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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하늘의 태양이 춘분점 위에 뜬다는 '춘분'입니다. 여러분들은 코로나19 어떻게 견디고 계시는지요? 이 순간에도 방역, 검사, 치료의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 올리며 병상 위 환자분들의 쾌유를 비는 뜻으로도 힘 보태고 싶어서 노트북을 엽니다.

보통의 봄이었다면 저는 교단에 서서 고등학교 학생들 앞에 앉혀놓고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읊어대며 반짝반짝 빛나는 봄 이야기, 항거의 역사를 가르치고도 남았을 시기입니다. 또한, 봄바람 아랑곳없이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즐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몹시도 답답한 봄을 보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가끔 출근하여 다음 달 6일로 미룬 새 학기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적잖은 시간을 집에서 보냅니다. 이대로 멈추기에는 우리 마음의 봄까지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 오후 5시 이후에라도 조금씩 일상을 되찾기위해 움직이려고 합니다.
 
 비름나물 무침
 비름나물 무침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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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평일 출근하는 소상공인 아내 대신 제가 장을 보거나 부엌에 서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전에도 이런 경험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봄은 초록 생명들이 나눠주는 봄기운이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철' 음식이 면역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 봄보다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가끔씩이라도 집 가까운 재래시장, 야채 가게에 들렀다가 제철 식물들을 만나면 더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한참이나 허리 숙여 들여다 봅니다.

제 눈길을 가장 먼저 잡은 것은 비름나물이었습니다. 방풍, 세발나물, 취나물 등 요즘 쏟아져 나오는 식물들이 많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향이 지나치지 않아서 즐겨먹는 봄나물입니다. 지난 주에는 끓는 물에 데친 시간이 조금 길었는지 아내가 너무 흐물거린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덜 데치고 양념도 덜 넣었더니 자기 입맛에 딱 맞다고 좋아합니다. 
 
 풋마늘 겉절이
 풋마늘 겉절이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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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양념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간마늘과 국간장, 들기름, 깨소금 약간만 넣으면 되니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취향에 따라 된장이나 고추장을 섞기도 한답니다.

이틀 전에는 충남 서산에 다녀 온 친구가 직접 캔 달래와 밭에서 자란 풋마늘을 조금 나눠 주었습니다. 대도시의 재래시장이나 야채 가게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다듬는 순간부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봄 향기가 넘쳐흘러 눈이 휘둥그레지며 기뻤습니다. 

풋마늘은 깨끗하게 다듬어 썬 다음 액젓, 고춧가루, 매실액, 들기름 등을 넣고 겉절이로 버무렸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 더 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보내줬더니 한 소리 들었습니다. 풋마늘 겉절이를 만드는데 왜 간마늘을 넣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우스워서 이마를 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달래 양념 간장
 산달래 양념 간장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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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달래는 산 중턱에서 직접 캔 것이라 특유의 봄 기운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한동안 함께 살고 있는 장모님께서 다듬으시겠다고 하여 맡겼더니 그만 달래 뿌리를 다 잘라버리신 것 빼고는 달래 양념 간장의 맛은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장모님은 달래 뿌리에 많은 흙이 그대로 붙어있어서 과감하게(?) 잘라버리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잔뿌리 없는 달래 간장이라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월에 산 임자도 생김을 펼쳐 밥 얹고 달래 간장 뿌려 먹으니 예전에 야채 가게에서 사 온 달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알싸한 봄 향기가 가득합니다.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직 필요한 때입니다. 가끔은 손 꼼꼼하게 구석구석 씻고 마스크 쓴 채로 가끔이라도 재래시장이나 야채 가게에 들러 봄나물 사오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그곳 소상공인분들이 다시 일어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실 겁니다. 택배 노동자분들이 새벽에 배송하는 시간도 조금 줄어들 것입니다. 봄나물 먹고 면역력 함께 길러 이 싱그러운 봄 기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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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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