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굴욕적인 14연패를 기록한 한화는 초반 7승 9패로 잘 버텨 나갔지만 이후 속절없는 연패로 날개 꺾인 독수리로 변해버렸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겠지만 연패를 막아내지 못했고 급기야 6일 경기에서는 일부 코칭스태프 없이 경기를 치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정우람 투수가 불펜 코치역할까지 맡았다.) 결국 한용덕 전 감독은 NC와의 7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자진사퇴를 밝히고 자취를 감추었다.

문제는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에도 뭔가 뾰족한 '수'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즌 중 감독 또는 감독 대행을 맡아 성공적으로 시즌을 잘 넘긴 경우는 2014년 LG(4위)외에는 거의 없다.

실무진이 없는 회사와 같은 한화의 구성원
 
한화 이글스의 2020년 6월 7일 라인업 이 라인업을 잘 보자. 1980년생과 2000년생만 존재한다. 선수 부상 등 여러가지 요소가 산재하나 90년생이 한 명도 없는 라인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화의 노쇠화가 얼마나 진행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출처-SBS 스포츠 중계)

▲ 한화 이글스의 2020년 6월 7일 라인업 이 라인업을 잘 보자. 1980년생과 2000년생만 존재한다. 선수 부상 등 여러가지 요소가 산재하나 90년생이 한 명도 없는 라인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화의 노쇠화가 얼마나 진행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출처-SBS 스포츠 중계) ⓒ 장정환

 
아래는 한화가 14연패를 기록한 7일 경기의 라인업이다. 잘 모르는 팬들의 눈에 보았을 때 얼핏 큰 특징이 없는 144경기 중 한 경기의 라인업이다. 그런데 이 라인업 뒤에 숨은 한화의 큰 고민은 구단에서 키운 '중간층이 없는 구성원'이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층이 두꺼워야 하는데 아직까지 임원진이 실무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이는 경기 출장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7일 마감기준으로 가장 많이 나온 선수가 정진호(30경기)를 제하고 송광민(1983년생-29경기), 이성렬(1984년생-29경기)이다. 그 뒤를 이어 이용규(1985년생-25경기)다. 2군까지 다녀 온 김태균(1982년생-16)다. 2군까지 다녀 온 김태균(1982년생)의 경기 출장수가 16경기로 '그래도' 11위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정은원(29경기)은 2000년생으로 김태균이 프로에 발을 디딘 해에 태어났다. 베테랑과 신진 사이의 시간적 거리가 얼마나 큰지 암시하는 부분이다. 물론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 때문도 있지만 라인업에 90년생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팀 내 야수진의 노쇠화가 상당함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8.5세로 KBO가 발표 한 자료에 따르면 10개 구단 중 1위다. 선수 구성에 따라 평균 연령이 달라지겠지만 한화는 19시즌과 비교해 1살 넘게 올라 평균 연령 상승도 가장 높은 구단이었다. 그나마 호잉, 서폴드가 과장급 역할을 하는 셈인데 이 둘은 내일 떠나도 이상할 것 없는 외국인이다. 그런데 이 두 선수에게 (성적이 설령 현재 좋지 않다 한들) 주어지는 '업무량'이 일정하기 보다 점점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들도 컨디션을 조절 해 주고 쉴 때는 쉬게 해 주어야 하는데 한화는 현재 그럴 여유조차 없다. 그 정도로 한화는 회사의 실무진에 해당하는 '허리'가 빈약하다.

그리고 현재 KBO 리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젊은 선수들을 생각 해 보자. 강백호(kt), 이정후(키움)를 필두로 구창모(nc)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화와 지난 10년간의 한화를 살펴보면 떠오르는 어린 선수는 이미 베테랑이 되어버린 류현진(현 토론토)에서 거의 맥이 끊어졌다. 자연스럽게 신인왕 배출도 14년째 무소식이다.

