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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등교 첫날이었던 지난 5월 27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부모들과 조심스레 학교 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국의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곳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초에나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3월 16일에 시작된 봄방학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더니 급기야 지난주에는 6월 말까지의 온라인 수업으로 이번 학기가 종료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하루 1000명 이상씩 확진자가 늘어나는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며 짐작치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막상 공식발표가 있고 보니 장장 6개월에 이르는 초대형 '방학 사태'에 기운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9월 개강 후에도 온라인 수업이 계속될 거라는 대학들의 공표도 있었다. 코로나19  하강세가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가을이 되어도 마침표를 찍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타 도시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은 지인의 아들은 캠퍼스에 첫발도 내디뎌보지 못한 채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도 한동안 생활비는 아낄 수 있겠네!" 웃으며 말했지만 가히 유쾌하지 않은 첫출발일 터다.

비상 걸린 캐나다 병원들
  
 코로나19로 '비상' 걸린 캐나다 병원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캐나다의 의료기관들도 의료적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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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안과의사, 심리상담사 등 일부 의료업 종사자들의 활동은 27일자로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식당과 놀이터, 수영장 등의 폐쇄 및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긴급명령'은 6월 9일까지로 또 한번 연장되었다. 5월 30일 기준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9000명을, 사망자는 6900명을 넘어섰다.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이제 질병을 넘어서 사회 곳곳의 안전망에 균열을 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최근 의료계의 '적체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캐나다 전역에서는 비응급 수술을 보류해왔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더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의 5월 25일자 기고문에 따르면, 온타리오에서는 수술이 약 7만 2000건 정도 줄었고, 이는 작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9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비응급 수술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의료계에서는 한꺼번에 몰려들게 될 수술 환자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적체가 발생한 것은 비단 수술 영역뿐이 아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혹은 예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퀸스 대학 미셸 코헨 의학박사는 "이 의료 적체 현상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수많은 예방검진 프로그램들이 중단되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잠재적인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예방 가능한 질병들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약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8% 가량이 팬데믹 기간 동안 진찰이나 치료를 받는 데 제한이 있었다고 답했다.

우리 집만 해도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한 일이 세 건이나 된다. 치아교정 중인 큰딸의 4월 정기검진이 취소됐고 결과적으로 교정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안과가 문을 닫는 바람에 세 아이 모두 5월에 예약돼있던 검진을 받지 못했다.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이다. 나는 올해 받아야 할 자궁경부암 검사 관련 메일을 아직 수령하지 못했다. 가끔 아랫배가 뻐근할 때면, 병원에 전화를 걸어봐야 하나 조금 더 미뤄야 하나 고민과 함께 불안함을 느끼곤 한다. 알고 지내는 한국인 부부는 얼마 전 아기를 낳았는데 필수예방접종마저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치과진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비가 무료다. 그 말을 들은 한국의 지인들은 "돈을 한 푼도 안 내? 수술을 해도?"라며 놀라움을 표한다. 맞다. 수술을 해도 공짜다. 처음 캐나다에서 지갑 한번 열지 않고 병원 문을 나설 때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심장이 두근거려 초음파 검사를 받고도, 피검사를 하고도, 아이가 생겨 열 달 내내 검진을 다니고도, 심지어 아이를 낳고도 돈 한 푼 안 내고 "땡큐!" 하고 나왔다.

무상의료가 비할 데 없이 큰 혜택이긴 하지만, 문제는 너무 느리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문의는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들이 즐비해서 배 아프면 내과, 무릎 아프면 정형외과, 코 막히면 이비인후과, 마음 먹은대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한국의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 것인지 캐나다에 살아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심장전문의는 가족력이 있다고 하니 몇 주 내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지만, 알레르기 검사의 경우는 무려 6개월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이곳의 응급실은 '의사를 기다리다가 스스로 낫는 시스템'이라고들 말한다.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것이, 당장 죽을 것 같은 환자가 아니라면 몇 시간을 아무런 조치없이 기다리는 일은 예사다. 평소에도 이럴진대, 코로나19로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하니 당분간은 절대 아프지 말아야 할까 보다.

한국에 계신 엄마는 정기적으로 심장 검진을 받으셔야 하는데, 며칠 전 "저희는 국민안심병원이니 코로나 감염 걱정 없이 편히 오셔도 됩니다"라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339개의 병원들을 '국민안심병원(코로나19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의 진료 과정을 분리한 병원)'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 선진형 방역 및 의료체계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역이나 일부 의료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 일시적 의료공백이 발생한 적은 있어도, 그것이 캐나다에서와 같이 지속적인 차후 해결과제로 남을 일은 없어 보인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최근 '락다운(lockdown, 제재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최근 "락다운(lockdown, 제재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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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화와 혼란스러운 메시지... 시위 번진 이유

유럽이나 미국처럼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최근 '락다운(lockdown, 제재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온타리오 의회 의사당 앞에서 약 500명의 군중이 시위를 벌였다. 폭력이 동반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 관련 시위 중 여지껏 가장 큰 규모였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업체 봉쇄 조치로 인한 경제 악화와 연관된 불만이다. 캐나다에서는 4월 한 달에만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올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렇게 심각한 경제침체와 그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들을 감수할 만큼 락다운이 실효를 거두고 있냐는 점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의 급작스런 락다운 해제는 코로나19 하락세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대다수 캐네디언들은 그 의견에 동조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여전히 락다운 및 거리두기 조치를 준수하고 있다.

둘째,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 전달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음을 지적한다. 이는 주로 '마스크 사용 여부'와 관련한 메시지를 말하는데, 사태 초기 캐나다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막아준다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할뿐더러 오히려 잘못된 사용으로 감염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마스크는 병에 걸렸거나 병에 걸린 가족을 돌봐야 하는 경우에만 국한해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사태가 악화되고 우리나라와 싱가폴 등 마스크 사용이 대중화되어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방역이 실효를 거두는 모습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더니 차츰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 CBC 뉴스 >를 통해 리자이나 대학 리사 호로비츠 부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의 마스크 사용에 대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혼재된 메시지들에 불만을 느낍니다. 1월부터 메시지가 계속 바뀌어왔는데, 여전히 마스크 사용에 대한 의견은 나뉘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하지는 않았어도 이같이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보인다. 연방총리도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서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 권고지침에는 '여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울 때'라는 단서가 붙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일관된 지침을 전달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스크는 아픈 사람이 착용하는 것' 혹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한다'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가 캐네디언들에게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스크 논란을 계기로 한 나라의 오랜 문화가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를 또 한번 느끼게 된다.

경제침체와 그에 수반하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불만,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이 '자유'를 향한 외침과 맞물려 시위대로 향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코로나 블루'와 같은 마음의 병까지 깊어지는 요즘, 더 많은 경제 사회적 문제들이 불거지고 분열로 인한 혼란까지 가속화되기 전에 이 사태가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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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손 맞잡고 함께 걷는 한 남자, 그리고 꽃같고 별같은 세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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