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혹은 치유라는 말에 사람들은 속고 사는지도 모른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주겠다는 말에서 어딘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던 적 있다면, 그런 이에게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를 권하고 싶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의 프리뷰를 전한다.

더 나은 내가 되는 섬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원치 않은 결혼을 강요받는 주인공 '우마(엠마 로버츠 분)'는 어느 날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그곳에 오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운 가운데, 우마는 화려하고 우아한 그곳 '힐링의 섬'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소녀들을 만난다.

파라다이스 힐스는, 그곳에 두 달간 머무는 모든 소녀들에게 각자가 가진 최상의 아름다움을 완성시켜주는 곳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 섬의 정체를 우마를 비롯한 소녀들은 하나 둘씩 알아가게 되고, 섬을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치료라는 명목의 또 다른 어두운 진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외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정신 상태를 세뇌하듯 주입시키며 그것을 '치료'라고 부르는 파라다이스 힐스의 직원들. 특히 그곳의 주인처럼 보이는 공작부인(밀라 요보비치 분)은 어딘가 음산하고 마법적인 인물이다. 이 소녀들에게 숨기고 있는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영화의 마지막에 가선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거짓을 강요하는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그린다. '내가 되기 위해서 나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아마르나(에이사 곤살레스 분)의 한 마디는 영화의 전체 메시지를 함축한다. 내가 되기 위한 치료 후, 그 다음의 나는 진짜 나일까? 영화는 심오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 상류층과 하류층의 계급갈등과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등, 영화는 부조리한 현실 세계에 시종일관 일침을 가한다. 겉으로 단순하고 미스터리한 스토리 뒤에는 많은 논의거리가 숨겨져 있다.  

진실과 거짓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시종일관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보기 좋은 것들이 펼쳐져 있는 이 아름다운 섬은, 하지만 모두 거짓이다. 진실이 추악한 만큼, 파라다이스 힐스의 외관은 더욱 반짝이며 빛난다. 이는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도 잠깐 대사로써 언급되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구현한 듯한 그 공간은 사실은 전혀 멋지지 않은 곳이고, 그 진실을 파헤치는 소녀들의 탈출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정한 것이 무언지 찾게 된다. 

나다운 나를 찾는다는, 요즘 와서는 너무 많이 말해지는 바람에 식상해진 이 주제를 <파라다이스 힐스> 또한 다루고 있다. 다만, 나를 찾는 방식이 뻔하지 않은 점은 좋았다. 앞서 언급한 '반전'은, 고지식하고 진부한 방식으로 거짓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거짓을 거짓으로 속이는 재기발랄한 방식을 취함으로써 '나다움'을 지키는 방식에 대한 색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거짓과 위악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다. 하지만 판타지 장르가 언제나 그래왔듯,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진짜 현실의 추함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결국은 현실의 역겨움과 부조리함은 영화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에둘러서 말해주고 있다.

한 줄 평: 거짓에는 거짓으로 맞서라
평점: ★★★(3/5)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파라다이스 힐스> 정보

원제: Paradise Hills
제작: 2019년
감독: 앨리스 웨딩턴 
출연배우: 엠마 로버츠, 밀라 요보비치, 에이사 곤살레스, 아콰피나, 다니엘 맥도널드 등
제작국가: 스페인 
장르: 판타지 외 
개봉: 2020. 03. 19.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4분 
 
파라다이스힐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