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최원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으며 과거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최원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강정호 징계 여부 관련 상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인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으며 과거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 연합뉴스

 
KBO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당분간 선수로서 활동할 수 없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KBO리그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실상 재기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강정호의 징계는 임의탈퇴 복귀 후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강정호는 KBO 구단과 계약 후 1년 동안 경기 출전 및 훈련 등 모든 참가 활동을 할 수 없고 봉사활동 시간도 모두 이행해야 실격 처분이 해제된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지난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삼진 아웃제'가 적용된 강정호는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인해 미국 입국이 제한된 강정호는 약 2년간 공백기를 가져야했고 2019년 복귀 이후에도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며 끝내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야구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강정호는 마지막 선택지로 KBO리그 복귀를 타진했다.

강정호와 KBO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분위기

강정호는 2016년 당시에는 메이저리그 소속이라 KBO로부터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복귀를 추진하게 되면서 자연히 강정호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한 KBO의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핵심은 '징계 기간'이었다.

'클린 베이스볼'을 표방한 KBO는 강정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2018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야구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3회 이상 저질렀을 시 최소 3년의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게 되어 있다. 여기에는 강정호를 비롯한 유명 야구선수들의 연이은 음주운전과 일탈행위가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8년에 만들어진 규정을 2년 전에 마지막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강정호에게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게 KBO의 고민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강정호가 과거 두 차례의 음주운전 했던 사실이나, 음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근거로 규정을 소급 적용해서라도 강한 징계를 내려야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선수에게 3년 이상의 활동정지란 사실상 강제 은퇴와 다를 바 없다. 강정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징계를 모두 마친다고 해도 사실상 KBO리그 복귀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결국 KBO는 고심 끝에 여론의 전망보다 대폭 완화된 1년이라는 절충안 수준의 징계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KBO는 최소한의 명분만 지켰고 강정호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여론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정호와 KBO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분위기다.

음주운전 관련, 구단이 더 강한 징계 내리기도

징계가 내려진 직후 강정호는 소속사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정호는 사과문에서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그래도 다 씻을 수 없는 잘못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야구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이제야 느끼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런 말씀 드릴 자격이 없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제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속죄를 다짐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강정호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의 징계도 꼭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KBO가 내린 '유기실격'은 야구선수로서의 모든 공식적인 활동 정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한 '출장정지'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더구나 강정호는 2016년 음주운전 적발 이후 2년, 지난해 8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이후 다시 1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피츠버그에서 보여준 부진에서 드러났듯 선수에게 공백기로 인한 경기감각 저하는 치명적이다.

또한 강정호는 KBO의 징계를 모두 이수한다고 해도 소속구단으로부터 다시 별도의 자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역시 음주운전 징계를 받은 삼성 최충연은 KBO로부터 50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300만 원,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을 부여받은 것과 별개로 소속팀 삼성으로부터 100경기 출전 정지 및 제재금 6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LG 윤형준은 2019년 2월 음주운전을 저질러 KBO로부터 50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 봉사활동 80시간 징계를 받았고 LG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를 당했으며, 강승호도 같은해 음주운전으로 90경기 출전 정지와제재금 1000만 원, 사회봉사활동 180시간 징계를 받은 뒤 SK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구단의 징계는 통상적으로 먼저 발표되는 KBO리그의 징계를 기준으로 삼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프로야구의 '사회적 위상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 대해서는 구단이 오히려 더 강한 자체 징계를 내리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강정호를 활용할 의지가 있다면 추가 징계 일자를 최소한으로 줄여야하지만, 강정호를 바라보는 여론의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구단으로선 쉬운 선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싸늘한 여론의 장벽
 
강정호, 연타석 대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가 지난 2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레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 4회말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왼쪽 펜스를 넘는 1점짜리 연타석 홈런을 때리고 있다.

강정호 ⓒ 연합뉴스

 
규정상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는 KBO리그에 복귀하려면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로 돌아가야한다. 키움은 아직 강정호와 입단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O에 요구한 임의탈퇴 해제 신청도 구단 차원이 아닌 강정호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 단독 행동이었다.

가뜩이나 키움은 최근에 폭행사고, 배임 논란 등 몇몇 선수는 물론 구단 관계자까지 잇달아 큰 물의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지라, 졸지에 강정호까지 떠안게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강정호를 선수로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KBO 징계와 구단의 자체 징계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강정호의 복귀는 2022년 정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벌써 35세가 된다.

키움이 강정호를 받아들이는 게 별로 이득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징계 대신 아예 소유권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KBO의 다른 구단들도 강정호를 받아들이려면 자체 징계와 공백기를 감수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굳이 이미지도 좋지 않고 노장이 되어가는 강정호를 손해까지 감수하며 기꺼이 품을 만한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정호는 야구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하여 KBO리그라는 동아줄을 부여잡았고 결국 불완전하게나마 복귀의 길은 열렸다. 하지만 동시에 싸늘한 여론이라는 현실의 장벽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야 에이전시를 통해 뒤늦은 사과문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미 강정호는 '속죄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1년 유기실격 처분에도 불구하고 KBO의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야구팬들이 음주운전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 자체를 반기지 않는다는 증거다. 

팬들의 사랑과 존중을 통하여 존재하는 프로스포츠에서 팬들이 원하지 않는 선수가 과연 어떤 존재 가치가 있을까. 아무리 훌륭한 기량과 명성을 지녔던 선수라도, 그에 걸맞은 인성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하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다. 과연 강정호가 다시 KBO리그 경기장에 서는 날이 올까. 그리고 그때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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