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는 2018년 정규리그 평균타율 .286에 1756개의 홈런이 쏟아져 나오자 작년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추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공인구의 변화는 곧바로 선수들의 성적변화로 이어졌다. .286였던 리그 평균타율은 .267로 떨어졌고 홈런은 무려 700개 이상이 줄어든 1014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17을 기록하며 KBO리그는 1년 만에 투수들이 기를 펼 수 있는 리그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투수들을 위한 '서비스 타임'은 단 1년 뿐이었다. KBO리그는 올 시즌 개막 2주 만에 다시 114개의 홈런을 쏟아내고 있다. 정확히 경기당 평균 2개의 홈런으로 이대로 시즌이 이어질 경우 올 시즌 1440개의 홈런이 나온다는 뜻이다. 비록 무시무시한 홈런의 시대였던 2018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작년 시즌을 훌쩍 뛰어 넘어 1년 만에 '타고투저 시대'가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

한동민(SK와이번스)과 프레스턴 터커(KIA타이거즈)가 이미 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고 4개의 홈런을 친 공동 3위 그룹도 6명이나 돼 홈런왕 경쟁은 시즌 초반부터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구단에는 시즌 개막 2주가 지난 시점까지 타격감을 찾지 못해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애를 태우는 스타 선수들도 적지 않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는 '6번타자 김태균'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초 한화 공격 무사 2루 상황에서 한화 김태균이 좌익수 왼쪽 안타를 친 뒤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초 한화 공격 무사 2루 상황에서 한화 김태균이 좌익수 왼쪽 안타를 친 뒤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산 타율 .323 2164안타309홈런1331타점1011득점 통산OPS(출루율+장타율) .944. 아마 이 선수의 커리어와 비교할 수 있는 현역 선수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2449개)을 가진 박용택(LG 트윈스), 그리고 홈런왕 5회에 빛나는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한화 이글스 프랜차이즈의 상징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출루머신' 김태균 이야기다.

작년 시즌 타율 .305 6홈런62타점으로 2012년 한국 컴백 후 8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낸 김태균은 시즌이 끝난 후 통산 3번째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김태균이 지난 2번의 FA때처럼 거액의 장기계약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김태균은 실리 대신 자존심을 선택했고 한화와 1년 총액 10억 원의 단기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 활약을 통해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계약이었다.

30대의 마지막 시즌을 맞긴 하지만 김태균은 여전히 한화 타선에서 제라드 호잉,이성열, 송광민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해줄 타자다. 김태균이 중심타선에서 많은 출루와 득점권에서의 해결능력을 보여 준다면 한화 타선은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김태균의 몸이 3할 타율과 20홈런, 100타점을 당연하게 기록하던 시절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화 팬들은 김태균의 풍부한 경험이 떨어진 체력을 충분히 만회할 거라는 믿었다.

하지만 김태균은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111(27타수3안타)무홈런2타점으로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장타는 2루타 하나 뿐이고 병살타도 벌써 2개나 기록했다. 이제 상대 투수들에게 김태균은 더 이상 피해가고 싶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4번 타자 자리를 내주고 올 시즌 주로 6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김태균의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김태균은 순식간에 한화뿐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고비용 저효율 선수'로 전락할 수 있다.

타율 65위 굴욕, 오지환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LG 오지환이 두산 정수빈의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LG 오지환이 두산 정수빈의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치홍, 전준우(이상 롯데 자이언츠), 김선빈(KIA) 등 대부분의 FA 선수들이 기대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가운데 LG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4년 40억 원이라는 비교적 많은 금액에 FA 계약을 따냈다.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아쉬움이 남는 금액일 수도 있지만 1년 먼저 FA자격을 얻은 동갑내기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의 계약조건이 3년 최대 18억 원(옵션4억5000만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오지환의 40억 보장 계약은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물론 오지환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정에서 야구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별개로 LG 내에서 오지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LG에서는 작년 시즌 오지환을 제외하면 유격수로 1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전했던 선수가 1명도 없었다(구본혁 9경기). 사실 LG입장에서 오지환은 40억 원이 아니라 그 이상을 투자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할 핵심자원이다.

LG는 오지환이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유격수 최초로 20홈런을 때렸던 2016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오지환의 시즌 초반 활약은 류중일 감독, 그리고 LG 팬들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오지환은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111(34타수4안타)로 규정타석을 채운 65명의 타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불과 .347로 LG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의 타율(.378)에도 미치지 못하고 경기수(11경기)보다 많은 삼진(12개)을 당했으며 9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물론 프로 12년 차의 오지환은 확실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이기 때문에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몰아치기를 통해 성적을 만회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오지환의 회복시기가 늦어질수록 LG의 선두 추격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호타준족 알테어, 뚜껑 열어보니...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초 NC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NC 알테어가 2점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초 NC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NC 알테어가 2점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상으로 빠졌던 나성범이 복귀하는 NC가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많았다. 하지만 NC가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10승을 따낼 거라 전망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NC는 시즌 초반 촘촘한 타선과 강한 응집력, 안정된 마운드를 두루 갖추며 시즌 초반 2위 그룹에 3경기 앞선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주력 타자 중 한 명인 모창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NC의 질주는 더욱 놀랍다.

이처럼 창단 첫 우승을 향한 NC의 거침 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이동욱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 NC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애런 알테어가 그 주인공이다. 알테어는 빅리그 6년 경력을 자랑하는 호타준족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시즌 초반 활약이 미약하다. 

알테어는 시즌 초반 11경기에서 타율 .206(34타수7안타)2홈런4타점3득점2도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소문대로 펀치력과 빠른 주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출루능력(출루율 .289)도, 중심타자로서의 해결능력(득점권 타율 .222)도 평균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SK전에서 홈런과 2루타를 터트리며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알테어가 부진을 씻고 상승곡선을 탔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NC는 작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제이크 스몰린스키로 이어지는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며 가을야구 일정을 아쉽게 마쳤다. 2018년 자비어 스크럭스의 활약(타율 .257 26홈런97타점)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따라서 NC는 힘들게 데려 온 알테어가 '부도수표'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알테어의 활약은 올 시즌 NC의 우승도전을 위한 중요한 퍼즐조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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