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이정대 총재가 24일 오전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결국 KBL은 잔여 경기와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모두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KBL 이정대 총재가 24일 오전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결국 KBL은 잔여 경기와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모두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 일찍 막을 내린 2019-20시즌 프로농구는 사상 초유의 시즌 중단 사태와 함께 '저조한 신인활약'이라는 측면에서도 농구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역사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신인왕은 누구나 평생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영광이다. 주희정에서 김승현, 김주성, 오세근, 양동근, 김종규, 이승현 등에 이르기까지 KBL 역대 신인왕 출신들은 이후 프로농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신인들의 활약이 '유독' 저조했다. 당장 팀 내에서 주전급은 고사하고, 경기당 15분 이상을 출전하거나 평균 3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아예 전무할 정도다. 사실상 올 시즌 신인들은 프로농구에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올 시즌 신인중 가장 많은 경기와 출장시간을 기록한 원주 DB 김훈이 23경기에 나와 평균 10분48초를 뛰며 2.7득점 1.4리바운드의 성적을 올린 게 올시즌 신인중 그나마 가장 나은 기록이다. 김훈은 심지어 신인왕 후보중 유일하게 2라운드에서 뽑힌 선수였다.

1순위로 기대를 모았던 창원 LG의 빅맨 박정현은 20경기에 나서서 평균 7분54초를 뛰며 2.2득점 2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서울 삼성의 가드 김진영이 15경기에서 2.7점, 1.1리바운드, 고양 오리온의 전성환은 17경기에서 1.4득점 1.8어시스트에 그쳤다. KT 문상옥이 신인중 유일하게 평균 3점을 기록했지만 고작 6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아서 신인왕 자격요건조차 미치지 못한다.

신인왕 자격조건 맞는 선수, 4명에 불과

프로농구 신인왕의 자격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출전 가능한 경기에서 최소한 절반 이상만 소화하면 된다. 시즌 개막 후에 열리는 지난 2019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KBL에 입성한 선수들은 팀의 13번째 경기부터 출전이 가능했다. 팀당 42-43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올해 신인 선수들은 15경기 이상만 소화하면 신인왕 후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이 기준을 채우는 선수가 고작 4명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올해 신인왕은 그나마 김훈 선수가 마땅해 보인다. 김훈이 수상할 경우 2003-2004시즌 이현호(은퇴) 이후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쟁쟁한 1라운드 출신들을 제치고 '2라운드 출신 신인왕'이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누가 수상하더라도 올시즌에는 '저조한 경쟁력'이라는 꼬리표는 피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부정하기 어렵다.

종전까지 프로농구 신인왕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2015-2016시즌의 LG 정성우(당시 1라운드 6순위, 평균 4.2점, 2.8어시스트, 1.7리바운드)만해도 데뷔 시즌에 무려 37경기에서 평균 21분 21초를 출장했을 만큼 올해 신인들과는 팀 기여도에서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KBL 규정을 보완해서라도 올해는 신인왕 시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불가능한 선택도 아니다. KBL은 지난 2015년 시즌 도중에도 시상 규정을 갑자기 바꿔 MVP와 별개로 외국인 선수상을 갑자기 부활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MVP가 유력하던 리카르도 라틀리프(현 라건아, 당시는 한국 귀화전)가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하고, 대신 양동근이 MVP에 올랐다.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MVP를 주지 않으려고 규정을 바꿨다는 '꼼수'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차피 시즌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굳이 기존의 시상 기준을 적용해야 할 근거가 사라졌다. 신인왕 자격에 어울리는 확실한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연례행사처럼 상을 줄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춰야 진정한 상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편으로 올해 신인왕이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신인들의 기량과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노력 탓을 하기에 앞서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일단 시즌중에 열리는 KBL 드래프트 일정상 신인선수들은 비시즌 소속구단과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하고 중도에 합류해야 한다. 아무래도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내 학원스포츠와 현장 지도자들의 선수육성 시스템도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아마추어 무대에서 향후 몇 년간 프로에 진출하더라도 활약이 기대되는 대형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는 대학 정상급 선수들은 프로에서도 대부분 즉시 전력감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1라운드 출신들도 프로에서 기본기와 전술을 다시 배워야하는 형편이다.

농구선수로서 한창 성장해야 할 20대 초반에 대학 리그에서 비슷한 또래 선수들하고만 경쟁하다 보니 기량발전이나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한계가 있다. 프로나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성적에만 연연하다 보니 선수들의 기본기나 기술의 성장에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신인 기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 물론 송교창이나 양홍석 같은 사례처럼 데뷔 당시에는 고전하더라도 2~3년 경험을 쌓으면서 천천히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고졸이나 얼리 드래프트 출신이 아닌 이상, 대학 4년을 마치고 프로에 진출해 몇 년간 적응하면 군입대 시기가 다가오거나 은퇴 기로에 내몰리는 선수들이 많다. 왜 제2의 서장훈이나 김주성 같은 선수들이 나오지 않느냐고 한탄하기 전에 현재의 한국농구가 과연 그런 선수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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