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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유구가 현지 시각으로 어제 6월 7일 고인의 고향인 텍사스 휴스턴에 당도했다. 이번 추도식은 6월 4일 목요일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를 시작으로 6월 6일 토요일 노스 캐롤라이나 래포드(Raeford)에 이어 세번째이자, 조지 플로이드의 유구가 안치될 최종 목적지이다. 

현재 이 시각 많은 사람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장례식은 현지 시간으로 9일 저녁 여섯 시 찬양의 샘물 교회에서 일반인의 참석없이 가족 행사로 열릴 예정이다. 어제 미국 언론은 휴스턴으로 운구되는 조지 플로이드의 유구를 실은 차량 행렬과 미네아폴리스 및 엘에이에서 밤 늦게까지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모습을 방송했다.

플로이드가 죽고난 지 벌써 2주가 흘렀지만,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가 잦아들 기세가 없다. 지난 주 초반과 같이 경찰차를 부수거나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행동이나,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약탈해 가는 광경은 볼 수 없지만,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국민의 시위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이 미네아폴리스, 래포드 그리고 휴스턴 등 세 도시에서 닷새에 걸쳐 열리고 있으니 최소한 마지막 장례식이 끝나는 오늘 밤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 플로이드 체포 및 죽음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경찰관 네 명 모두 체포되어 감옥에 갖혀 있다. 항의 시위 초기 플로이드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책임있는 경찰관 데렉 쇼빈 (Derek Chauvin)만 체포됐으나, 나머지 세 명의 경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시위대의 격렬한 요구에 그들마저 모두 체포된 상태다. 현재, 데렉 쇼빈은 125만불 그리고 나머지 세명의 경관에겐 백만불 보석금이 각각 책정돼 있다.

이렇게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관련된 네명의 경관들이 모두 체포되었는데도 항의 시위가 잦아들지 모르자, 미네소타 주는 경찰에 책정된 예산을 회수하고, 경찰 조직을 해체하자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 하원과 상원 합동으로 기안해 오던 경찰 개혁 법안을 오늘 6월 8일 언론을 통해 발표하였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인해 시작된 시위이긴 하지만, 그 근저엔 경찰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흑인 체포시 무자비한 폭력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데에 대한 오랜 불만과 불신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경찰 네 명의 처벌로 만족하지 못하고, 인종 차별을 철폐할 경찰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트럼트 대통령은 5월 29일 새벽 1시 트윗을 통해 미네아폴리스 시위대를 '깡패(Thugs)'라고 낮춰 부르고, 시장인 제이콥 후레이가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5월 31일을 다시 한번 트윗을 통해 미네아폴리스 시위대를 '급진 좌파 무정부주의자(Radical Left Anarchists)'로 매도하였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전 합참의장 콜린 파월은 1992년 L.A 폭동 사태 당시 41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43대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와 구별하기 위한 것)가 담화문을 발표하기 직전 초고를 읽고, 이런 조언을 하였다. 

"난 담화문을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올바른 논조가 아닙니다. 네, 폭동은 분명 범죄이고, 법질서는 회복되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폭동은 아무런 맥락없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닙니다. (중략) 이 폭동이 일어나게 된 데에는 강한 사회적 배경(흑인을 구타했던 경찰관의 사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담화문은 폭동은 범죄라는 것만 인정하고, 흑인을 구타한 경찰관의 사면에 대해선 일언 반구도 없습니다. (중략) '법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이 담화의 논조는 불난 데 기름붓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난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쪽의 시각이 아닌 양쪽 입장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

조지 부시는 콜린 파월의 조언을 받아들여 담화문 수정하여 로드니 킹을 죽도록 구타한 경찰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실망했다고 밝히고,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이 어디서 야기되었는지 인정하는 측은지심(Compassion)을 보였었다. 

트럼프는 현재 항의 시위를 '법대로(Law and Order)' 해결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번 시위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시위대를 그냥 위법자로 취급한단 이야기다. 한 나라의 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사람으로 이면에 나타나는 현상만 보고, 깡패니 급진 좌파 무정부주의자라고 시위대를 폄하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가 거리에 나와 14일째 시위를 벌일 수밖에 없는 그 이유를 깨닫는다면 트럼프의 메시지는 현재의 그것과 다를 것이다. 

현재, 트럼프에게 필요한 건 측은지심이다. 그러면, 공권력인 경찰에 의해 자행되는 고질적 인종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실낱같은 희망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태그:#인종 차별, #항의 시위, #조지 플로이드, #트럼프, #콜린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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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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