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흔히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적성, 특기 모든 것을 따져 보았을 때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체격이 큰 선수, 작은 선수, 발이 빠른 선수 또는 발이 느린 선수 모두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

특히 야구에서 타순을 정할 때, 이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1번 타자와 2번 타자는 분명 그 역할이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발이 빠를 뿐만 아니라 장타력도 갖춘 '강한 2번'을 선호하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그래서 2019 시즌 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 타순별로 가장 어울리는 선수들을 꼽아봤다.

각 팀의 최고의 돌격대장, 1번타자
 
 2019시즌 1,2번 타자들의 성적

2019시즌 1,2번 타자들의 성적 ⓒ 장정환

 
1번 타자의 최고 덕목은 출루다. '테이블 세터'라고 불리는 1, 2번 타자는 중심 타선(3, 4, 5번)이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루상에 나가는 것이 최대 목표다. 또한 주루 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1번 타자를 가리켜 '돌격대장'이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각 팀에서 컨택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 선수들이 주로 1번 타자를 맡는다. 

지난 시즌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등장한 선수는 이천웅(LG)이다. 무려 600타석에 가까울 만큼 1번 타자로 나섰고 안타도 160안타로 10개 구단 1번 타자 중 가장 많이 기록했다. 21 도루를 기록한 부분 역시 1번 타자로서 손색없었다. 그렇다면 시야를 넓혀 보았을 때 지난 시즌 1번 타자로 어떤 선수가 눈에 띄었을까? 

우선 박민우(nc)와 이정후(키움), 민병헌(롯데) 이렇게 3명의 선수들을 꼽아보고 싶다. 이 세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볼넷과 삼진 비율이 모두 1대 1에 근접해 '눈 야구'가 가능했다. 게다가 박민우 선수는 높은 도루 성공률(12번 시도 10번 성공), 민병헌, 이정후 선수는 1번 타자로 나섰을 때 예상하지 못한 장타까지 기대해 볼 만했다. 이 밖에 눈에 띄었던 선수는 허경민(두산). 희생플라이가 7개로 구단 1번 타자들 중 가장 많아 드넓은 잠실 구장을 잘 활용한 것이 특징.

2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하는 2번 타자

최근 2번 타자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하나는 번트 등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 또 하나는 뛰어난 장타 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선취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스타일이다.

4명의 선수가 눈에 띄었다. 전자는 김선빈(KIA)과 김상수(삼성) 후자는 김하성(키움), 페르난데스(두산)다. 번트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다양한 작전으로 팀을 운용하고 싶다면 2번 타순에 김선빈, 김상수를,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김하성, 페르난데스 선수가 좋은 선택지다. 이 밖에 한동민(SK)과 오지환(LG) 선수도 기록상 다소 떨어지지만 괜찮은 선택지다. 그 외 황재균(kt) 선수가 소속 팀에서 2번 타순에 많이 들어섰는데 기록도 좋아 '숨어 있는 강자'였다. 

평균 이상의 장타력 그리고 발도 빠르면 좋은 3번 타자
 
 10개 구단의 3, 4, 5번 타자 성적

10개 구단의 3, 4, 5번 타자 성적 ⓒ 장정환

 
클린업 트리오의 시작인 3번 타자도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한 가지는 이승엽(전 삼성) 선수로 대표 할 수 있는 거포 스타일. 또 한 가지는 박재홍(전 SK)처럼 거포이지만 발도 빠른 선수. 지금도 예외는 아닌데 최정(SK)과 강백호(kt)를 꼽아 볼 수 있다. 최정은 10개 구단 3번타자 중 압도적인 홈런 숫자가 상징이라면 강백호 선수는 상황에 따라 기동력을 살려 다양한 작전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어떤 선수들이 있을까. 전준우(롯데) 선수는 병살타 공동 1위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 시즌 소속팀이 부진해도 3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김현수(LG) 선수는 유일하게 10개 구단 3번 타자들 중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다. 따라서 후속 타자에게 찬스를 연결 해 줄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 박건우(두산) 선수는 병살타가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준수한 선구안과 희생플라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 호잉(한화) 선수가 눈에 띄는데 10개 구단 3번 타자 중 가장 공격적인 주루(도루 14개), 2자리 수 홈런으로 스피드, 파워 어느 것도 밀리지 않음을 증명하였다. 다만 지난 시즌 한화가 이용규 선수의 공백으로 전반적으로 외야가 약해져 그에 따른 부담이 오른 탓인지 볼넷과 삼진 비율이 안 좋은 점은 옥의 티.

