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SBS의 새 예능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 제작발표회 현장 ⓒ SBS

 

연예인 농구단의 아마추어리그 도전기를 표방했던 SBS <진짜농구, 핸섬 타이거즈>(아래 '핸섬')가 27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서장훈 감독이 이끄는 핸섬은 SBS배 전국아마추어리그 6강전에서 강호 '업템포' 팀을 상대로 분전했으나 73-85로 완패했다.

토너먼트에서 최종 탈락하면서 약속대로 <핸섬>의 공식여정도 모두 막을 내렸다. 대회 최종 우승은 결승에서 업템포를 제압한 '아울스'가 차지했다. 서장훈 감독과 선수들은 6강전이 끝나고 며칠후 마지막 모임을 통하여 그간의 추억과 소회를 전하는 뒷풀이 자리를 가지며 프로그램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핸섬>은 그동안 국내에서 자주 볼수없었던 정통 농구 예능을 표방하며 방송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국농구 최고의 슈퍼스타 출신이었던 서장훈 감독을 중심으로 이상윤, 문수인, 서지석, 줄리엔강, 차은우, 강경준, 김승현 등 농구마니아로 알려진 연예인 멤버들이 총출동하여 아마추어리그 우승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최근 리얼 예능의 추세는 '다큐화'를 꼽을수 있다. 스포츠에 도전하든, 창업을 하든 혹은 먹방-쿡방을 찍든, 적당히 짜인 대본이나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도전하고, 있는 그대로의 결과를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강조된다. 장르적으로는 예능으로 분류되지만 굳이 웃음을 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 자체에서 나오는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다.

'진짜 농구'라는 제목처럼 <핸섬>은 이러한 리얼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보다 진지하고 치열한 농구도전기를 표방했다. 비슷한 스포츠예능으로 분류되는 <우리동네 예체능-농구편>이나 축구를 다룬 <뭉쳐야찬다> 등과 비교해도 <핸섬>은 분위기가 훨씬 심각하고 무거웠다.

출연자들간의 만담이나 유머러스한 자막처럼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고, 방송 대부분이 실제 훈련이나 경기 장면으로만 채워져 있어서 예능보다는 차라리 다큐에 가까웠다. 작은 플레이 하나에 울고웃는 선수들, 진짜 프로 경기에 임하듯 선수들을 독려하고 다그치는 서장훈의 리더십, 최선을 다했지만 강팀의 벽을 넘지못하고 패배를 받아들여야하는 순간도 모두 리얼리티를 추구했던 <핸섬>이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장면들이었다.

아쉬운 것은 <핸섬> 선수단과 제작진이 보여준 진정성이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였다. 진지한 농구 도전기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순수했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것만이 농구의 매력을 전달하는 최선의 방식이었는지는 의구심이 남는다.

팀으로써 성장기를 보여주겠다는게 목표였다면 <핸섬>은 실패한 기획이다. 연습경기와 공식대회를 포함하여 핸섬이 거둔 승리는 고작 1승뿐이다. 연예계에서 나름 농구 좀 한다는 출연자들을 끌어모았지만 실제로 아마추어 강팀들과의 수준 차는 상당했다. <핸섬>이 상대한 팀들은 대부분 오랜 구력과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강팀들이었다. 아무리 서장훈이 지도한다고 해도 급조한 팀으로 고작 1~2개월 호흡을 맞춰 정식 대회에 도전한다는 기획 자체가 무리수였다.

사실 핸섬의 전력으로 그 정도의 성적을 거둔 것만 해도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는 칭찬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그나마도 문수인이라는 특출한 선수 한명에 의존한 감이 크다. 문수인과 나머지 주전들, 벤치의 격차는 너무나 컸다. 팀플레이로 간극을 좁히기에는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았다. 부족한 실력과 촉박한 시간에 선수들은 농구의 재미를 차근차근 즐기기보다는 매 경기 성적 압박감에 시달리며 경직되고 수동적인 농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운의 승리 이후 오히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내용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로그램이 '90년대 감성'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나 만화 <슬램덩크> 등이 한창 인기를 끌던 그 시절에는 진지하고 비장미 넘치는 스토리와, 승부에 목숨 거는 열혈남아 캐릭터들이 대세를 이뤘다.

애초에 경기 결과 외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느 데 실패한 게 아닐까 싶다. 제작진은 매주 경기 내용상 큰 의미가 없는 평범한 슛이나 허슬플레이 한번에 과장된 BGM와 리플레이를 남발하는 식으로 분량을 채웠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핸섬> 제작진이 자초한 진정성이라는 덫에 갇혀서 농구의 다양한 매력을 살려내기엔 부족했다.

축구를 다룬 <뭉찬>은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운동 천재들을 모아놓고도 아마추어 조기축구에서 1승을 거두는 데 8개월이 넘게 걸렸다. <예체능 농구편>은 팀수준에 걸맞게 경기결과보다 선수 개개인의 캐릭터와 실력향상에 더 초점을 맞췄고, 한일 연예인 농구단 친선전 등을 통하여 색다른 이벤트를 첨가하여 볼거리를 늘렸다.

<핸섬>도 현실적이지도 못했던 아마추어리그 도전기보다, 서서히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거나, 혹은 3대3리그 자선경기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병행했다면 어땠을까.

<핸섬>은 결국 소수의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들만의 비장미, 그들만의 진정성을 벗어나지 못한 '농구 다큐멘터리'로 막을 내렸다. 지상파 예능에서 농구 소재로 이런 기획을 다시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노력은 돋보였지만, 달라진 시대감성이나 농구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빈곤한 기획은 <핸섬>이 품은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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