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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와 함께한 어린이날
 손자와 함께한 어린이날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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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올해는 축제가 없는 어린이날이었다. 박물관, 놀이시설 모든 곳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지난 5일, 다른 때 같으면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해 하고는 다른 느낌이다. 10살 손주가 한집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축하 전화를 받고 손주는 즐거워한다. 선물 약속도 함께 받으면서, 본인은 이날을 엄청 기다리며 기억 속에 추억을 남기는 순간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어린이날 행사가 많아 갈 곳도 많고 축제 분위기일 텐데 올해는 갈 곳도 없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행사들은 다 취소되고, 가까운 생태원 박물관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부모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즐겁게 해줄까 신경이 쓰인다. "아들~ 오늘 뭐하고 싶어?" 하고 딸(아이 엄마)이 물으니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으니 수영이라도 하고 싶어요" 한다.

날씨는 흐리지만 아이가 원하니 예정에 없던 나들이 온천을 하기로 하고 딸네 가족과 남편이 함께 출발을 하게 됐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에서 금방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제법 굵은 빗소리가 차량 위 선루프 위에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 소리를 들으며 손자가 말한다.

"빗소리가 예술이네요~"
"어쩜 우리 손자는 빗소리 표현을 그리 멋지게 할까."


10살짜리 애의 사고가 참 그리 멋스러울까, 놀랍다. 긍정적인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언제라도 멋진 문장으로 말하고 어른들을 놀란다. 독서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비가 오면 어른들 마음이 심란할까 싶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다시는 못 올 오늘 이 시간을 기억하도록 감정을 건드려 준다. 항상 기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리는 빗소리를 차창 밖으로 바라보며 달리는 차 안에서 고요함을 느낀다. 이런 날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시큰해지며 감사하다. 다 같이 소중한 사람들. 사람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법조인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보통의 삶을 사는 게 실은 가장 행복한 겁니다. 부자로 살 생각 마세요.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면서 겪어보니 부자들 삶은 항상 송사에 말리고 소란스러워 오히려 행복을 잃고 삽디다."

맞는 말이다. 가진 게 많으면 지켜야 할 것이 많으니 사는 게 무거울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나이 들수록 가볍게, 더 가볍게 살고 싶다. 비워 내면서 사는 게 - 실은 가진 게 많지 않으니 비워낼 것도 없지만,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번거로움에서 피하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냥 나답게,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은 게 작은 소망이다.
     
잡다한 상념 속에서 1시간 남짓 달리니 고창 석정 온천에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손자와 함께 오랜만에 수영장에 올 수도 있고, 하여간 특별한 어린이날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을 하고 논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성수기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모두 즐거워 보인다. 손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잠수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손자가 아니면 이런 곳에 와 볼 수나 있으랴 싶으니 새삼스럽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딸네 식구들과 같이 살게 된 특별 보너스 같다.

한참을 수영하다 잠깐 쉬는 사이 어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푸드코트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또 어떤 부모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며 힘겨운 씨름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사람 사는 일이다. 지금은 힘겨워도 먼 훗날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즐기며 생을 살아 내는 힘이 가족이란 둥지다. 나도 내 가족, 내 손자가 아니면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손자가 있어 올해 어린이날 추억을 남긴다. 우리 부부만 있으면 쓸쓸할 시간들을 예쁜 무늬의 그림으로 채우게 됐다.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그저 소박한 평범함으로 나머지 삶도 살아 내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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