당신은 팀의 간판, 4번 타자

"쳐라. 꼭 쳐야 돼. 원 아웃에 2루 득점 찬스야. 넌 팀의 4번타자고. 임마 이런 상황에 작전이 뭐가 필요 있어. 힘 빼고 공을 끝까지 보고만 쳐라."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 나오는 대사다. 4번 타자에는 말 그대로 팀에서 잘 치는 타자를 배치한다. 예상대로 4번 타자는 압도적인 파워를 자랑하는 박병호(키움) 선수가 가장 눈이 간다. 그렇지만 만약 박병호 선수를 선택할 수 없다면 러프(전 삼성)를 고르고 싶다. 우선 선구안이 좋고 (볼넷 78: 85 삼진) 10개 구단 4번 타자 중 2루타(35개)가 가장 많다. 이는 꼭 홈런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주자로 2루에 들어가 계속 찬스를 이어 주며 투수를 압박 할 수 있기 때문. 이 밖에 최형우(KIA), 양의지(nc), 유한준(kt)도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일발 장타력을 갖춘 좋은 4번타자 후보들이다. 특히 양의지 선수는 포수라는 중책과 지난 시즌 나성범(nc)의 이탈에도 소속팀의 타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도록 하였다.

숨어있는 실력자, 5번 타자

5번 타자는 3, 4번 타자가 부진할 때 타점을 올려줘야 하는 선수이다. 따라서 찬스에 강해야 하고 3, 4번 타자가 해결 못했을 때 오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담력'을 요구하는 타순이다. 

지난 시즌 5번 타순에서 가장 빛나는 2명은 채은성(LG)과 로하스(kt). 채은성은 5번 타순에서 119안타와 2자리 수 홈런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5번 타자로 활약했다. 로하스 선수는 기록도 기록이지만 좌, 우타석 가리지 않는 타격이 매력. 다만 두 선수 모두 볼넷과 삼진 비율이 좋지 않아 이 점은 개선 사항이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니 3명의 선수가 눈에 띄는데 김태균(한화), 오재일(두산), 샌즈(전 키움)였다. 김태균은 장타력은 감소했지만 5번 타순에서 .321을 기록해 정확도가 녹슬지 않았고 오재일은 홈런 9개를 뽑아 내 한국시리즈 mvp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샌즈는 볼넷과 삼진 비율이 10개 구단 5번 타자들 중 가장 좋다. 번외로 '숨은 강자'는 모창민(nc). 39타점으로 10개구단 5번 타자 중 4위였다.

하위 타순의 4번타자, 6번 타자
 
 2019시즌 10개 구단별 6번 타자성적

2019시즌 10개 구단별 6번 타자성적 ⓒ 장정환

 
의외로 6번 타자는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선수를 배치하는 타순이다. 우선 중심타선 (3, 4, 5번 타자)의 선수 중 한 명이 출루하면 그 선수를 어떻게든 홈으로 불러들여야 하기에 꽤 괜찮은 장타력과 정확도를 보유해야 한다. 이 밖에 선수 구성상 3, 4, 5번 타순에 들어가지 못 할 때 그 선수를 6번에 배치시켜 득점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6번에 배치하기도 한다. 2016 시즌 NC의 '나-테-이-박 (나성범 – 테임즈 – 이호준 - 박석민)'이 가장 좋은 예. 하지만 장타력과 정확도 모두를 갖춘 6번 타자를 찾기는 힘들기 때문에 하위 타선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시즌 이 타순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뽑아낸 선수는 박경수(kt). 6홈런을 기록해 쉬어가기 곤란한 선수로 등장했다. 다만 10개 구단 6번 타자 중 정확도가 가장 낮아 (.238) 소속팀 입장에서는 불만사항. 박세혁(두산) 선수는 포수임에도 3할에 육박하는 정확도를 자랑했다. 필자가 6번 타순을 고른다면 송광민(한화) 선수를 한 번 고려 해 보고 싶다. .325를 기록해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고 박경수 선수와 비교 해 볼 때 절반 수준으로 들어갔지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6번타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적극적인 스윙이 인상적인 이형종(LG) 선수와 SK의 안방마님 이재원 선수도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 할 수 있다.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한 7번, 8번 타순
 
야구에서 7, 8번은 수비 비중이 높은 포수와 타격이 다소 약한 타자가 맡는다. 전통적으로 타격 능력보다 수비 능력에 초점을 맞춘 선수들이 많다. 특히 포수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 이유는 가장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수비이기 때문에 배려 차원에서 가장 많이 배치하는 타선이다. 예상대로 지난 시즌에는 최재훈(한화), 박세혁(두산), 이재원(SK), 유강남(LG) 선수가 7, 8번 타순에서 자주 등장 했는데 모두 포수였다. 

