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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이 현재의 교육을 못 따라와서 교육을 훼방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법과 지침은 잘 되어 있는데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으로 교육과 관련된 법과 지침을 살펴보면서 교육을 위하는 법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 추가연기 결정을 발표하며 판단 근거, 후속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 추가연기 결정을 발표하며 판단 근거, 후속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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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오후 2시,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4월 6일로 3차 개학연기를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가 발표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시시각각으로 전해주는 코로나19의 상황으로 대다수 개학 연기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 국민이 교육부의 발표를 기다렸다.

교육부 발표 일시가 늦춰지면서 그래도 교육부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특히나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고 있는 발표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실망도 했거니와 오히려 교육부 발표 이후 학교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유는 교육부가 발표하면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발표 내용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기자는 교육부가 학교현장의 고민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교육부 발표 전 두 가지 기사를 썼다. 기사 내용은 휴업이 길어지는 재난 상황에서 학교교육을 도울 수 있는 관련법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유는 오랜 학교현장 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현장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 불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기사 <코로나19로 수업일수 10% 줄일 수 있을까?>는 현행법으로 교육부가 해명자료로 발표한 대로 천재지변(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으로 수업일수를 10% 줄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 기사 <수업일수 10% 줄이면? 1학년은 6교시, 6학년은 7교시 해야>는 현행 법에 수업시수를 감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니 하루빨리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 3월 17일자 교육부 발표에 위에서 지적한 법적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와 달리 '수업일수 10일 감축, 수업일수에 비례하여 수업시수의 감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발표되었는데, 이 역시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현재 없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시 개정작업을 한다했다고 보도하는데, 교육부 발표 자료에는 이 내용이 없다.

따라서, 3월 17일자로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 중에서 교육부가 제시하지 않고, 또 기자가 찾지 못한 법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묻고자 한다.

첫째, 현 상황이 법적으로 '개학 연기'인가? '휴업'인가?

교육부는 현재의 휴업 상황을 '개학 연기'라고 하고 있다. '개학 연기'라는 말을 주로 쓰고 중간에 '휴업'이라는 말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 '개학 연기'라는 교육부 말을 그대로 따져보면 보면 지금 상황은 '학년말 방학의 연장'인 셈이다. 그동안 하던 학년말 방학이 길어진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개학 연기'는 아직 신학년도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되니 '휴업'이 아니다. 여전히 '방학 중'이다. '휴업'은 신학년도는 시작했으나 그야말로 '휴업'인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개학 연기'라고 하느냐 '휴업'이라고 하느냐에 따라 법적인 학사일정이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개학 연기'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학년도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3월 1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중등교육법 제24조(수업 등) ①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학기) ①법 제24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학기는 매학년도를 두 학기로 나누되, 제1학기는 3월 1일부터 학교의 수업일수·휴업일 및 교육과정 운영을 고려하여 학교의 장이 정한 날까지, 제2학기는 제1학기 종료일 다음 날부터 다음 해 2월말일까지로 한다.
 
 
따라서 법적으로 보면, 이미 학교는 3월 1일자로 새 학년도가 시작이 된 것이고, 학생들의 진급도 이뤄진 상태다. 개학은 했으나 형식적인 개학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개학하자마자 '휴업'한 상태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개학 연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법적 근거가 따로 있는지 묻고 싶다.

둘째, '수업일수 10일 감축'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부는 세 번에 걸쳐 5주의 '개학 연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3차 발표 때는 '수업일수 10일 감축 허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전에 쓴 기사에도 밝혔듯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서 수업감축의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수업일수)
① 법 제24조제3항에 따른 학교의 수업일수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 학교의 장이 정한다. 다만, 학교의 장은 천재지변,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에 따른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으며, 이 경우 다음 학년도 개시 30일 전까지 관할청에 보고하여야 한다.


