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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전원에 대한 꿈을 품고 있어서인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보면 망설이지 않고 사게 된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도 그러한 이유에서 끌림이 강했다. 표지 역시 넉넉하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전하려는 그림을 담고 있었다.

<곤잘레스씨의 인생 정원> 해고 통지를 받은 젊은 은행가가 귀촌하여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내 예측과는 달리,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노인 농부를 만나 그에게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배워오는 내용이었다.

그 노인 농부가 바로 곤잘레스씨다. 서른두 살 독일 청년 니클라스는 8년 동안 몸 담았던 은행에서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고 스페인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서 곤잘레스씨를 소개 받고 그의 일을 도우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의 삶의 방식과 인생관을 바꾸게 만든다. 새 직장에 대한 그의 계획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맺은 열린 결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자칫 번민과 방황의 시간이 될 수 있었던 시기에 떠난 여행은 니클라스에게 전화위복을 준 셈이다. 그런데 그 배경이 어떻게 독일과 스페인일까? 저자 클라우스 미코쉬는 독일과 스페인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채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했다. 그것이 나라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했나 보다. 소설 속 내용에서도 개방적인 작가의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고향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곤잘레스씨는 그리 많은 여행을 다녀온 이들도 얻지 못한 것, 다시 말해 인생과 세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 대목에서는 이 세상 모든 고민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법륜 스님을 떠오르게 했다. 꼭 그것들을 실제로 경험해봐야 아는 것은 아닌 것이다. 통찰력과 열린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욕심이 커질 땐 잡초를 뽑게나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인디고
▲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인디고
ⓒ 김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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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안전을 확보해둬야만 직성이 풀리고, 모든 일이 제 시간에 척척 이뤼지길 기대하는 독일인 청년에게 곤잘레스씨는 말한다. 정확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 정확성의 기준이 자연이어야 한다면서 동틀 무렵 새소리에 맞춰 일어나거나, 봄에 때맞춰 씨를 뿌리라고 말이다.

시계를 기준으로 해 알람으로 삶을 제단하는 우리들은 자연스러운 삶을 살지 못한다. 그런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 때로는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이나 죽음에 이르기도 하니 말이다. 건강 잃고, 목숨을 잃은 삶에 무슨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겠는가.
 
"인간이 탐욕스러워지는 원인은 뭘까요?"(124쪽)
 
니클라스가 던진 이 질문에 농부는 뭔가가 결핍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한다. 내가 갖지 못한 뭔가를 가진 사람을 보면 그걸 향한 갈망이 고개를 들기 마련이고, 욕구불만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그걸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부는 잡초를 뽑으라 한다.
 
"잡초가 너무 많이 나면 채소가 건강하게 자라는 걸 방해하니 무성해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해. 갈망도 마찬가지네. 너무 많은 갈망은 인간의 건강을 해치거든." (125쪽)
 
니클라스는 광고와 나쁜 뉴스 대신에 곤잘레스씨 같은 사람들에 관한 영화가 방영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한다. 8시에 하는 저녁 뉴스 대신 채소밭에서 고결한 단순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늙은 농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면, 무한 소비 대신 절제의 비밀 이야기하는 농부를 보게 되면서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단순히 그것만으로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 가운데엔 선정적인 것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은 멀리 던져버리고 쾌감을 즐기라는 듯 서로 앞 다퉈 단순하고 감각적인 것들을 내보낸다. 좋은 방송을 내 보내도 안 본다면 큰 효과가 없다.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럴 자질을 가진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곤잘레스씨가 건네는 일침

농부는 대기업의 제품 조작이나 대량생산에 대한 이야기, 천연자원에 의존한 삶의 패턴에 대해서도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만 인상 깊은 장면은 트럭 파업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파업이 진행되자 물건 배송이 안 되니 마트에는 물건이 다 떨어지고 만다. 사람들은 결국 노인 농장으로 찾아 와 줄을 선다. 농부는 가격을 전혀 올리지 않고 똑같은 양을 판매한다. 나중에 찾아온 손님에게는 자신이 먹을 것에서 덜어서 팔기까지 한다.

여기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마스크 대란이 떠올랐다. 하루 생산량 대비 수요자 수가 안 맞아 그럴 수도 있지만 사재기가 더 큰 요인이다. 이것으로 연봉을 번 경우는 물론 어떤 유통업자는 30억을 벌 수 있는 기회라면서 창고에 엄청난 양을 쌓아놓기도 하였다. 사람인지라 욕심이 안 생길 수는 없겠지만 재난을 이용해 돈을 챙기려는 검은 손길이 지나쳐 씁쓸했다. 물론 곤잘레스씨 같은 착한 마스크 업체들도 있다.

니클라스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유약한지, 모든 것이 얼마나 급속도로 와해될 수 있는지 경험하면서 그런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세상 사람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나 탐욕스러운 은행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엘리트를 비난하며 모든 위기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소규모 지역 농업이 점차 소멸되는 실질적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는 것이다. 유기농 상점이나 곤잘레스씨의 상품 대신 슈퍼마켓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향한 일침이다.

요즘 우리나라 온라인 속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을 타고 어지럽게 떠다니는 가짜 뉴스와 잘못된 언론 기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사태를 이용한 정치적인들의 비난도 적지 않다. 국민들은 또 이를 탓하고 있다. 그 책임이 과연 그들에게만 있는가. 우리 자신들도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판단과 행동을 하는 우리가 있다면 정치인들을 비롯한 권력자나 사업가들도 마냥 자신들의 탐욕만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니클라스는 덜 소비하고, 의식적으로 소비하기로 결심한다. 자연친화적인 제품과 공업 제품, 지속가능성과 소모성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로 선택에 있어,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는 윤리적 은행에 지원하기로 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이란, '의미 있는 일, 정직한 일, 기분 좋게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어 주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인데 몸으로 가르침을 보여 준 곤잘레스씨로부터 배운 것이다.

이 책을 젊은이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자신의 공간에서 묵묵히 농사지으며 세상 너머까지 내다보는 노인의 아름디운 지혜를 조금이라도 얻기를 바란다. 그 속에서 어떤 삶이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자신의 일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읽는 독일 소설들에는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철학이 더욱 필요해진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까.

딸 침대 맡 테이블에 이 책을 놓았다.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취직 스터디와 공부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딸이 짬 내어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은이), 이지혜 (옮긴이), 인디고(글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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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무늬의 세상 읽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과 동네 책방과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과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를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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