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드래프트 추첨기

프로배구 드래프트 추첨기 ⓒ 박진철 기자

 
국내 프로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종목을 불문하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교체는 소속팀에게 팀 전력과 금전적 손실은 물론, 리그 흥행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프로배구도 마찬가지다. V리그 남녀 감독들이 선발한 외국인 선수가 매년 기량 부족과 부상 등으로 교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남자배구는 7개 프로구단 중 무려 4개 구단이 리그 개막 전 또는 시즌 도중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여자배구도 6개 프로구단 중 절반인 3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심지어 남자 2개 구단과 여자 1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2번이나 교체했다. 또한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매년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실패해 시즌 도중에 교체한 경우도 있다.

V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선발 사례들을 살펴보면, 뚜렷한 특징 하나가 발견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 '구관이 명관'이라는 미명 하에 V리그 경력자를 재선발하는 경우다. 그러나 기량 저하와 시즌 도중 교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V리그 경력자를 재선발해서 성공한 사례는 '성공했던 선수'를 다시 발탁했을 경우뿐이었다. 반면, 이미 V리그에서 '기량 부족 또는 부상으로' 실패했던 외국인 선수를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재선발했던 사례들을 보면, 남녀 모두 실패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대부분 비슷한 사유가 재발하거나 시즌 도중 교체됐다. 심지어 일부 선수는 인성 논란까지 벌어지며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5년부터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실시된 이후에도 흥미로운 대목이 발생했다. 지명 순서가 외국인 선수의 성공과 실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시즌에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던 선수 중에는 맨 꼴찌 또는 중간 순번으로 뽑혔거나, 아예 낙방해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온 이들이 더 많았다.

V리그 트라이아웃 낙방생이 곧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란 점도 수차례 증명된 바 있다. 낙방생들 중에 수준 높은 해외 리그에서 득점 상위권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를 시즌 도중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하려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도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코칭 스태프의 잘못된 선택으로 구단이 여러모로 피해를 입게 된 사례가 너무 많은 점은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구관이 명관' 최악... 꼴찌·중간 순번 '최고 활약' 다반사
 
 2017-2018시즌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 트아이아웃 최종 선발 선수

2017-2018시즌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 트아이아웃 최종 선발 선수 ⓒ 박진철 기자

 
왜 그런 일들이 매년 반복될까. 국내 감독들의 외국인 선수를 평가하는 안목 부족, 트라이아웃 실시 방식의 비효율성이 우선 꼽힌다.

지난해까지 트라이아웃 방식은 참가 대상 외국인 선수들을 3~4일 동안 한 장소에 모아놓고 연습경기 모습과 면담을 통해 선발해 왔다. 감독과 구단이 선수를 직접 살펴보고 선발하는 것이 당연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결코 유리하거나 좋은 방식도 아니란 점을 국내 감독과 구단들 스스로가 증명해 왔다. 지난 4~5년의 트라이아웃 실시 결과가 그렇다. 선택에 실패해 결국 교체한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유계약으로 선수를 선발할 때보다 수준이 훨씬 낮은 선수에게 교체 비용까지 합산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또한 트라이아웃을 실시할 때마다 선수과 구단 관계자의 막대한 해외 이동 비용과 행사 비용까지 감안하면, 비효율성은 더욱 커진다.

해당 선수의 국제적 수준(레벨), 그리고 최근 활약한 해외 리그의 수준과 경기력을 각종 자료를 통해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오히려 객관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배구, 최초 '선수 없이' 선발... 자료 분석 중요성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은 올해 남자배구 트라이아웃을 사상 최초로 선수 참가 없이 동영상과 기록만 보고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선수의 국제적 수준과 자료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해당 선수의 국제적 수준(레벨)을 평가하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은 최상급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경력과 활약상이다. 당연히 세계랭킹 상위권 국가의 주전 선수로 뛴 경력이 있는 선수가 기량과 경험 면에서 레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8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올해 1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 대륙별 예선전에서 해당 선수가 어느 국가의 대표팀에서 어느 정도 활약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올림픽 예선전은 모든 국가가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고, 선수들도 올림픽 본선 출전을 위해 총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부상 등 다른 이유로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하지 못했다면, 가장 최근 열린 세계선수권, 월드컵 대회 등에서 활약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해외 리그 경력도 해당 선수의 세계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활약했던 리그의 수준, 특히 직전 시즌의 경기 출장 횟수와 개인 기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남녀 배구 '빅 리그'는 어디일까
 
 2017-2018시즌 남자배구 외국인 선수 트라이웃 최종 선발 선수

2017-2018시즌 남자배구 외국인 선수 트라이웃 최종 선발 선수 ⓒ 박진철 기자

  
세계 정상급 빅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와 중하위권 리그에서 뛴 선수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럽 중하위 리그는 한국 V리그보다 오히려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정상급 리그에서는 상대팀의 블로킹 높이, 공격 파워, 토털 배구 등 여러 면에서 V리그보다 수준이 높다. 그런 리그에서 평범한 기록을 냈다고 해도 V리그의 블로킹 높이와 단조로운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남자배구는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 브라질 리그가 '4대 빅 리그'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이들 리그에 몰려 있다. 2020-2021시즌에 새롭게 적용되는 유럽 남자배구 리그의 상위 랭킹은 1위 이탈리아, 2위 러시아, 3위 폴란드, 4위 독일, 5위 터키, 6위 벨기에, 7위 프랑스 리그 순이다.

여자배구는 터키,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리그가 '4대 빅 리그'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가 세계 최강인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건재하고,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을 속속 영입하면서 빅 리그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2020-2021시즌 유럽 여자배구 리그의 상위 랭킹은 1위 터키, 2위 이탈리아, 3위 러시아, 4위 폴란드, 5위 프랑스, 6위 루마니아, 7위 독일 리그 순이다.

오는 15일 실시되는 남자배구 트라이아웃은 어느 해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이후 주요 국제대회와 빅 리그 경험이 풍부한 수준급 선수가 가장 많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올 시즌 남자배구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주요 선수에 대한 분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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