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에 개봉해 전국 120만 관객을 동원한 장규성 감독의 영화 <이장과 군수>는 배우 유해진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지난 1997년 <블랙잭>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유해진이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에 이름을 올린 영화가 바로 <이장과 군수>이기 때문이다. 

<이장과 군수>를 시작으로 영화계에서 유해진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유해진은 이후 2007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2008년 <트럭>, 2010년 <죽이고 싶은>, 2011년 <마마> 등에서 잇따라 주연으로 출연했다. 물론 주연을 맡은 초기에는 흥행에서 다소 고전하기도 했지만 2016년 <럭키>가 690만, 2017년 <공조>가 780만, 2018년 <완벽한 타인>이 5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서도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올라섰다.

<이장과 군수>가 배우 유해진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면 환갑의 나이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 배우에게는 이 작품이 그런 의미로 남을 듯하다. 지난 1996년 영화 <깡패수업>으로 데뷔한 후 햇수로 25년 만에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20일 첫 방송될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을 통해 드라마 주연으로 데뷔하게 된 김응수가 그 주인공이다.

곽철용-최주동 등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 남겼던 영화 속 '신스틸러'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은 <타짜> 개봉 13년 만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됐다.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은 <타짜> 개봉 13년 만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됐다. ⓒ CJ 엔터테인먼트

 
학창시절부터 연기자의 꿈을 가졌던 김응수는 1981년 서울예술대학교에 입학해 연극을 전공했고 대학재학시절부터 극단 목화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김응수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는 과거 7년에 걸친 일본 유학 경력인데 다년 간의 일본 유학 경력 덕분에 일본어가 매우 능통하다. 김응수가 다양한 작품에서 일본인, 또는 일본어 능력자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1996년 김상진 감독의 <깡패수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한 김응수는 <주유소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같은 흥행 영화들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2005년 임상수 감독의 <그 때 그 사람들>에서는 10.26 사건에 가담했다가 사형선고를 받는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만든 민대령 역을 맡아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 쪽에서 김응수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주목 받은 캐릭터는 역시 2006년에 개봉했던 <타짜>의 곽철용이다. 사실 곽철용은 개봉 당시 아귀(김윤석 분), 정마담(김혜수 분), 고광렬(유해진 분), 평경장(백윤식 분)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가려 비중 있는 조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인터넷을 통해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묻고 더블로 가" 같은 곽철용의 대사들이 유행하면서 김응수도 여러 광고에 출연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2008년 <원스어폰어타임>에서 경무총감, 2011년 <위험한 상견례>에서 야구 선수 출신의 나이트클럽 사장 조세동을 연기했던 김응수는 2012년 또 한 명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났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주동 검사였다. 최주동 검사는 남남에 가까운 먼 친적이지만 자신보다 항렬이 높은 최익현(최민식 분)을 위해 구치소에서 나오도록 힘을 써주는 등 짧은 분량에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응수는 같은 해 판사석궁테러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개봉한 <부러진 화살>에서는 김경호(안성기 분)에게 석궁으로 위협을 당하는 박봉주 판사를 연기했다. 2015년 1300만 관객을 모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서는 조태오(유아인 분)에게 경찰서장 아들의 취업을 부탁하는 국회의원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 1996년 <깡패수업>부터 작년의 <양자물리학>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응수가 출연한 영화는 무려 30편이 넘는다.

사극에서 악역 연기 도맡아 오던 김응수, 인턴 직원으로 변신
  
 김응수는 '조선시대 악의축'으로 불릴 만큼 사극에서 악역 연기를 도맡아 했다.

김응수는 '조선시대 악의축'으로 불릴 만큼 사극에서 악역 연기를 도맡아 했다. ⓒ MBC 화면 캡처

 
영화에서 주로 비중은 작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신스틸러' 역할을 맡았던 김응수는 드라마에서는 사극에서의 악역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모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는 김응수를 '조선시대 악의 축'으로 표현했을 만큼 김응수는 사극에서 '최종보스'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대표적인 역할이 김응수라는 배우를 TV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렸던 <추노>의 좌의정 이경식 역이다.

김응수는 <해를 품은 달>에서도 영의정 윤대형을 연기하며 정권을 쥐락펴락하는 윤씨 일파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2012년 <각시탈>에서는 일본군 엘리트 경찰관료 콘노 고지를 연기했는데 식민지 시대의 일본 관료였음에도 친일파 캐릭터들과 비교되며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사랑을 받았다. 물론 2016년 <임진왜란1592>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연기했을 때는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미스터 션샤인> <보좌관> <청일전자 미쓰리>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김응수는 <꼰대인턴>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캐릭터를 연기한다. 김응수가 연기할 캐릭터는 30년을 근무한 회사에서 임원승진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당했다가 동종업계의 시니어 인턴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는 '늙은 장그레' 이만식 역이다. 젊은 직속상사 가열찬을 연기할 박해진과의 연기호흡이 기대된다.

작년 <멜로가 체질>에서 싱글맘 연기를 실감나고 유쾌하게 보여준 배우 한지은은 이만식과 함께 준수식품의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한 이태리를 연기한다. 영화 <싸움의 기술>, 드라마 <추노>,<각시탈>에 이어 김응수와 4번째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박기웅은 준수식품 남궁표 회장의 외아들이자 대표이사이면서도 지분이 하나도 없는 '바지사장' 남궁준수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박아인, 김선영, 손종학 같은 배우들이 <꼰대인턴>을 빛낼 예정이다.

사실 나이 많은 인턴과 젊은 직장상사는 이미 지난 2015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1억9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국내에서도 12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인턴>에서 나온 소재다. 2018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인 <꼰대인턴>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 <인턴>과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작년 '곽철용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응수의 위력은 과연 첫 주연작 <꼰대인턴>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김응수는 <꼰대인턴>에서 박해진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과 유쾌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에서 박해진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과 유쾌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 <꼰대인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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