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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당 기호를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때문입니다. 비례순번은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배분됩니다. 그런데 아직 두 위성정당에 대한 '현역 의원 꿔주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비단, 상위 순번 확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십억 원이 걸린 선거보조금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거대양당 '의원 꿔주기'의 서막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마이크 잡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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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의 정당 게재 순위를 정하는 방식은 무척 간단합니다. '후보자등록마감일(이번 총선의 경우 3월 27일)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순, 국회에서 의석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 정당명 가나다순'(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는 정당은 제외)입니다. 

통합당의 '의원 꿔주기'는 이미 일정 부분 진행됐습니다. 지난 19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부결 사태 이후 한선교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하자 원유철·정갑윤·장석춘·염동열 의원이 곧바로 미래한국당에 입당해 새 지도부가 됐죠. 미래한국당 의원 수는 하루 사이 6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민주당은 4.15총선에 불출마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더불어시민당행을 권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이 신창현·심기준·이규희·이훈·최훈열 등 불출마 의원들을 만나서 비례정당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정의당, 어제는 2번 오늘은 3번... "선거운동 방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대해 "양당 정치의 틀 안에 소수 정당이 포섭된 사실상의 위성정치"라며 참여를 다시 고민할 일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모습.
▲ 심상정 "재론은 없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대해 "양당 정치의 틀 안에 소수 정당이 포섭된 사실상의 위성정치"라며 참여를 다시 고민할 일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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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꿔주기'와 관련이 없는 정당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19일 기준으로 정당투표용지를 만든다면 '1번 민생당, 2번 정의당, 3번 미래한국당...'이지만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1번 민생당 2번 미래한국당 3번 정의당...'이 됩니다. 

보다 못한 정의당은 20일 정호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냈습니다. 정 대변인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각 정당이 정책과 비전을 통해 대결하고 기호와 함께 선거운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임에도 거대 양당의 반칙과 꼼수로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명백한 선거운동 방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통합당의 '의원 꿔주기'를 형사고발까지 해놓고, 이제는 당 대표가 나서서 현역 의원의 불법 파견을 설득했다고 한다"라며 "단지 투표용지에서 위쪽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수구보수세력과 똑같이 취급돼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통합당 '의원 파견 눈치싸움', 절정은 3월 27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젠 미래한국당으로 간 염동열 의원. 염동열 의원은 미래통합당에 있을 때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총선 불출마 선언한 염동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젠 미래한국당으로 간 염동열 의원. 염동열 의원은 미래통합당에 있을 때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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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통합당의 '의원 꿔주기'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20일 민생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지 않고 자력으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게 중요합니다. 20일 기준 민생당 현역 의원은 18명입니다(법원의 '비례대표 셀프제명 취소 가처분' 인용 미반영).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민생당보다 앞 순위의 번호를 받으려면 27일까지 현역 의원 수가 19명 이상 돼야 합니다. 

비례용 위성정당들이 정당기호 2, 3번을 차지하려면 정의당 의석수(6석)보다 많은 의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의원 파견 눈치싸움'이 예상됩니다.

의원 파견 눈치싸움의 절정은 27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날 정당기호가 결정될 뿐만 아니라 선거보조금 액수도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등록마감일을 기준으로 후보를 낸 정당에는 총 442억8961만8696원의 선거보조금이 나눠집니다(지급일은 3월 30일).

민주당과 통합당이 적극적으로 의원을 꿔줘 각 비례용 위성정당의 현역 의원수가 20명 이상이 된다면, 이들 위성정당은 교섭단체가 돼 약 55억 원(교섭단체가 4개일 경우)을 받게 됩니다. 5명 이상의 현역 의원만 확보해도 22억 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수십억 원대 선거보조금을 타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탈당·입당 러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4일, 2020년 1/4분기 정당 경상보조금 지급 당시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이 보조금 지급일에 부랴부랴 미래한국당으로 당을 옮겼습니다. 덕분에 미래한국당은 창당 열흘만에 보조금 5억7143만 원을 받았습니다.

태그:#비례용위성정당,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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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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