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1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2-1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가 안방에서 롯데를 꺾고 중위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갔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2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LG트윈스에게 당한 루징시리즈의 아픔을 씻고 6월의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KIA는 3위 두산 베어스를 2.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공동 4위 자리를 지켰다(13승12패).

KIA는 선발 임기영이 6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2개의 솔로 홈런으로만 2점을 내주는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박준표, 전상현, 홍상삼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석에서는 유민상이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4안타 5타점 1득점을 쓸어 담는 원맨쇼를 펼친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1군에 등록한 선수가 선두타자 초구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허리부상을 극복하고 중견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호령이 그 주인공이다.

버나디나에게 주전 내주고 군에 입대한 KIA의 수비요정

KIA는 10년 가까이 타이거즈 외야 수비를 진두지휘하던 이용규(한화 이글스)가 팀을 떠난 이후 확실한 주전 중견수를 구하지 못해 센터라인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용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FA로 영입했던 이대형이 2014년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대형은 KIA 유니폼을 입은 지 1년 만에 신생구단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다.

KIA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동국대 출신의 수비가 좋은 외야수 김호령을 지명했다. 루키 시즌부터 김원섭, 박준태(키움 히어로즈) 등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한 김호령은 2016년 124경기에서 타율 .267 8홈런 41타점 72득점 19도루를 기록하며 KIA 외야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KIA는 상위타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공수를 겸비한 더욱 확실한 중견수를 원했고 2017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7년 경력의 외국인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했다. 버나디나는 2017년 타율 .320 27홈런 111타점 118득점 32도루의 성적으로 타이거즈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백업 외야수로 밀려난 김호령은 주로 대수비로 활약하며 98경기 출전(선발 19경기)에 그쳤다.

대졸로 프로에 입단 후 3년의 시간을 보낸 김호령은 2017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하지만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기수로 선발된 김호령에게는 그리 많은 출전 기회가 없었다.  2018년 92경기에 출전해 타율 .228 12홈런 32타점을 기록한 김호령은 작년 시즌 가끔 있는 교류전을 제외하면 퓨처스리그 경기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그만큼 실전감각을 유지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작년 8월에 전역한 김호령은 팀에 합류해 후반기 1군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단 2경기만 소화한 후 허리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김호령은 팬들에게 전역신고도 하지 못한 채 재활군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2년 만에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무대를 밟고 싶었던 김호령은 말할 것도 없고 리그에서 손꼽히는 김호령의 수비를 보고 싶어하던 KIA팬들에게도 대단히 안타까운 부상이었다.

허리 부상으로 늦은 복귀, 시즌 첫 스윙이 시즌 1호 홈런

KIA는 김호령 입대 후 당장 제4의 외야수 부재로 고전했지만 건재한 버나디나의 활약 덕분에 그러저럭 외야진의 구멍을 막을 수 있었다. 버나디나도 없고 프레스턴 터커도 5월 중순에 합류한 작년 시즌엔 프로 6년 차의 중고신인 이창진이 깜짝 등장해 중견수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KIA팬들은 이창진이 주전으로 나서고 김호령이 백업으로 뒤를 받치는 2020 시즌 KIA의 외야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KIA팬들, 그리고 윌리엄스 감독의 외야 구상은 스프링캠프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김호령이 허리 부상으로 스프링캠프 참가가 불발된 가운데 주전 중견수가 유력하던 이창진마저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하고 조기 귀국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사태로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시간을 버는 듯했지만 김호령과 이창진은 한 달 넘게 늦은 개막에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중견수는 멀티 플레이어 최원준의 중견수 변신이었다. 연습경기를 통해 타격에서 충분한 재능을 보인 만큼 수비만 어느 정도 소화한다면 호타준족 중견수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견수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하던 최원준은 타격에서도 타율 .219 7타점5득점3도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67에 불과할 정도로 득점 기회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최원준 카드가 실패로 결론이 날 무렵 김호령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KIA에게 큰 행운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온 김호령을 2일 롯데전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고 김호령은 약 2년 8개월 만의 1군 경기에서 첫 공을 강하게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비록 관중은 없었지만 자신의 복귀를 팬들에게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한 방이었다. 

김호령은 멜 로하스 주니어(kt)처럼 많은 홈런을 치는 중견수도 아니고 민병헌(롯데)처럼 매년 3할 타율을 보장할 수 있는 중견수도 아니다. 하지만 빠른 발과 뛰어난 타구판단능력을 두루 갖춘 중견수 수비는 단연 리그 최상위권으로 감독이 어떤 상황에도 믿을 수 있는 외야수가 바로 김호령이다. 시즌 전 자체 홍백전에서 윌리엄스 감독을 반하게 한 수비를 선보였던 김호령은 입대 전보다 성숙해진 플레이로 KIA 외야의 가장 넓은 구역을 책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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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호령 선두타자 초구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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