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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활동가 지성호 NAHU(나우) 대표를 소개하며 꽃다발과 '자유'라고 적힌 쿠션을 선물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년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활동가 지성호 NAHU(나우) 대표를 소개하며 꽃다발과 "자유"라고 적힌 쿠션을 선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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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해온 영입인재들이 정치권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데려온 영입인재가 이렇게 내몰리는 것은 굉장히 드문 경우다. 인재영입을 통해 정당을 쇄신하고 세대교체를 하려는 대표의 의중이 무참히 꺾이고 있다.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이용해 자신의 영입인재를 심으려던 황교안 대표의 목표가 무너졌다.

16일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비례대표 명단에 분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래통합당 측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번에는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낙점되었다. 2번은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3번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실기 강사 김예지씨가, 4번은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앞순번에서 황교안 대표가 공들여 데려온 영입인재들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미래통합당에서는 영입인재 1호였다가 취소당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충남 천안을 경선에서 컷오프된 바 있다. 이후 새롭게 1호로 영입된 탈북 장애인 지성호씨는 비례대표 40번 안에 들지 못하고 예비명단 4번을 받아 당선이 불가능해졌다.

20번 안에 드는 인사는 17번을 받은 정선미 변호사 정도다. 그외 인사들은 20번 바깥에 배치되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알려진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 관장은 21번을 받았다.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이 22번을, 전주혜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가 23번을 받았다. 

민주당이 비례연합 정당 참여를 선언한 이상 미래한국당의 20번대 후보가 당선하려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야 한다.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26번을 받아 사실상 당선이 불가능하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보다 더 뒷번호인 32번을 받았다.

인기 그룹 엑소의 멤버 수호의 부친으로 알려진 연금 전문가 김용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홍보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영입된 허은아 한국 이미지전략 연구소장, 미투 폭로로 알려진 김은희 전 테니스 선수는 번호를 받지 못했다.

타클라마칸, 고비 사막 탐험으로 유명한 극지 탐험가 남영호씨, 산업재해 공익신고자인 이종헌씨도 번호를 받지 못했다. 이미지 쇄신으로 쓰이기는커녕 쓰여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염동열 의원은 "자가당착 공천으로 영입인사들의 헌신을 정말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며 분노했다. 나아가 "이제라도 한선교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재심과 재논의를 통해 바로잡아주실 것을 간곡히 소원한다"고 부탁했다. 사실상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과 한몸임을 인증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타당에 대한 공천 개입으로도 비춰질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황교안 영입인재들, 지역구 공천에서도 성적 신통치 않아

미래통합당 지역구 공천에서도 황교안 영입인재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TK에 배치된 후보도 정태옥 의원이 컷오프된 대구 북갑에 양금희 전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공천된 것이 다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부산 남구갑을 노렸으나 박수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자리를 내주었다. 김은희 전 테니스 선수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탈락 전에 미래통합당에서 경기 고양갑 지역구 공천을 노렸으나 컷오프되었다.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은 대구 동갑에서 경선 중에 있다. 지난 총선이나 재보궐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지역을 노린 김병민(서울 광진갑), 신범철(충남 천안갑) 후보만 안전하게 공천장을 받았다.

황교안 영입인재들의 운명은 일정부분은 예상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판에 몸담았던 친황계 인사들도 처참한 결과를 빚었기 때문이다. 원영섭 당 조직부총장은 서울 관악에서 부산 부산진갑으로 옮겼으나 컷오프되었고, 김우석 당 대표 정무특보는 서울 마포갑 경선에서 탈락했다.

재보궐로 입성한 통영고성의 정점식 의원, 청주 상당의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을 제외하면 20대 총선 이후 황교안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면서 공천장을 받은 이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가 데려온 영입인재들이 지역구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미래한국당의 돌출 행동으로 비례대표를 노리는 일마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대표가 데려온 인물이 아닌 비례대표 신청자들이 줄줄이 한 자릿수 번호를 받은 반면, 영입인재들은 끽해야 20번대 안팎인 상황이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잠시 저자세를 유지했다. 공천관리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일부 인사들을 자르자 재의를 요구하면서 공천관리위원회를 흔들었다. 결국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강남병 공천 논란이 겹치자 사퇴했다.

이후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설이 돌았으나 결국 김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에 오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기로 했다. 이제는 누구에 의존하지 않고 선거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선교 대표의 명단 발표는 친황 인사가 잘려나간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공이다. 영입인재들은 백척간두의 지경이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정치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수진, 이탄희 등의 민주당 영입인재들이 지역구에 안착해서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김형오 공관위에 재의 요구를 했던 지도부가 영입인재들이 번호도 못 받고 밀려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볼 것 같지는 않다. 영입인재들이 길을 잃었으니 황교안 대표의 위신도 말이 아니다. 황교안 개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태그:#미래한국당, #미래통합당, #한선교, #총선,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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