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과 장재석은 과연 올해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수혜자가 될까, 아니면 피해자가 될까. 두 선수는 다음달 개장을 앞둔 남자프로농구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올해 FA시장은 일단 리그 판도를 흔들 정도의 특급 선수는 없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이대성과 장재석 모두 자신의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가대표급 자원이기는 하지만, 한팀을 이끌어 갈 에이스급 선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다만 올해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을 원하는 구단에게는 확실한 카드라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선수들이기도 하다.

'육각형' 듀얼 가드 이대성
 
이대성, 다 비켜! 2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 이대성, 다 비켜! 지난 1월 2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성은 KBL에서는 드물게 190㎝대의 장신에 수준급의 볼 핸들링과 돌파력, 슈팅능력, 수비력까지 겸비한 다재다능한 '육각형' 듀얼 가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었을 만큼 큰 경기에서의 승부사 본능과 에이스 기질도 갖췄다. 국내 선수치고는 보기 드물게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언행으로 많은 이슈를 낳기도 했다.

약점은 개성이 뚜렷한 성격과 플레이스타일 때문에 팀전술에 따라 활용도에 기복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대성은 기본적으로 볼 소유욕이 강하고, 자신이 직접 공격을 주도하는 농구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모비스 시절의 유재학 감독은 이러한 이대성을 자유롭게 풀어주다가도 때로는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농구를 펼쳤다. 당시 모비스의 리더이자 백코트 파트너가 이타적인 성향의 양동근이었기에 이대성의 플레이스타일에 최대한 맞춰주면서도 역할 중복이나 주도권 다툼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전주 KCC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대성은 현대모비스에서 평균 13.5점 5.1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팀을 옮긴 후, 10.8점 1.9어시스트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이적으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이나 부상 공백기 등을 감안해도 이대성은 KCC의 농구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KCC 전창진 감독은 '올어라운드형 플레이어'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농구보다는 5명의 선수가 고루 공을 만지면서 조직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무빙오펜스를 선호하는 지도자였다. 리딩가드에 가까운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원했던 이대성과 정석적인 2번(슈팅가드)에 더 가까운 플레이를 기대한 전 감독과 추구하는 농구의 방향이 달랐다. 팀내에 이정현, 송교창 등 공격에 특화된 토종 득점 자원이 이미 많다는 것도 역할 배분에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FA자격을 얻은 이대성의 KCC 잔류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다.

이대성을 '팀 농구'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를 전술의 중심으로 놓고 공수에서 확실한 역할과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다만 그 정도의 전폭적인 비중을 맡기기에는 멘탈이나 신체적 내구성에서 기복이 있다는 게 불안요소다.

현재 프로농구에서 가드진이 취약한 팀은 KCC를 비롯하여 삼성-오리온 등이 있다. 다만 이대성의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있거나 가드 자원이 풍부한 팀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유재학 감독처럼 이대성의 역량을 적절하게 컨트롤해줄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모비스를 떠난 이후 커리어의 하향세를 걸었던 김효범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골밑 경쟁력 갖춘 '빅맨' 장재석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4쿼터 한국 장재석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4쿼터 한국 장재석이 골밑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재석은 골밑에서 준수한 경쟁력을 갖춘 장신 빅맨이다. 올시즌에는 42경기에서 평균 18분51초를 뛰며 8점 4.7리바운드 1.4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급 활약을 기록했다. 올시즌 비록 소속팀 오리온의 성적은 저조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골밑에서 고군분투한 장재석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어느 팀이든 확실한 토종빅맨의 수요는 존재한다. 특히 KBL이 이번 시즌부터 다시 외국인 선수 출전을 쿼터당 1명으로 제한함에 따라 토종 빅맨의 비중은 더 커지게 됐다. 높이와 기동력을 모두 갖춰서 '달릴 수 있는 빅맨'이라는 희소성은 현대농구가 요구하는 전술적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 공익근무로 인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올시즌 훅슛 등을 장착하며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단점도 뚜렷하다. 우수한 신체조건에 비하여 농구 센스(BQ: Basketball Quotient)가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외국인 선수를 앞에 두고도 박력있는 플레이를 선보이지만, 정작 쉬운 슛을 성급하게 던져서 실패한다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자유투를 놓치거나 갑자기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등 아쉬웠던 장면들이 많았다. 체력도 좋지 않아서 시즌 후반기에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기복도 있었다. 장재석이 오세근-김종규-이승현 같은 동시대에 활약 중인 리그 엘리트 토종 빅맨들과 같은 반열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다.

올해 FA시장은 유난히 변수가 많다. KBL은 올해부터 자유계약선수의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제도를 폐지했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다음 달 1일부터 10개 구단 모두와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대성과 장재석 모두 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FA라는 것 역시 선수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복수의 구단에서 두 선수의 영입을 노릴 경우 경쟁이 붙어서 선수의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절친인 두 선수가 한 팀에서 함께 뛰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막상 두 선수가 FA 대박을 터뜨리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프로농구를 비롯한 전세계 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다음 시즌 프로농구 연봉총액상한(샐러리캡)이 이번 시즌과 마찬가지인 25억 원으로 동결됐을 정도다. 자금 사정이 위축된 구단 입장에서 FA 영입에 큰 돈을 쓰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선수가 과연 오버페이를 감수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는 구단마다 셈법이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이대성과 장재석은 이번 FA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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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장재석 프로농구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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