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 넷플릭스

  
유독 최우식은 <사냥의 시간> 공개를 앞두고 긴장했다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휩쓸며 그에 대한 주목도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하나씩 경험하던 최우식에게 국내를 넘어 해외 곳곳에서 쏟아지는 관심이 꽤 부담으로 작용한 걸로 보인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해외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받아 하루빨리 차기작을 해외팬들에게도 보이고 싶었는데 넷플릭스로 <사냥의 시간>이 전 세계에 한 번에 공개돼서 기쁘다"고 그는 솔직한 마음부터 드러냈다.
 
전작과 <사냥의 시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년배 배우들이 함께 주연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2030년대 말 경제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출구 없는 청춘들이 큰 범죄를 도모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최우식은 이제훈, 안재홍과 함께 세 친구 중 하나인 기훈 역을 맡았다. 다소 불량스럽고 반항 기질이 있는 기훈의 모습에 최우식은 그간 맡았던 캐릭터와 많이 결이 다르다고 해석했다.
 
"여태껏 보이지 않은 모습이라 더 긴장한 것 같다. 너무 몰입하면 오버한 거 아니냐는 소릴 들을 것 같았고, 힘을 빼면 대충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었다. 더구나 제가 이 시나리오를 캐스팅 마지막 단계에 받았다. 이미 제훈 형, 재홍 형이 확정된 터였는데 꼭 함께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 욕심이 컸다.
 
감독님은 이번 영화로 장르적이고 체험적인 요소를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런 영화가 한국엔 잘 없었고 해외에선 인기가 많았기에 정말 참여하고 싶었다. 꿈을 위해 디스토피아에서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살아남고 싶은 청년의 모습을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다. 기훈처럼 극적인 경험은 못했겠지만 인생의 불확실성은 신인 때부터 느꼈던 게 있었다. 당장 다음 오디션을 볼 수 있을지 불확실했고, 연기가 좋다는 마음에 (힘들지만) 꾸역꾸역 해왔다. 그런 시간이 지금의 제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또래 배우들과 극을 이끌어 가는 게 최우식에겐 더없이 소중한 경험일 법했다. 연출자인 윤성현 감독 또한 세 배우의 조합에서 나오는 애드리브를 적극 활용하며 현실감을 살리려 했다고 한다.
 
"애드리브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현장이 있고 될 것 같은 현장이 있는데 우린 후자였다. 옷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부분도 애드리브였는데 너무 재밌어서 감독님이 더 해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감독님이 뭔가 연기하는 척 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진짜 친구인 것처럼 우리도 다 몰입해서 했다.
 
제훈 형, 재홍 형과 촬영은 정말 어마 무시했다. 놀 땐 같이 놀더라도 촬영이 들어가면 정말 다들 치열하게 했다. 연기 욕심이라는 것도 생겼다. 서로의 범주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얘기도 나눴다. 엄청난 시너지가 있는 현장이었고 배우 최우식에겐 정말 좋은 학습의 현장이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 기훈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 넷플릭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어려움을 통해 성장한다는 게 최우식이 갖고 있는 인생 가치관 중 하나였다. <사냥의 시간> 역시 그런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가 동의했다. 동시에 할리우드 영화 <전생>의 출연 제안 등 해외 진출이 가시화 된만큼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 또한 있었다.
 
"제가 지금까지 맡았던 청춘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좋거나 나쁜 선택을 했는데 뭐가 됐든 전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 좋은 일이 있고, 심각한 상황이라도 이후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나아갈 힘이 우리에겐 있다. 그래서 그 시기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전 건강 생각을 많이 한다. 고민과 걱정 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기생충>으로 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카데미 배우조합상(SAG)을 받았을 때 트로피가 엄청 무겁더라. 제가 본 상 중 가장 무거웠던 것 같다. 잘한 것에 칭찬해주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라는 게 아닐지. 게을러지지 못하게 스스로를 독려하고 있다. 제 연기가 계속 걱정이긴 하거든.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으로 해외 진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데 그만큼 좋기도 하지만 더 잘하도록 해야지."
 

<기생충> 전후로 삶이 크게 변했다는 질문에 그는 "집에선 확실하게 효자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예전엔 속 썩이는 아들이었는데 <기생충> 덕에 1년 넘게 부모님이랑 웃으며 대화할 수 있었다"며 그는 "부담감은 커졌지만 연기 자신감도 붙었고, 팬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도 연기 열정으로 가득해 보였다. "여러 제안이 오고 있는데 꿈꾸던 일상이 현실로 돼서 기쁘다"면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내심 분명한 어투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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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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