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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다. 수그러들 것 같던 바이러스는 우리의 기대를 비웃듯 다시 창궐하고 있고, 우리네 삶은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외출하고, 실내 공간은 피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은 가급적 기피하는 현실.

우리의 일상 중 가장 크게 달라진 일상은 초등학생 셋이 계속 집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겨울방학 이후 내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다행히 며칠 후면 8살 막둥이의 입학을 필두로 첫째와 둘째가 차례대로 개학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아이들은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 걸까? 이와 관련하여 지난 5개월, 코로나19 시대를 버텨온 우리 집 초등학생 세 명의 일상을 소개한다.

삼남매의 우애 쌓기
 
 우리는 언제쯤 학교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쯤 학교 갈 수 있을까?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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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야심차게 시행했다. 학교를 못 가는 대신 EBS 시청으로 학습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개학이 반쪽자리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아이들에게 학교란 공부를 하는 곳 외에 또래들과 집단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학만 되면 학교 가기 싫다고 몸을 틀던 아이들이 요새는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성화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열심히 뛰어놀고 공부하고 싶다며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특히 8살 막내의 경우 학교 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셋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자신 말고 형제가 둘이나 더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어쨌든 놀 수 있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녀석들과 함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덕분에 요즘 세 남매의 우애는 하늘을 찌른다. 평소에는 학교, 어린이집에서 각자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던 아이들이 이제는 눈만 뜨면 서로를 찾아 같이 놀 거리를 궁리한다. 5학년 까꿍이나 1학년 복댕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볼 수 있는 뜻밖의 풍경이다.
 
 열심히 보드게임 중
 열심히 보드게임 중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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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드게임은 이런 아이들에게 중요한 놀이거리 중 하나이다.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을 안심시켜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통해 함께 노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동안 친구 집에서 재미있게 했었던, 유튜브를 통해 봤었던 보드게임을 하나씩 구매하여 열심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보드게임의 고전 부루마블부터 시작해서 루미큐브, 스플렌더, 할리갈리 등등. 가끔은 엄마, 아빠도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아이들의 흥을 돋운다. 가족이 쉽게 하나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가자, 마당으로!
 
 마당에서 놀기
 마당에서 놀기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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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버티는 또 하나의 비결은 바로 마당이다. 비록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잔디밭이지만 어디 딱히 나갈 데도 없는 아이들에게 마당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마음 놓고 뛰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감나무에 해먹을 걸어 그네를 타고, 텀블링을 하고, 비가 오면 진흙놀이를 하고,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은 PT병으로 물총 놀이를 하는 아이들. 마당에 굴러다니는 온갖 잡동사니로 놀 거리를 만드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창의성을 어디로부터 얻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삶의 지혜는 교과서만 본다고 결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총에는 역시 막걸리 빈병이지!
 물총에는 역시 막걸리 빈병이지!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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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으면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은 줄어든다. 마당에서 노느라 바쁜 것도 있지만, 건축가 유현준이 이야기 했듯이 마당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고층 아파트에서 현대인들이 TV를 켜놓는 것은 환경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지 않는가.

그리고 마당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친한 동네 사람들을 부르게 만든다. 서울의 아파트나 빌라에서 사는 친구들에게 우리의 마당은 가끔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좋은 아지트이기도 하다.

오래된 이웃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와 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신나게 뛰기 시작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도 만나기 힘든 시절, 마당은 아이들에게 친구까지 선물해준다.

집에 있는 엄마, 아빠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19 시대를 견대내고 있는 비결 중의 하나는 바로 집에 있는 엄마와 아빠의 존재다.

뮤지컬 작가이자 마을기업 문화예술협동조합아이야의 대표인 아내는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와 다른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는 많은 산업에 충격을 주었는데, 특히 공연계에는 궤멸적인 타격을 안겼다. 대부분의 공연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중단되었고 관련된 예술가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때문에 누구보다 바빴던 아내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신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점심을 챙겨주고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힌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세 명의 아이들은 각자 탭을 붙잡고 EBS 시청을 하는데, 말이 쉽지 뒤에 누가 없으면 아이들은 금세 딴 짓을 하기에, 아내는 학교에서 세 분의 선생님이 하시던 노동 아닌 노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원격학습하는 중 엄마가 먹을 것도 챙긴다
 원격학습하는 중 엄마가 먹을 것도 챙긴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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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작년 12월부로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나는 현재 실업급여를 받으며 구직 중에 있다.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백수가 바쁘다고 잡다한 일이 많긴 하지만, 고정된 시간에 출퇴근하던 예전과 달리 쉽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년초만 해도 비극적인 상황이 코로나19 시대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이를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을까?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 지금까지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삼남매의 우애와 마당과 엄마, 아빠의 시간적 여유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자식 한 명을 키우며, 어디 나가서 놀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요즘은 최악의 시절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조건들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19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또한 전 국민 고용보험을 거론한다. 무엇이든 좋다. 새로운 상상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던가. 이제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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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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