이재원 선수는 7번 타순에서 성적이 인상적이었으며 유강남 선수는 8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다만 7, 8번 비교적 기복없이 좋은 활약을 한 선수를 꼽아보자면 최재훈(한화) 선수였다. 유강남, 이재원 선수에 비해 다소 화려한 맛은 떨어져도 볼넷, 삼진 비율이 좋아 하위 타선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기 좋기 때문. 박세혁 선수는 7번과 8번에서의 타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8번 타순으로 가면서 홈런과 삼진 숫자가 오르는 점이 특이사항. 주목할만한 선수는 이학주(삼성). 8번에서 타율 .389, 홈런 4개 도루 5개를 기록했다. 투수가 다소 방심하고 상대하다가 일격 당하기 좋은 선수였다.

하위 타순의 1번 타자, 9번 타자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9번 타순. 팀에서 9번 타순에 선수를 배치할 때 몇 가지를 고려하고 배치한다. 한 가지는 미래의 1번 타자를 키우기 위해 활용한다. 1번 타순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어린 선수를 9번에 배치해 많은 경험을 쌓도록 활용하게 하는 것. 다른 한 가지는 2번 타순에 들어갈 선수를 9번에 배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만약 9번 타자가 출루하면 1번 타자가 나오기 때문에, 작전 성공 및 득점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발 빠른 타자를 9번에 놓는다. 따라서 9번 타자는 1번 타자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타격 능력이 있는 선수를 배치한다.
 
지난 시즌 가장 눈에 띄었던 9번 타자는 심우준(kt) 선수는 101개 안타를 기록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9번타자였다. 김성현(SK) 선수도 9번 타순에서 2번째로 많은 안타를 기록했다. 심우준 선수가 선구안만 좀 더 기른다면 kt는 9번, 1번 모두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 한 셈. 특이 하다면 오지환(LG) 선수. 위의 두 선수에 비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9번 타순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삼진이 볼넷보다 2배 넘게 많이 나온 것은 불만사항.

에필로그 - 그 외의 이야기들
 
 2019시즌 두산 베어스의 9번타자들 (100안타 이상 선수 기준)

2019시즌 두산 베어스의 9번타자들 (100안타 이상 선수 기준) ⓒ 장정환


1) 김재호(두산) 선수는 9번 타순에서 성적이 가장 좋다. 9번 타순에서 그의 성적은 3할 4푼(.347)이 넘는다. 정수빈(두산) 선수가 왜 9번 타순에 가장 많이 들어섰는지 오히려 미스터리. 정수빈 선수의 9번 타순 타율은 .229다. 이 밖에 박경수(kt) 선수보다 더 좋은 6번타자는 황재균 선수. 6번 타순에 박경수 선수 다음으로 많이 들어갔다. 다만 박경수 선수의 2번 타순일 때 성적이 형편없었다. 그가 2번 타순일 때 기록한 타율은 .125다.

2) 100안타 이상 기록한 선수 중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순을 경험한 선수는 고종욱(SK), 황재균(kt), 이성렬(한화). 이 중 가장 특이한 선수를 꼽아보자면 고종욱 선수. 발이 빨라 1번 2번, 9번 타자가 어울리는 선수. 실제로 2번 타순에 197타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많이 들어간 타석은 5번 타순인데 무려 159타석이었다.
 
 2019시즌 롯데에서 가장 바빴던 선수는 손아섭

2019시즌 롯데에서 가장 바빴던 선수는 손아섭 ⓒ 장정환

 
3) 상위 타선, 중심 타선에 100타석 넘게 골고루 들어가 본 선수는 손아섭(롯데). 1, 2, 3, 5번 타순에 각각 100타석이 넘게 들어갔다. 반면 박세혁(두산) 선수는 6, 7, 8번 타순에 모두 100타석 넘게 골고루 들어 가 보았다. 
5
) 타순에 따라 성적이 심하게 변하는 선수는 LG 김현수. 3번과 4번 타순에서 6푼이 차이 난다. 반면 로하스는 3번 4번 모두 3할이 넘는 타율을 자랑해 위치를 가리지 않았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타순에 따른 변동이 없었던 선수는 호잉(한화). 3번, 4번 모두 .288, .296의 타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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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모든 기록 출처는 STATIZ.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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