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6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K리그1·2와 K3·4리그가 첫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선수들은 의도치 않은 오랜 공백기의 영향으로 아직까진 완벽한 폼을 찾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난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오늘 만나볼 이는 다소 특별한 활동으로 그 공백기를 지냈으며, 시즌이 시작된 현재에도 그 특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선수다. 바로 K리그3 천안시축구단의 김상필 선수. '독서하는 축구선수'로 잘 알려져있는 그는 이번 시즌 천안시축구단 부주장으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즐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지난 5월 18일,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독서하는 축구선수 김상필 씨 .

▲ 독서하는 축구선수 김상필 씨 . ⓒ 김상필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FC서울부터 시작해서 대전, 충주와 아산 그리고 목포시청을 거쳐 올해는 천안시축구단에서 공격수로 활동하게 된 8년차 프로 축구선수 김상필입니다."
 
- 의도치 않게 오랜 비시즌 기간을 보내셨습니다. 어떻게 보내셨나요?
"동계 훈련을 다녀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의 심각성을 잘 몰랐습니다. 시즌을 열흘 앞두고 휴가를 다녀왔는데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동계를 잘 하고 왔는데 상당히 아쉬움이 컸죠. 그래서 팀 훈련과 상응하는 일정으로 집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팀에 돌아오니깐 팀 훈련이 가볍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훈련장이 마땅치 않아 아산에 있는 인조 잔디구장이나 돔 구장을 대관해서 훈련을 진행했지만, 그렇게 조금씩 훈련하는 양을 늘렸습니다."
 
개막전 승리 후 환하게 웃는 김상필 선수 .

▲ 개막전 승리 후 환하게 웃는 김상필 선수 . ⓒ 김상필


- 이번 시즌부터 천안에서 부주장으로 새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셨습니다. 팀에 합류하신 소감과 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천안시축구단은 올해 김태영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하시면서 팀의 색도 바뀐 구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성적이 좋았지만,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 하시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분위기도 밝아지고, 확실히 팀이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더 기대가 되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부주장은 갑작스럽게 정해진 자리입니다. 저는 외부에서 온 선수인데,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팀에서 저를 신뢰해주셨다고 생각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이후로 실질적인 리더를 맡은 것이 처음인데, 감독님을 중심으로 주장과 선수들 사이에 있는 연결고리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부주장으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대한 선수단 분위기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본인이 어떤 선수이고, 필드 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선수로서 제 실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늘 노력하는 선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들이 전문가라는 직함을 갖고 계속 연구를 하듯, 저 역시 프로선수로서 은퇴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고, 항상 벤치에서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늘 전략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필드 위에서 단점은 감추고, 피지컬이라는 제 장점은 극대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수비수로 뛸 경우에는 비위험 지역에선 강하게 부딪치고, 위험지역에선 신중하게 수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또한 공격수로서는 제가 타켓형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볼 배급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플레이 해왔습니다."
 
- '독서하는 축구선수'라는 별명을 갖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로 독서를 시작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독서가 멋져보여서 예전부터 독서를 조금씩 했었습니다(웃음). 하지만 그것이 제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주진 않았죠. 2년 전 아산에 있을 때 동계훈련을 마치고 나서, 문득 아산의 38명 중에 제가 38번째 선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소속 팀이었던 충주는 해체가 되고,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꿈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경찰 대학에 있는 도서관을 아산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책이라도 읽자는 생각에 우연히 도서관에 들어가 독서법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당시 책에 성공한 이들의 사례가 정말 많이 나왔는데, 저보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꿈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들처럼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개인 훈련 등에 변화를 두었습니다. 육상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하고, 포지션 변경도 과감히 하면서 그 해 총 3경기를 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즌이 끝나고 저는 내셔널 리그 구단의 연락을 받았고, 지금까지 이렇게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산 시절부터 선수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김상필 선수 .

▲ 아산 시절부터 선수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김상필 선수 . ⓒ 김상필

  
- 축구선수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아산 시절에, 김도혁 선수와 함께 도서관에서 책에 대한 짧은 나눔을 했는데 그때를 계기로 '아웃라이어'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이명주 선수부터 시작해 한 명 두 명씩 선수들이 참여하면서 부대 내 독서모임이 활발해졌습니다. 당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독서를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제대 이후 목포에서도 광주FC 선수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모임을 어떻게 유지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 독서 활동이 필드 위에서 도움이 된 적 있나요?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독서를 통해 축구뿐 아니라 모든 순간에 도움을 받지만, 축구적인 면에서 말씀을 드리면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퍼포먼스 증가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어떤 부분이 잘못됐었는지 파악하고 필드 위에서 전략적으로 뛸 수 있도록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멘탈강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생긴 두려움이 운동선수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데,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면서 그런 시선들이 전부 허상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은퇴 후의 삶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의 미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저는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획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선수로서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책의 저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현재 '필 맨'이라는 예명으로 글쓰기 활동도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글을 쓰게 되셨나요? 
"독서법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인 풋, 글쓰기는 아웃풋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올해부터는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서를 하고, 글쓰기 또한 많이 하게 된다면 개인 브랜딩으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진짜 이유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 사실 선수생활과 축구 외적인 활동들을 병행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함에 있어 특별한 노하우나 동기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이렇게 병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운동 하지 않는 시간이 상당히 많은데, 그저 그 시간을 알차게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식사도 잘 챙기면서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면 운동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노력하다보니 내공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병행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현재 하고 계시는 활동을 통한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당장은 퍼포먼스 증가가 최고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런 저의 노력을 남들과 공유하고, (다른 이들에게)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목표는 K3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개막이 미뤄지면서 경기수가 줄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7골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훗날 스포츠 인들을 위한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최소한의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지도자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표는 이번 시즌 자신의 강점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다 .

▲ 그의 목표는 이번 시즌 자신의 강점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이다 . ⓒ 류호진

 
-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시즌에는 제 강점을 오롯이 드러내고 싶습니다. 흔히 팀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희생은 자신이 잘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강점을 잘 살려서 좋은 팀플레이로 연결시키는 한 해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사실 제가 주말 부부입니다. 또, 올해 아들 이도를 출산했는데 이제 100일 되었습니다. 배우자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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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필 필 맨 천안시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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