신인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선수들이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을 밀어낼 수 있는 실력이나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주면 위안이라도 삼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이렇게 멈춰버린 순환 구조가 쌓이고 쌓이면서 한용덕 전 감독 마저도 뭔가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14연패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사로 이어졌다.

더더욱 책임감이 막중해진 서산 2군
 
10개 구단 선수 현황 성적이 잘 나오면 묻혀지지만 한화는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구단이다. 결국 선수단의 순환구조가 무너지자 베테랑이 부진해도 계속 뛰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출처 - KBO 홈페이지)

▲ 10개 구단 선수 현황 성적이 잘 나오면 묻혀지지만 한화는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구단이다. 결국 선수단의 순환구조가 무너지자 베테랑이 부진해도 계속 뛰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출처 - KBO 홈페이지) ⓒ 장정환

 
한화의 현재 상황을 지적하는데 가장 많이 일컫는 부분을 꼽는데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좋은 선수가 잘 나오지 않는 2군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처럼 선수가 바로 나오지 않는 것은 팬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팀에 활기가 죽어버렸을 때 새로운 선수를 받아들여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한화가 2012년 서산 2군 팜이 완성했을 때부터 뽑아온 선수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해 보면 아래와 같다.

안타깝게도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한 두 해 반짝였거나 자리를 잡았어도 베테랑을 위협 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거의 없다. 하주석, 정은원, 장진혁, 노시환, 김이환 선수 정도만 눈에 보일 뿐이다. 정은원 선수는 18년 한화가 좋은 성적과 분위기를 타고 자리를 잡은 케이스였고 노시환, 김이환 선수는 올 해 신인이지만 2군에서 조련해서 올라온 것과는 거리가 먼 케이스다.

물론 이 중에는 군 복무부터 해결하기 위해 팀을 잠시 떠났거나 아마추어 시절에 당한 부상으로 날개를 잠시 접고 재활에 매달리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돈을 들여 2012년에 완공한 2군인데 1군에 뛸 만한 선수를 지금까지도 조련하지 못 한다면 육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FA로 많은 선수들을 수혈 해 어린 선수들을 보상선수로 내 주는 등의 과정도 있었다. 다만 있는 재료로 만들어 내 1군으로 선수를 공급 해 주는 것이 2군임을 명심한다면 지금까지의 2군의 행보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팬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
 
한화 이글스의 역대 드래프트 (~2012년 부터) 한화 역시 어린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 할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팀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다. (KBO 자료 편집)

▲ 한화 이글스의 역대 드래프트 (~2012년 부터) 한화 역시 어린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 할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팀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다. (KBO 자료 편집) ⓒ 장정환

 
이글스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영구결번 선수를 보유한 팀이다. 장종훈(25), 정민철(23), 송진우(21)는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스러운 선수들이다. 여기에 영구 결번은 아니어도 '대성불패' 구대성(15)까지 보유했다. 이들은 세기 말 우승(1999년)을 모두 경험한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한화는 거의 10여년간 영광보다 어둠의 자리에 더 익숙해진 처지다. 아마 정민철 단장이 누구보다도 그런 영광을 알기에 더 속이 타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한화의 지금 문제는 하루 이틀에 걸쳐 쌓인 문제가 아니다. 쌓이고 쌓인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문제였고 냉정하게 이야기 해 2018 시즌은 성적 때문에 이 문제들이 잠시 숨어버린 효과를 낳았을 뿐이다. FA 영입 등 다른 여러가지 처방전이 있겠지만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법이다.

아무튼 자진사퇴로 수장이었던 한용덕 전 감독이 책임지고 물러났지만, 남아있는 조직원들에게 놓여진 숙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독수리 군단에게 놓여진 숙제는 지금부터라도 해결해야 2020년 6월 7일 레전드 출신 한용덕 감독 정든 대전 구장을 뒤로 하고 물러난 비극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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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무너진순환구조 #서산2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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