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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백희나 작가가 큰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꽤 될 것 같다. 그것이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쓴 작가이다. 나도 이 작가를 안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 혼을 쏙 빼 놓는 <말괄량이 삐삐> 보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삐삐의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1996년도에 출간되었으니 아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삐삐로타 델리카데사 윈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이다. 이 이름을 외우기는커녕 보고 읽기도 힘들 정도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지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전기문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지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전기문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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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훔친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작가의 전기문이다. 작가는 이 책뿐만 아니라 <꼬마 백만장자 삐삐>,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에밀은 사고뭉치>,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 많은 책을 썼다.

작가의 책들은 어린이들에게는 뜨거운 인기를 얻었지만 비평가들의 평은 좋지 않았다. 말괄량이 삐삐만 보더라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위험한 일을 서슴지 않으며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행동들을 일삼으니 어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있겠는가. 많은 어른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녀에게 교훈이 들어 있거나 교육 효과가 있는 책들을 읽히고 싶어 하니 말이다.

스웨덴의 언론인들도 작가를 견딜 수 없을 만큼 귀찮게 했다.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교육하려는지 끝도 없는 질문을 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모든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그 아이에 관해서만 생각한다고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런 확고한 생각과 당당함이 명작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의 시선으로 쓴다면 어린이들도 바로 알아볼 것이다. 그런 책을 읽는 어린이들 역시 편협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짙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스웨덴 남부 스몰란드의 소작농 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전형적인 행동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아버지와 완벽한 주부인 엄마 아래에서 성장하였다.

아스트리드는 상급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신문의 견습생으로 일했다. 그런데 기혼이었던 상사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된다. 이 혼외 임신은 전통적인 마을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고, 아스트리드는 스톡홀름으로 떠난다. 그리고 값싼 하숙집에서 비서 생활을 하며 지낸다. 아기는 낳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쉬는 날에 보러 갔다. 훗날 이 아들은 애정 결핍을 겪고 알코올 중독에 걸려 작가보다 먼저 세상을 뜬다.

먹을 것이나 읽을 것에서 굶주린 스톡홀름에서의 삶을 구해준 것은 우연히 발견한 시립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였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책을 만나는데 하인의 딸이 부엌에서 읽어준 것이다. 이 경험이 작가 자신을 작은 동물에서 한 인간으로 바꾸어주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는 새로운 책들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어린 시절 모험 가운데 가장 끝없이 펼쳐진 최고의 모험이 바로 책읽기였노라고 회고한다.

작가의 첫 작품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결혼 후, 딸 카린이 일곱살 때 폐렴으로 않아누웠을 때, 지루함을 달래주려고 곁에서 들려준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결혼 생활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었다. 작가에게는 글쓰기가 일종의 치유 과정과도 같았다고 한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완성해서 출판사에 보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곧 이어서 쓴 다른 글이 공모전에서 2등 했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그 뒤로, 여섯 살에서 열 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에서 1등하게 된다. 이 책은 스웨덴에서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어린이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도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사랑받는 책이 되었다.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작가라서 그럴까? 인스트리드의 감정세계는 두 축을 오갔다고 한다. 자신의 고통을 견딜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편지가 많이 왔고, 작가는 거절하지 않고 모두에게 돈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아스트리드 작가에게 존경심을 금치 못하는 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비참함, 기아와 폭력에 대해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동물 보호에 관한 기고문을 3년 간이나 써서 여든 살이 되었을 에는 새로운 동물 보호법을 끌어낸다.

이 법안은 오늘 날까지도 '린드그렌 법안'으로 불린다. '폭력은 절대 안 돼'라는 연설을 하여 체벌 금지를 법으로 제정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정치적 망명자들을 위해 힘을 쓰기도 하고, 독일도서협회 평화상을 받았을 때는 어린이를 위한 기관 두 개를 세웠다.

작가는 사람들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한 번도 잃지 않았다. 그 믿음은 불의와 싸우게 하고 결국 사회를 바꾸어 놓았다. 그 삶의 태도는 책들 속에 녹아들어 가 있을 것이다. 지나온 삶을 보더라도 작가의 신념과 삶과 글은 하나였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고 몸으로 실행했다. 작가의 삶을 알고 나니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어린이책일지라도 기회 되는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영화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
 영화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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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사서 읽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보았던 영화 내용은 다 잊어서 읽으면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그러나 삐삐의 그 쾌활하고 거침 없는 행동, 시원한 입담은 강하게 새겨져 있다. 울타리에 척 걸치고 앉아 웃고 있는 모습과 통통 튀던 그 목소리는 지금 내 인생의 울타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영원한 삐삐 롱스타킹

마렌 고트샬크 (지은이), 이명아 (옮긴이), 여유당(2012)


태그:#아스트리드린드그렌, #전기문, #말괄량이삐삐, #스웨덴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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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무늬의 세상 읽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과 동네 책방과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과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를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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