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월드컵경장에서 펼쳐진 2020 K리그 1 공식 개막전에서 전북이 이동국의 결승골로 수원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후반 15분에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손준호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선제 결승골(후반 38분) 이자, 개인 통산 225골을 기록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내용을 살펴보면 두 팀 모두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전북의 사라진 '측면'
 
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핵심 측면 자원들의 이탈이 있었다. 문선민이 상주에 입대했고, 로페즈가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하면서 지난 시즌 측면을 이끈 두 선수의 공백이 생겼다. 김보경, 쿠니모토, 이수빈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확실하게 보강한 반면, 측면에 대한 보강은 부족했다. 돌파와 킥이 좋다고 평가받은 무릴로를 영입했으나 기존 전력 중 남은 측면 자원은 한교원 밖에 없었다. 결국 리그 개막 전에 펼쳐진 ACL 조별 예선에서 측면 공격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ACL 경기 후 두 달이 지나 열린 개막전에서도 이 문제는 그대로였다.
 
수원을 상대로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원톱 조규성 밑에 무릴로 – 김보경 – 이승기 – 한교원이 2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좌우 공격수 모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원이 5백으로 수비적인 형태를 취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의 측면은 조용했다. 로페즈와 문선민의 장기였던 속도를 살린 돌파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공간을 좁힌 수원을 상대로 무릴로와 한교원 모두 폭을 넓히기보다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가며 수원의 수비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양 측면의 두 선수가 안쪽으로 움직임을 가져갈 때, 측면 공격을 이끌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할 풀백 김진수와 이용의 모습도 답답했다. 특히 이용은 장기인 크로스를 전혀 살리지 못하며 번번이 수원의 수비에 막혔다. 김진수가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이 또한 결정적인 슈팅 장면으로 이어지기에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전술적으로 2선의 측면 공격수는 안쪽으로 좁히는 플레이를 고집했고, 대신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해줘야 할 좌우 풀백의 활약은 미비했다. 이동국의 결승골로 승리를 하긴 했지만 공격 전개에 있어 여전히 답답한 모습을 보인 전북이다.
 
수원의 사라진 '중원'
 
이임생 감독은 전북을 상대로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을 펼쳤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주로 사용한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홍철 – 안토니스 – 고승범 – 명준재가 3선을 구성했다. 여기에 김민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고, 타가트와 염기훈이 투 톱에 위치했다. 전북의 문제가 측면이었다면, 수원의 문제는 중원이었다.
 
예상과 다르게 수원은 수비적으로 전북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이번 시즌 새로 영입한 헨리를 중심으로 간격을 잘 유지하며 전북의 공격에 잘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적인 경기 운영 상황에서도 나와야 할 중원에서의 플레이는 없었다.
 
지난 시즌 중원에서 핵심이었던 사리치가 나간 이후,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이끌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킥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안토니스에게 사리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진성과 경기 운영에 있어 부족한 모습이다. 여기에 최성근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며 중원의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약한 상황이다. 

이종성, 고승범, 김종우 등 미드필드 자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미드필더를 구성하기에는 영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ACL 경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났고, 조별 예선에서 벌써 2패를 당하며 시즌을 어렵게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공격을 차단한 뒤 타가트에게 빠르게 연결하는 패스나 직접 볼을 운반하는 모습은 안토니스와 고승범에게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우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최전방에 있는 염기훈과 타가트는 완벽하게 고립됐다. 심지어 후반 30분에는 안토니스가 거친 태클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으며 수원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ACL에서 노출한 문제를 개막전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다. 보통 다른 팀들보다 먼저 치른 경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력을 가다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다른 팀보다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과 수원의 문제는 이탈한 선수의 공백을 매우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이기에 계속해서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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