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9일 밝혔다. 북한은 실제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채널에서 모두 남측의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 전화기. 2020.6.9
 북한이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한다고 9일 밝혔다. 북한은 실제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채널에서 모두 남측의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은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 전화기. 2020.6.9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이 9일 낮 12시부로 남북 간에 연결된 모든 통신선을 차단·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적 성과인 남북 정상의 직통전화(핫라인)도 차단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은 8일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북측은 9일 오전부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 동·서해 군 통신 채널,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 교신 등을 통한 남측의 통신 시도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남북 정상의 핫라인이 실제로 차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 정상의 소통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라고만 말했다. 

남북 정상 핫라인 차단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청와대

남북 정상의 핫라인 설치는 판문점회담(2018년 4월 27일)이 열리기 전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해서 얻어낸 성과였다. 당시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 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2018년 3월 6일).

이어 남북 정상의 판문점회담이 열리기 1주일 전인 지난 2018년 4월 20일에는 남북 정상의 핫라인이 연결됐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북한 국무위원회측 담당자가 남북 정상의 핫라인을 통해 4분 19초 동안 시험통화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을 이용해 당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앞) 등 관계자가 북한 국무위 담당자와 시험통화 하는 모습.
 지난 2018년 4월 20일 청와대에 설치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을 이용해 당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앞) 등 관계자가 북한 국무위 담당자와 시험통화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1971년 9월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을 통해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을 전화선으로 연결한 직통선이 최초의 남북 핫라인이었다.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남측의 국정원과 북측의 통일전선부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사이에 남북 정상의 핫라인이 개설된 것은 남북이 분단된 이후 처음이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 가능성과 연결되는 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남북 정상의 핫라인 시험통화가 끝난 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2000년 국정원과 북측 통일전선부 사이에 연결된 남북 직통전화와는 다르게 청와대와 북측 국무위원회가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이는 분단 70년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다"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루어진 네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등은 독자적 남북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성과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대화가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런 교착국면에서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남북 정상의 핫라인은 '유명무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남북 간 모든 통신선 차단·폐기 조치'에 남북 정상의 핫라인도 차단될 운명에 처했다. 남북 정상의 핫라인이 연결된 지 781일(2018년 4월 20일-2020년 6월 9일) 만이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4.27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었다는 것은 곧 남북관계가 4.27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와 정상 간 직통전화는 4.27의 가시적인 성과이자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정상 간 직통전화는 그간 두 정상 간 신뢰의 증표라는 점에서 폐기는 단순히 남북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인간적 관계마저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의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선 차단·폐기'라는 북한의 조치'에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북한의 조치를 논의할 별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오전에 정부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통일부 발표 내용을 참고해주기 바란다"라며 "'청와대의 별도 입장이 있냐'는 질문이 있는데 정부는 통일부를 통해 통일된 입장을 말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건과 관련된 별도의 NSC는 개최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남북간 통신선이 소통 기본수단이고 남북간 기본 합의에 의해 개설된 만큼 합의 준수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통일부 "남북통신선은 소통 위한 기본수단... 유지돼야").

[관련기사]
남북정상 핫라인 설치-첫 통화는 언제 이뤄질까
'청와대에서 국무위원회로'... 문재인-김정은 핫라인 연결
청와대-국무위 시험 통화... "마치 옆집서 전화하는 느낌"
교착상태 풀 '문재인-김정은' 핫라인 가동될까?
한달 넘도록 '오리무중'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
북미정상회담 취소됐는데도... "핫라인 통화 없다"

태그:#남북 정상 간 핫라인, #남북 간 통신선 차단.폐기 조치, #청와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