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 엠엔엠인터내셔널

 
이 영화 시작부터 꽤 강렬하다. 전쟁의 이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들은 많았지만 이토록 집요하고 끈질긴 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영화 <페인티드 버드>는 유대인 소년(페트르 코틀라르)의 시각과 관점으로 세계 2차 대전을 담아내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전쟁에서 피해자는 언제나 여성과 아이였다. 특히 나치즘이 횡행했던 2차 세계 대전은 그야말로 소수자, 약자에겐 지옥과 같은 시기가 아니었을지. <페인티드 버드>는 단순히 여러 비극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년의 심리적·신체적 성장과 연동시켜나가며 궁극의 비극은 따로 있음을 암시한다.

2008년 <전장의 묵시록>으로 이미 전쟁을 조망했던 바츨라프 마르호울 감독은 폴란드 출신 작가 저지 코진스키 소설 <페인티드 버드>를 접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전쟁의 광기뿐만 아니라 그것이 순수한 영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나아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밀도 높게 표현한 수작이었기 때문이다. 

판권을 알아보고 영화의 기획 및 제작에만 11년이 걸렸다고 한다. 원작 소설 자체가 품고 있는 가학적 묘사로 선뜻 제작을 나서겠다고 한 프로듀서가 없었고, 제작비 역시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2019년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기까지 이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영화는 전쟁통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이 동유럽 어느 마을(실제 지명은 등장하지 않고 가상의 장소가 제시된다)을 떠돌며 겪는 일을 각 장으로 나눠 제시한다. 장마다 소년이 만나고 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준 사람들 이름이 표시돼 있다. 전쟁고아가 된 소년을 동정한 자가 있었고, 무심한 듯 챙겨준 이가 있었으며, 노골적으로 그를 착취한 자도 있었다. 

소년과 연관된 인물들은 대부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동정심으로 시작했든 아무 감정이 없었든 그들은 소년의 모든 걸 책임질 수 없었다. 잠시 거처를 마련해주고 음식을 나눠주다가 그를 성적 노리개로 삼거나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어쩌면 솔직한 것일지 모른다. 어딘지도 모를 집을 찾아, 기억나지도 않는 부모를 찾는다는 소년에게 그 사람들은 폭력성과 굴종, 세상을 향한 적개심을 가르쳤다.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 엠엔엠인터내셔널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이미지. ⓒ 엠엔엠인터내셔널

 
아동 학대와 잔인한 살육장면, 관객 퇴장도

소설 원작처럼 영화는 온갖 가학적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이 때문인지 베니스영화제 상영 당시 많은 관객이 상영 도중 퇴장하는 일이 여럿 있었다. 169분이라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동을 여러 번 학대하고, 잔인한 살육 장면이 반복되는 걸 견디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물론 감독과 연출진은 해당 장면에서 실제 배우는 철저히 제외하고 대역을 쓰거나 최소한의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현장에선 소년의 심리 상태를 체크하는 전담 관리사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주연을 맡은 페트르 코틀라르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 배우다. 감독이 체코의 한 도시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섭외했다고 한다.

각 장마다 학대받거나 폭력의 현장에 노출된 소년은 서서히 영혼을 잃는다. 영화의 말미 소년을 찾아온 아버지의 말에 특정 반응을 보이는 소년의 모습에서 큰 여운이 남을 법하다. 단순히 영화적 자극만을 위해 폭력적 장면을 나열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한 줄 평: 소년의 눈빛 변화에 집중할 것
평점: ★★★☆(3.5/5)

 
영화 <페인티드 버드> 관련 정보

감독: 바츨라프 마르호울
출연: 페트르 코틀라르, 하비 케이틀, 우도 키에르
수입: 엠엔엠인터내셔널
러닝타임: 169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19년 3월 26일  
 
페인티드 버드 동유럽 세계2차대전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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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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