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4.15 총선 개표방송의 한 장면

KBS 4.15 총선 개표방송의 한 장면 ⓒ KBS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던 4.15 총선이 막을 내렸다. 금배지를 향한 후보자들의 열띤 선거전 못지않게 주요 방송사들의 개표 방송 경쟁도 뜨거웠다. 특히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에 기반을 둔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 의견 개진이 곁들여진 선거방송은 많은 시민들이 잠까지 미뤄가면서 지켜볼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특색 있는 그래픽과 배경음악, 거물급 정치 패널 섭외 등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개표방송을 만든 듯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선택은 이번에도 KBS였다. 전통적인 시청률 강자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린 KBS는 탄탄한 준비가 돋보인 개표방송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시민, 박형준 출연" KBS 강세
 
 KBS는 TV와는 별도의 모바일 개표 방송을 마련해 타 방송사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KBS는 TV와는 별도의 모바일 개표 방송을 마련해 타 방송사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 KBS

 
1~5부식 구성으로 진행된 지상파 3사 개표 방송 중 KBS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1부 3.4%, 2부 11.7%, 3부 10.5%, 4부 9.6%, 5부 6%,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번에도 KBS를 통해 선거 결과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설치된 대형 야외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 국회의원 선거개표 방송>은 인지도 높은 정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전하면서 TV토론 못지않은 흥밋거리도 제공했다. 

이른바 "180석 발언"으로 선거 직전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보수 야당의 선거전을 이끈 박형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내놓는 선거 결과 분석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등 곳곳에서 큰 방향을 일으켰다. 일부 시청자들은 출구조사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패널들의 표정을 분석하며 "OO당이 이겼다" 식의 섣부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앞 넓은 공간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CG 영상은 그간 안정적인 구성의 KBS 선거방송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최원정, 정세진 등 경륜 있는 아나운서들이 맡은 진행 역시 안방에서 TV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줬다.

이밖에도 KBS는 아나운서, 방송 진행자, 아이돌 가수 등 젊은 출연진을 앞세운 <모바일 개표 방송 같이봅시다>를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기존 낡은 이미지 타파를 위한 노력으로 비쳐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첨단 기술로 차별화 도모한 MBC와 SBS
 
 MBC(위)와 SBS(아래)의 4.15총선 개표방송 캡처

MBC(위)와 SBS(아래)의 4.15총선 개표방송 캡처 ⓒ MBC/SBS

 
MBC와 SBS는 상대적으로 '젊은 방송'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KBS 개표방송에 맞대응하고 나섰다. <선택 2020>이라는 이름을 내건 MBC는 기존 왕종명, 이재은 등 자사 앵커뿐 아니라 박혜진 전 아나운서를 다시 스튜디오로 불렀다. 박 아나운서는 신경민 의원과 전원책 변호사가 패널로 나선 < 10분 토론 >의 진행을 맡아 깊이 있는 판세 분석을 이끌었다.  

각 후보자들의 얼굴을 중심으로 제작된 CG 기반 지역구 개표 현황 화면은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시킬 만큼 재미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공지능(AI) 캐스터의 등장, LG디스플레이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최첨단 OLED모니터 화면을 전면에 배치해 마치 SF 영화 속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듯한 볼거리도 만들어 냈다. 다만 방송 도중 "여성 법관 출신 닮은꼴 매치",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등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건 시정해야 할 사항으로 손꼽혔다.

SBS 역시 CG에 큰 비중을 둔 개표 방송으로 나름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젊은 세대들의 인터넷 유행어도 거침없이 사용하는 등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도 나왔다. 각종 팝송, 인기가요 등 파격적인 BGM 도입이 산만함을 부채질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밖에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패널이나 출연자가 타 방송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에 채널 선택의 당위성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예측에 대해선 아쉬움 남아
 
 MBC의 4.15 총선 출구조사 예측 화면

MBC의 4.15 총선 출구조사 예측 화면 ⓒ MBC

 
한편, 선거 방송의 핵심인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는 이번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출구조사를 통한 예측과 실제 개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출구조사 무용론'도 등장하는 등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지고 있다. 

이번 4.15 총선 역시 이전 선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초 15일 오후 6시 15분 발표된 예상 의석수는 민주+시민 153~170석, 통합+한국당 116~133석(MBC 기준)이었지만 실제 결과는 이를 벗어난 180 대 103로 나타났다. 꽤 많은 지역구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는 당선자가 속속 등장했다. 이는 출구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사전투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11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26.69%가 몰리면서 출구조사 예측의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선거법상 선거 당일에만 진행 가능한 출구 조사로는 더이상 민심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제약, 조사 방법의 한계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이 각 방송사, 기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무려 70억 원 이상 투입된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예측에 실패한 출구조사는 시청자들의 눈에 '미흡'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향후 선거 방송에선 치밀한 보완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4.15총선 개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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