돼 희생되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스스로 주요국가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면서 집중치료까지 받는 등 상당 기간동안 국정에서 빠져 있었다. 맷 행콕 보건부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와 치료를 병행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를 지휘할 책임자들이 빠진 채 국정 공백 상황이 그대로 이어졌다. 

행콕 장관은 내각 복귀 후에도 코로나19 검사역량이나 의료장비 지원 등에서 섣부른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더선데이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에 중대한 고비가 됐던 지난 2월과 3월, 총리와 내각은 날려버렸다"라면서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뒷북 대응으로 수많은 국민 생명이 희생됐다"라고 비판했다.

과거 정부의 과학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킹 경(Sir David KIng)은 "(현 정부 각료들이) 너무나 태만했다"라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단순히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정부의) 국민 생명에 대한 경시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의 위기... 자녀 등교를 거부하는 학부모들
 
 영국 정부의 단계적인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시행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운행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행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단계적인 이동제한(lockdown) 완화조치가 시행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운행도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행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advised)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뒤늦게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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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다운 조치 이후에도 영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우왕좌왕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착용이다. 이미 다른 유럽국가뿐 아니라 스코틀랜드에서조차 마스크 착용에 적극 나섰지만, 잉글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다. 결국 잉글랜드는 뒤늦게 오는 15일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대형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권고사항이다. 지난 1일부터 개학에 들어간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조차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한 영국 학교 방역에 의구심을 품은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등교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현 정부의 최고실세인 도미니크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의 록다운 스캔들이 터지면서,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커밍스 보좌관은 존슨 총리의 2인자로, 코로나19 정책을 총괄하며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하지만 커밍스 가족이 록다운 기간 동안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영국 북부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주변 여행까지 다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커밍스 보좌관 해임을 촉구하는 여론이 급등하고,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존슨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커밍스 보좌관은 영국민에게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존슨 총리 역시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국민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총리의 지지율에 그대로 드러났다. <가디언>의 일요판 신문인 <옵저버>가 지난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영국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존슨 총리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37%(반대는 42%)를 기록했다. 올해 초 60%에 육박 했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집권 보수당 지지율 역시 43%로 존슨 총리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키어 스타머(Kier Starmer) 영국 노동당 대표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를 가져왔다"라면서 "섣부른 정책으로 국민들은 극심한 혼란과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고 진단했다.

영국은 이제 10주 동안 잠가놨던 생활 속의 빗장을 열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곡선이 꼭짓점을 찍고 완만히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에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사망자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미 5만여 명의 생명이 운명을 달리했고, 3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아직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정부 정책과 내각에 대한 불신, 다시 불거지는 인종과 계층간 갈등... 영국의 코로나 봉쇄 10주가 남긴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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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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