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고집스럽게 한 가지에 몰두하는 직업 정신은 일본 장인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는 빵집을 지금까지 지켜 온 사장, 직원, 손님, 견학생 등을 인터뷰하며 살아있는 신화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빵도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게 아닌 경영자와 직원, 손님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연대가 동반된 협업임을 확인할 수 있다.

1942년 처음 문을 연 펠리칸 베이커리는 2대 사장의 별명을 따 재미있는 이름을 갖추었다. 2대 사장은 "오직 팔리는 빵"만을 만들 것은 기본으로 삼았으며 현재 4대 사장이 펠리칸 베이커리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갔지만 펠리칸 베이커리는 늘 제자리를 지키며 변함없이 단 두 가지의 빵을 만들어 왔다. 요즘 인기 있는 빵이나 신제품을 내놓고 싶은 텐데 이 빵집은 유행에 따르지 않고 조촐한 식빵과 롤빵만으로 최고의 맛을 추구하고 있다.

78년을 이어온 맛의 비밀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빵은 3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이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 그리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전쟁 때 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빵을 이용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펠리칸 베이커리의 맛은 발효빵 특유의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한다.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여느 빵집과 다르지 않지만 계절과 바뀌는 날씨에 따라 배합을 조절해 늘 일정한 맛을 유지했다.

이에 일조한 제빵사 나기 씨는 40년 동안 몸담으며 지금의 식빵 맛을 완성한 장본인이다. 기존에 팔던 잼 빵과 크림빵을 없애고 오직 식빵과 롤빵에만 집중한 사람도 나기 씨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맛을 제공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펠리칸이 특별한 빵집이 된 이유를 창업자의 경영이념을 후대가 철저히 이해하고 스타일로 확립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펠리칸 베이커리의 브랜드가 되고 다른 빵집과 앞서가는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추억과 향수의 짙은 잔상을 침범할 수 없음을 펠리칸이 증명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질리지 않는 맛, 자꾸만 생각나서 다시 찾게 되는 맛, 잔상이 강하게 남는 어머니의 손맛이 바로 펠리칸 베이커리의 숨은 비결이다.

빵과 빵으로 이어진 커뮤니케이션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솔직함은 맛으로 이어진다. 동네 빵집의 변하지 않는 맛은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맛'을 탄생시켰다. 즉 빵과 빵으로 이어진 대화 같은 것이다. 빵은 단순히 음식을 떠나 살아 있는 무엇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그날의 빵 맛을 좌우한다는 말과 통한다. 빵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고 애정을 담아 만든다면 맛있는 빵이 나온다는 공식을 확립한 것이다.

펠리칸 베이커리는 팔리는 빵을 만들어야 하고 심플해야 한다고 정했다. 빵을 오랫동안 사 먹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맛있는 본연의 맛이라고 말한다. 빵 자체가 맛있기 때문에 무엇을 곁들여도 잘 어울리는 심플함이 경쟁력이 되었다.

손님은 왕.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함은 빵 만드는 사람 본연의 자세인 것이다. 손님을 위해 일하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쉽지 않은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본은 속이지 않는 정직함, 그 단순한 진리에서 오는 거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기계의 부품처럼 사는 것, 아주 큰 기계도 그 하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논리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단골손님이 한결같이 찾아오는 비밀은 기본을 지키는 정신에 있었다. 일본은 자신이 맡은 직업적 소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명문대를 졸업해도 선대의 가업을 이어하는 경우가 많고 자부심 또한 강하다. 때문에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외고집이 보이지 않는 신용이며 재산이 되는 것이다.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영화 <펠리칸 베이커리>는 세상에 뒤처진 느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고집과 신념을 지키는 게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365일 같은 맛을 내는 일은 작은 일도 착실하게 반복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영화를 통해 업(業)의 소명에 충실한 상품을 만드는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4월 2일 개봉.
펠리칸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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