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쿠사의 빵집 <펠리칸 베이커리>는 식빵과 롤빵 두 가지만 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일본 아사쿠사의 빵집 <펠리칸 베이커리>는 식빵과 롤빵 두 가지만 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 영화사 진진

 
<펠리칸 베이커리>(감독 우치다 슌타로)는 철칙이 어떻게 신뢰를 만들어냈는지 보여주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일본 아사쿠사의 74년 된 빵집 '펠리칸 베이커리' 사장과 직원들, 고객 등을 인터뷰했다. 군침 도는 화면이 적은 대신 변화무쌍한 시대에 오로지 식빵과 롤빵 두 가지로 승부 건 이유를 다룬다. 그래서 오래된 기업의 경영 철학을 듣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2017년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펠리칸 베이커리가 두 종류의 빵을 팔기 시작한 건 차별화 전략이었다. 1942년 처음 개업했을 때는 여러 종류의 빵을 팔았다. 하지만 다른 빵집들이 계속 생겨나자 상품 종류를 2개로 줄였다. 대신 맛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펠리칸 베이커리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제빵사 나기 히로유키씨는 "옛날에는 이렇게 쫄깃한 빵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굉장히 탄력 있는 쫄깃한 빵으로 바뀌었죠. 이걸 제가 고안했어요. 계절마다 비율도 바꿔야 하고 까다로워요. 매일 매일 고민해서 지금의 빵을 만든 거죠. 저희는 다른 빵집과 다르니까요"라고 말한다. 개업 후 4대째 내려오고 있는 펠리칸의 매출은 80~100개 종류를 파는 빵집과 비슷하다.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빵을 만들었다. 마치 일본 식탁에 매일같이 오르는 쌀밥처럼. "밥 같은 빵이란 생각이 자주 들어요. 표현하기 어렵지만 일본사람이 일본사람을 위해 만든 빵인 것 같아요. 질리지 않고 어떤 잼이나 버터랑도 어울리는데, 밥이 그렇잖아요." 아사쿠사에 가면 펠리칸 베이커리에 들른다는 한 고객의 이야기다.

빵의 역사는 3000년이 넘는다. 일본에 빵이 들어온 건 1543년. 펠리칸 베이커리는 쌀을 떠오르는 빵을 만들어냈다. 펠리칸 베이커리의 빵이 사람들의 일상에 정착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맛의 향상을 이끌고 단골손님을 확보한다. 언제나 한결같은 맛의 빵을 생산해낸다. 펠리칸의 오래된 철칙이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렇게 자신만의 원칙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는 이야기는 흔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마음 속에 자리 잡는 이유는 원칙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나친 경쟁은 속도경쟁을 부추길 뿐 아니라 옛것을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것만 남긴다. 우리는 지금 그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속도와 변화가 아니라 집념일지도 모른다. 부단히 노력하면서 집중하는 일 말이다. 집념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 
 
베이커리 전문 컨설팅 대표 호즈미 미쓰오씨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펠리칸은 변하지 않는 브랜드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더라도 펠리칸은 제자리를 지켰고 10년, 20년 후에는 결국 앞서게 되는 거죠. 제자리를 지키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브랜드가 되고 앞서가게 된 것입니다. 앞지를 수가 없어요. 새로운 것이 추억과 향수를 이길 수가 없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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