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 이수C&E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연인이었던 안느 비아젬스키의 회고록 <1년 후>를 원작으로 한다. 안느 비아젬스키는 그의 배우자이자 배우,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누벨바그의 아이콘 장 뤽 고다르를 안느의 시선으로 지켜보며 사랑과 영화, 혁명 그리고 이별까지를 담았다. 철저히 캐릭터화된 그는 1960년대를 관통한 핵심 인물이다.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개인, 남편, 친구, 영화감독, 혁명가로서의 장 뤽 고다르를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영화 <중국 여인>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예술가이자 감독 장 뤽 고다르가 연인 앞에서는 어땠을까. 영화의 전반부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사교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로맨티스트 장 뤽 고다르를 비춘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 이수C&E

 
부부로서 인연을 맺고 창작 욕구를 불태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벗겨지는 콩깍지는 안느를 심드렁하게 만든다. 내가 사랑했던 장 뤽은 어디 가고 한심해 보이는 남자만 남아 있나 싶다. 위트 있고 유머러스했던 사람은 점점 마음을 지치게만 한다. 매력은 반감되고 관계는 삐걱거리고만 있다.

이는 안느의 변화하는 표정으로 알 수 있는데 성장과 해방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안느는 웃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도, 질투심 많은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이다. 영화는 철저히 장 뤽을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인물로 몰아간다. 그러다가 영화가 끝날 때가 돼서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존경하는 영화감독으로 남은 장 뤽 고다르를 보여준다. 안느는 다시 미소 짓는다.

영화의 배경은 68혁명이다. 68혁명은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말하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 미국, 남미, 아시아까지 번졌는데 영화에서는 베트남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던 혁명의 중심 파리를 다룬다. 반전시위에 참여하고 거침없는 토론을 이어간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 이수C&E

 
장 뤽은 영화계에도 새로운 혁명을 들여오고 싶어 한다. 정부를 비판해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둘은 크게 틀어지게 된다. 토론의 나라답게 프랑스식 토론 장면이 칸에서 돌아오는 좁아터진 차 안에서 폭발한다. 이 장면은 그에 대한 다양한 계층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며 침묵으로 잠잠해진 인물의 이면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그 후 안느의 영화 촬영으로 떠나고 부부는 떨어져 지내다 장 뤽이 안느를 보러 오며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지만 둘 사이는 미묘한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는 그동안 참아 왔던 의심, 불안, 집착의 험한 말을 쏟아내며 안느와 크게 다투게 된다. 바람피우는 게 아니냐며 몰아세우고 심한 말다툼 끝에 자살시도까지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과연 장 뤽은 자기 삶에도 혁명의 바람을 이끌어 올 것인가?

영화는 혁명의 봉기와 영화의 열정, 사랑의 불꽃이 발화되었다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과정을 다룬다. 장 뤽은 세상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은 거장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내심 젊은 층의 신랄한 비판에 상처받고 전전긍긍한다. 신작이 재미없다는 혹평에 날 세우는 모습은 누벨바그 감독의 아우라, 급진적인 혁명가는 없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스틸컷 ⓒ 이수C&E

 
그는 안경을 쓰지 않으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쁘다. 영화에서는 여러 차례 안경이 망가지는 고초를 겪으며 새 안경을 사는 장면이 나온다. 안경을 썼을 때야 비로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눈을 의미하는 카메라를 들었을 때는 장 뤽 고다르는 죽었다고 말한다. 과연 영화 속에 담아야 하는 가치가 현실을 반영해야 할지, 각박한 현실을 잊게 해 줄 영화적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영화감독과 혁명가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보인다.

영화에 자신의 목소리를 투영하는 것과 평단과 대중의 평가를 신경 쓰는 것. 어느 길을 갈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 혁명이냐 영화이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우리의 삶은 늘 영화 같지 않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의 삶은 계속되듯 위대한 감독의 솔직한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그의 영화 <중국 여인>의 설정을 차용했다. 빨강, 노랑, 파랑이 주를 이루는 감각적인 미장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의상 스타일과 컬러감이 매력적이다. 장 뤽 고다르를 맡은 루이 가렐과 안느 비아젬스키를 맡은 스테이시 마틴의 환상적인 케미가 인상적이다. 그밖에 <아티스트>의 연출로 유명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연인 베레니스 베조와 또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장 뤽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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