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메이저리그 출신 야구 선수 강정호의 한국 무대 복귀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강정호는 최근 개인 자격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임의탈퇴 해제 신청을 냈고, KBO는 상벌위를 열고 메이저리거 신분이던 2016년 저지른 음주운전에 대하여 1년 유기실격과 300시간의 사회봉사라는 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강정호는 다음 단계로 원소속팀이던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도 공식적으로 복귀의사를 전달헸고, 구단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는 규정상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일단 원소속팀인 키움으로 복귀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있는 강정호는 다음주 귀국하여 본격적인 징계 이수와 복귀 협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정호의 KBO리그 무대 복귀가 현실로 다가올수록 여론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심지어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정호의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주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그만큼 강정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실망감과 분노가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덩달아 강정호에게 국내 복귀의 길을 열어준 KBO나 키움 구단에게도 불통이 튀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이 강정호 사건에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와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 최원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으며 과거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최원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으며 과거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 연합뉴스

 
KBO가 '봐주기식 징계'를 내렸다?

KBO의 징계가 발표된 직후, 야구팬들은 징계 수위가 턱없이 낮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음주 관련 사건사고나 유명인들의 연이은 일탈에 엄격해진 사회적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소속이던 2016년 음주운전 외에도 KBO리그 키움 소속이던 시절 같은 죄목으로 2번이나 적발된 바 있어서 이른바 '음주운전 삼진아웃' 대상에 해당한다. 법원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1,2심 모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KBO은 2018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구성원에게는 최대 3년 이상 유기실격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는데 여기에는 2016년 강정호의 사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작 KBO는 규정변화의 계기가 된 당사자인 강정호에게는 예상보다 낮은 1년 유기실격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소급 적용' 등 법리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사법기관의 법리 판단과 사단법인인 스포츠 단체의 규약 적용 기준이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는 반박 논리도 충분히 존재한다. KBO가 규약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해석한게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정호는 이미 지난 2016년 음주운전 사고 이후 약 2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지난해 8월 피츠버그에서의 방출 이후 다시 1년 정도의 2차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KBO의 1년 유기실격+ 향후 소속 구단에서의 자체 징계까지 추가된다면 공백 기간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3년 이상의 유기실격은 선수에게는 사실상의 영구퇴출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KBO의 징계가 강정호에 대한 '봐주기'나, '제 식구 감싸기'라고 해석하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강정호의 반성, 진정성이 있었나

많은 팬들이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강정호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정호는 2016년 음주운전 적발당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이 마지막 공개적인 입장표명이었다. 

이후 법원의 구형을 받을 때나 국내 복귀를 시도할 때도 법적 대리인이나 소속사를 내세워 입장표명을 했고 본인은 항상 뒤로 물러나 있었다. 

강정호는 KBO에 임의탈퇴 해제를 신청할 때도 원소속팀인 키움 구단과 사전 논의없이 개인 자격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취했으며, KBO 상벌위의 징계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소속사를 통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야구가 정말 간절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먼저 과거 제대로 된 공식적인 사과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했다. 그것도 미리 짜여진 A4 용지나 이메일을 통하여 대리 낭독하는 형식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자리에 나서서 생각을 밝히고 여론의 날카로운 질문이나 질타도 감수하는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 그 다음으로 구단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끝에 KBO 복귀를 검토했어야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안타깝게도 항상 모든 상황마다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인다. KBO리그 복귀를 위한 가능성이 열리자 이제야 귀국하여 공식 사과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그의 늦은 사과가 과연 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정호 문제, KBO 구단으로 공 넘어가 

이제 강정호 문제를 처리해야 할 다음 공은 KBO 구단들에게로 넘어온 상태다. 강정호의 복귀추진과 KBO의 징계 때문에 정작 곤란해진 것은 오히려 키움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2년 실격 이상의 중징계가 나왔으면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지만, 1년이라는 다소 '애매한' 수준의 징계가 결정되면서 향후 키움이 고스란히 강정호의 거취 문제를 떠안게 된 모양새가 됐다. 

키움 구단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강정호 복귀 계약과 징계 이후 활용, 두 번째는 트레이드, 세 번째는 자유계약으로 인한 방출 등이다.

첫 번째의 경우, 강정호에게 내려야 할 구단 자체 징계 수위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강정호는 KBO리그로부터 받은 징계 외에 구단으로부터도 별도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징계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키움이 강정호를 전력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고, 너무 짧게 설정하면 KBO처럼 솜방망이 징계라는 여론의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규정상 트레이드는 역시 선수 계약 후 최소 1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유기실격이라는 말 그대로 강정호는 선수자격이 없기 때문에 트레이드의 대상도 아니다. 강정호 트레이드는 유기실격 징계를 마친 시점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키움이 강정호와 계약을 체결해도 곧바로 강정호를 트레이드시킬수는 없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은 방출이다. 키움으로서도 지금의 강정호는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만일 키움이 강정호를 끝내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의 야구인생은 사실상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구단으로 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강정호는 키움이 아닌 다른 구단과 계약하더라도 1년 유기실격 처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KBO나 원소속팀인 키움과 달리 다른 구단들은 강정호의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최근의 선례로 보면 KBO보다 구단의 자체 징계가 더 강하게 내려지는 분위기지만, 강정호의 경우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부터 법원, KBO로부터 '이중삼중의 징계'를 받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강정호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까지 감수할 구단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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