교육부는 이미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수업일수를 감축하는 주체는 교육부장관이 아닌 '학교의 장'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교육부가 결정해서 발표한 '수업일수 10일 감축'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셋째, '수업시수의 감축을 허용'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부는 총 5주의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학사일정의 변경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4주차 이후의 휴업일(10일)을 법정 수업일수(초중등 190일, 유치원 180일)에서 감축하도록 권고하고, 감축한 수업일수에 비례하여 수업시수의 감축을 허용할 예정이다. -교육부, 3월 17일자 보도자료 중에서
 
 
'감축한 수업일수에 비례하여 수업시수의 감축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교육부 발표 이후 여러 매체들에서는 '고시를 개정해서' 수업시수를 줄인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현재 수업시수를 감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수업시수를 감축하려면 고시를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고시가 개정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아무리 '허용한다'고 해도 현행법으로 학교현장에서는 수업시수 감축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 발표문에는 이 내용이 없다. 수업시수 감축을 위한 교육부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 마련 계획을 알고 싶다.

넷째, '원격학습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부는 학습공백 방지 대책으로, '원격학습'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원격학습'에 대한 법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었고, '원격수업'에 대한 내용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8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제48조(수업운영방법 등)
④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대상,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이 정한다.

 
 
기자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위 조항에서 나오는 '~교육감이 정한다'는 내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모든 교육청이 다음과 같은 서울특별시교육청 내용(딱 세 줄)과 거의 비슷했다.
 
<정보공개청구> 접수번호 6497978 접수일자 2020.03.01.
제목: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8조4항 관련 교육감이 정한 내용 청구

<답변>
처리기관: 서울특별시교육청 통지일자 2020.03.17
공개내용:
원격수업 등 정보통신매체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보완·지원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입학·귀국 등에 따라 공통 교육과정의 교과와 고등학교 공통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의 보충학습 지원으로 학교 교육과정 중 질병·집중이수·미이수 등으로 특정 교과목을 학습하지 못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위 48조 4항에 따른 '원격수업'은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학습'과 완전 다르다. 특히 '원격수업'은 학기 중에 하는 것으로, '전입학·귀국 등에 따라 공통 교육과정의 교과와 고등학교 공통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의 보충학습 지원으로 학교 교육과정 중 질병·집중이수·미이수 등으로 특정 교과목을 학습하지 못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학습'은 법적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원격학습을 발표했고, 각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현장에 '원격학습' 또는 '온라인 학습'을 강제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학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밝혀달라.

마지막으로, 미래에 장기 휴업이 필요할 재난에 대비한 법적 근거 마련 계획에 대해 묻고 싶다

전례없는 초유의 긴 휴업 사태를 맞이하면서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물론이고, 학교현장은 매우 혼란스럽다, 교육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미래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기계와 기술에 대한 대비만을 얘기했지, 정작 생명과 관련된 감염병에 대한 대책은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다. 생명보존이 불안한 미래가 무슨 소용인가? 

늦었지만, 이번 코로나19경험을 기회로 삼아 미래에 닥쳐올 코로나19보다 더 큰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에 학교교육이 대비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미래에는 현재 법령에 있는 휴업가능기간 10%로 가능하지 않은 재난이 얼마든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 교육부가 미래 재난에 대비한 학교교육관련 법과 지침을 정비 계획은 있는지 묻고 싶다.
  
교사는 명령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교육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따라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그러나 3월 17일자 교육부 발표는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렇게 정했으니 따르라는 명령으로 들린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④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학교는 교육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감, 아니 교장의 명령에 따라 교육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법령에 따라' 교육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초·중등교육법이 처음 제정된 1997년(1997.12.13.).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부(교육청과 학교장도)는 과거처럼 명령에 따라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비상상황에서 교육부가 학교교육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래라저래라 하는 명령이 아니라, 학교교육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다. 이미 1997년부터 교육자치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고, 자율적 학교운영도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학교는 법적 근거에 따라 학교구성원들의 협의를 통해 지역사회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학교를 운영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

교육부는 명령하지 말고, 학교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서 의논해서 판단할 수 있게 충분한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주어야 한다.

태그:#교사는볍령에따라교육한다, #교육부, #교육부에게묻는다, #법으로본교육, 교육으로본법,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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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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