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9,10위팀의 대결이라고 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꼴찌대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SK는 바닥을 찍고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연패 수렁에 빠진 한화는 어느덧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두 팀은 시즌 개막 시리즈부터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한화가 먼저 웃었다. 한화는 5월 5일 개막전에서 '외국인 투수 개막 완봉승'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서폴드를 앞세워 SK를 3-0으로 제압했고 11년만에 달콤한 개막전 승리를 맛봤다. 기세를 탄 한화는 내친김에 첫 위닝시리즈까지 달성했다. 반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꿴 SK는 7일 한화전(4-8) 패배를 기점으로 무려 10연패라는 최악의 시련기를 보내야 했다.

약 3주만에 같은 장소에서 재회한 두 팀이지만 상황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두 팀은 29일부터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주말 3연전에 돌입했다. 첫 대결에서는 SK가 선발 김태훈의 5이닝 2실점 호투와 최정의 결승타를 앞세워 8-6으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하고 팀간 시즌 전적의 균형을 2승2패로 맞췄다.

간판타자 최정의 부활

SK 입장에서 이날 승리가 더 의미있었던 것은 지난 28일 두산전(6-1) 승리에 이어 팀의 '올시즌 첫 연승'이었다는 점이다.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도 올시즌 처음이다. 또한 SK는 9위 한화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두 팀의 승차를 1.5게임으로 좁혔다. 최소한 1승만 더하면 SK는 올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달성할 수 있고, 만일 3연전을 싹쓸이한다면 양팀의 순위가 뒤바뀌어 탈꼴찌에 성공할 수도 있다. SK로서는 모처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대 두산 경기. 6 대 1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대 두산 경기. 6 대 1로 승리한 S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간판타자 최정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최정은 개막 이후 15경기 동안 타율 1할4푼(50타수 7안타)에 그치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중 최악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며 SK 추락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는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5볼넷으로 다시 반등 중이다. 29일 한화전에서도 선제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 5월 8일 이후 무려 17경기만에 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통산 337개를 기록, 이호준 현 NC 다이노스 코치와 함께 역대 최다홈런 부문 공동 4위에 올랐다. 장종훈 현 한화 수석코치(340개)의 기록에는 불과 3개 차이로 접근했다.

SK는 최정 이외에도 로맥과 정의윤이 양호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장기 결장까지 우려됐던 한동민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한화전에서는 중심타선이 아닌 노수광과 정현까지 홈런포를 가동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불안한 불펜 등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서서히 2018시즌-2019 시즌 전반기까지의 막강했던 '홈런군단' SK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시즌 최다 6연패 부진 이어가는 한화

반면 한화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한화는 지난 23일 창원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경기 이후 시즌 최다인 6연패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전적은 7승 15패로 어느새 이제는 SK와 꼴찌싸움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몰렸다.

SK가 10연패에 허덕이던 시기와 비슷하게 한화도 투타밸런스의 엇박자가 두드러진다. 특히 타선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LG와 3연전에서 두 차례 영패를 포함해 단 4득점 하는 데 그친 바 있다.

간판타자들이 제 몫을 전혀 못 해주고 있다. 프랜차이즈스타인 김태균은 1할 타율(.103)에 허덕이다가 2군에 내려간 상태다. 2군과 훈련은 하고 있지만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1군 복귀 시기와 타격감 회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화로서 답답한 부분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김태균의 공백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다.

한때 복덩이로 불리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도 타율 .219에 1홈런 7타점에 그치고 있다. 부진이 길어지며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아웃을 당했을 때 헬멧과 장갑을 내던지는 등 신경질적인 행동이 늘어난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설상가상 시즌 초반 좋은 감각을 보여주던 하주석과 오선진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초반 힘을 냈던 마운드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진이 연이어 호투를 이어가고도 타선 침묵으로 아깝게 패한 경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이 부상으로 한동안 로테이션을 비웠고, 최근 2경기 연속 부진했던 장민재(20일 KT전 4이닝 12피안타 6실점, 27일 LG전 3이닝 8피안타 6실점)가 2군으로 내려갔고, 김민우는 29일 SK전에서 3.2이닝 6실점으로 난타당하며 조기강판됐다. 서폴드가 외롭게 분전하고 있는 가운데, SK와의 남은 2연전에서 등판할 장시환과 채드벨의 분전이 절실하다.

한화에게 유일한 위안은 6연패에도 SK전에서 무기력한 완패 대신 막판 대추격전으로 반등의 실마리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한화는 2-8로 패색이 짙던 경기 종반 상대 불펜을 두들기며 7회와 9회에 각각 2점을 추가하며 SK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주말 양팀의 2,3차전이 더 뜨거운 승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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