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캐시의 신보 < 20, 20 >

이안 캐시의 신보 < 20, 20 > ⓒ 크래프트앤준


프로듀서 이안 캐시(Ian Ka$h)는 한국 힙합신에서 조용히 자신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 음악은 '프로듀서'와 '플레이어'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다. 그러나 코드쿤스트나 그레이처럼 미디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이상, 프로듀서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팬들은 많지 않다. 그의 이름 자체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그가 만든 비트를 들어본 팬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2015년 싱글 'Pussy Can Wait'을 들고 신에 등장한 이안 캐시는 비스메이저 크루(VMC)의 던밀스와 우탄, 서사무엘과 김아일(Qim Isle), 팔로알토, 저스디스 등 굵직한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 특히 우탄의 두번째 정규 앨범 < Dope Boys Club >과 저스디스의 'Veni, Vidi, Bitch' 서사무엘과 김아일의 'Monk' 등이 그의 재능이 특히 빛난 작품들이다. '쇼미더머니 777'에서는 김효은이 우승 후보 나플라를 상대할 때 부른 'XXL'의 비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안 캐시는 힙합 팬들에게 '트랩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안 캐시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이 수식어 이상으로 넓다고 볼 수 있다. 이안 캐시의 음악은 분명 트랩을 기반으로 깔고 있지만, 그 안에서 아티스트의 색깔에 맞춰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던밀스의 '미래'에서는 웅장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작 < Last Night's EP >의 경우, 저스디스가 부른 '돈 주면 다 해'에서처럼 어두운 트랩 비트를 선보이는가 하면, 같은 앨범에 실린 '멜랑꼴리'한 기타 사운드로 문을 여는 '오늘 같은 밤'에서는 이모 힙합의 문법을 택하기도 했다.
 
신예들과의 만남
 
베테랑과 신예를 자신의 앨범에서 공존시키는 것 역시 이안 캐시의 미덕이다. 2019년에 발표한 전작 < Late Night's EP >에서도 저스디스나 던밀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예 래퍼들이 피처링 진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소스 카르텔 크루로 활동하면서 독특한 색깔을 과시하고 있는 여성 래퍼 릴 체리(Lil Cherry), 지토모(Jito Mo),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쿠기(Coogie), Kor Kash 등 신예 래퍼들이 그랬다.
 
지난 3월 10일 오후에 발표된 이안 캐시의 새 앨범 < 20, 20 > 역시 '좋은 신인을 발굴한다'는 과업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랜덤 재생을 해 놓고 있으면, 상상하지 못한 발견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많은 래퍼, 많은 뮤지션이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공간에서 명멸한다. 이안 캐시는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좋은 기량을 갖춘 래퍼들을 찾아내는 한편, 그들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했다.
 
이안 캐시는 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중성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음악'들과 같은 사운드를 시도하고자 했다. 'Bull$h!t'을 비롯, 'NETWORK', 'Pop a Xan' 세 곡의 첫 인상은 모두 '매우 거칠다'는 것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찢어지는 듯한 808 베이스 사운드가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피처링에 나선 Ogen, Yung Xann, Odd95, Maxxmann, Nippy Ski 등 신예 래퍼들의 목소리 역시 거칠고 날이 선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 기여한다.

프로듀서 이안 캐시는 믹싱의 과정에서도, 깔끔한 사운드보다는 '의도적인 지저분함'을 살렸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이번 앨범에서 이안 캐시가 의도하고 있는 바를 미루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차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위 '말랑말랑한 힙합' 대신 힘 있고 신선한 사운드를 듣고 싶다면, 충분히 들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안 캐시 힙합 저스디스 던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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