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의 문서를 보면, 심심치 않게 '정상화'라는 문구를 보게 된다. 그때마다 교육당국이 학교는 비정상 상태라고 자인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정상화는 평범, 보통, 평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 정상화라고 하면 학교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학교를 평범하게 하고, 평균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도 있다. 학교 민주주의,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요즘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대체로 비정상적인 모습은 제도(시설) 미비, 예산 부족, 인력 부족, 구성원 간 불화 등에서 비롯한다. 대체로 학교 홀로 극복하기 어려운 요소들과 결합되어 있다. 교육당국 스스로가 공문서 등에 포괄적으로 '공교육 정상화', '학교 정상화', '학교 교육(업무) 정상화' 등으로 표현하면, 학교 밖에서는 학교 안의 모든 것이 왜곡되고 잘못되었다고 여길 수 있다. 공교육이 시작된 이후 지금껏 모든 교육은 비정상적이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굳이 학교 정상화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면 '~부터 학교 정상화', '~으로 정상화', '학교 ~을 위한 정상화' 등과 같은 구체적 방향과 목적을 포함하여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같이 한정적으로 쓰더라도 '정상화'는 '평균' 또는 '표준'이라는 의미가 있어, 사용에 앞서 적합한 용어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교육이 반드시 평균이나 표준을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화라는 용어는 사교육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사교육에 대한 대척점'에서 '공교육 정상화',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표적인 오용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교육과 대비하여 학교 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면, 사교육은 정상적 상태고 학교 교육은 비정상적 상태라 폄하하는 것과 다름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모순이나 결핍에서 비롯된 각종 교육 관련 '정상화'라는 표현을 어떻게 대체하면 좋을까? '내실화', '공공성 강화', '제고', '개정', '개선', '혁신' 등과 연관 지어 표현하였으면 한다. 예를 들어 학교 내실화, 공교육의 내실화, 공교육 공공성 강화, 교육력 제고, 교육과정 개정, 일하는 방식 개선, 학교 문화 혁신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냈으면 한다. 이는 현재의 학교나 교육을 발전 또는 심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교육에 있어 비정상적인 부분은 있다. 전 국민 다 알고 있듯이 명문대 진학에 집중된 중등교육, 주지 교과 중심의 초등교육 등. 이 부분은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아무튼, 학교 교육 전부가 잘못된 듯한 인상을 주는 '정상화'라는 용어를 남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하여 나간다면, 그 누가 비정상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정상화'라는 용어가 유효한 부분을 한 가지 만 집고자 한다. 이번 '코로나19' 혼란 상황에서도, 온라인 개학 이후 2주 동안 전국의 '교사들'이 '약 230만 건'의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제작하여 올렸다 한다. 불행히도 이러한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교사 대부분은 학교에서 교육전문가로서 수업하기보다, 행정사로 교육 관련 행정업무나 잡무를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교사가 본업인 '수업', '평가', '생활지도' 등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정상화'하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교사들은 오프라인 개학에 대비하여 각종 계획 수립과 점검과 교육 관련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 원격수업 준비와 진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세계 표준이 되어가듯이, 우리나라 원격수업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감염병 상황에서도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학교 교육 정상화라는 용어로 우리 교육을 더는 폄훼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