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7일 현재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숫자가 7천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환자 숫자가 많은 것은 전국적인 바이러스 확산의 여파가 크다.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진단 건수가 월등히 높고 검사 결과를 매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내 코로나19 감염 숫자는 급증했다. 3월 7일 0시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의 90% 가까운 숫자가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나왔다. 대구와 경북의 확산 통로로 주목을 받은 곳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다. 31번 확진자가 대구 신천지 신도였고 대구 신천지 교회 예배 참석자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천지에서 공개한 전체 신도 숫자는 24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교육생의 수를 더하면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천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 층을 상대로 신도 수를 크게 늘렸다고 알려진다. 해외에서의 교세도 키웠다. 특히 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에도 2만 명의 신도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의심되는 중국 우한에도 신천지 지부가 존재한다.

지난 3일 방송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슈퍼전파자가 된 신천지' 편은 신천지와 중국 우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중심으로 신천지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그들은 무엇을 감추고 있나.

끊임없이 바뀌는 답변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신천지의 예배와 포교 방식, 그리고 자신이 신천지 신도임을 숨기는 관행. 신천지만의 독특한 요소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며 대규모 감염 확산을 불러왔다. 강도 높은 예배와 포교는 바이러스 확산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신천지의 교인은 수요일, 일요일에 진행하는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에서 나가 예배에 참석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 신천지 교인의 경험담이다.

"주일예배가 끝나면 그날 출석률이 나오는데 이게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담임 강사 얼굴이 흐려진다."

대구의 코로나19 확산 시점으로 알려진 2월 9일과 16일에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대구 신천지 교회에 참석한 신도는 35명에 이른다. 다른 지역에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도 다수 존재한다. 신천지만의 예배 인증 문화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는 사태를 불러왔다.

신천지의 교리는 코로나19의 확산과 무관하다. 하지만, 신천지의 은밀하면서 공격적인 포교 활동이 감염병 확산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신천지 신도의 확진이 속출하는 데도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는 게 문제다.

신천지 교회는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계속 미적거리다가 뒤늦게 정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신천지 측이 제출한 신도 명단과 교회 시설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들의 답변도 계속 바뀌어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신천지는 지난달 22일 1100여 개의 관련 시설을 공개했다. 그런데 지자체가 자체 조사를 한 결과 누락된 시설만 수백 곳이 넘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청년문화센터', 서울 성동구에 있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 운동본부'처럼 문화센터, 미용실, 스터디카페, 마사지샵, 모임방으로 위장한 신천지 시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실제 신천지 시설인지 확인한 숫자는 200여 곳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방역에 집중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신천지의 축소, 은폐로 인해 대규모의 행정력만 낭비되고 있다.

위장 교회가 누락된 정황도 드러났다. 그동안 신천지는 다른 기성 교회에 침투해 교인을 포섭하는 이른바 '추수꾼' 전략을 사용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신천지 내부 문건 <신천지 위장교회 명단 원본>에 의하면 신천지는 2018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총 63개의 위장교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신천지가 제출한 명단엔 33곳이 포함되었다. 현존 여부가 불확실한 5곳을 제외한 25곳이 명단에서 빠진 상태였다. 정부의 방역망에 잡히지 않는 신천지 교인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위장교회가 계속 집회를 한다면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영혼을 죽이는 행위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신천지는 신도 수를 한 자리 숫자까지 발표할 만큼 완벽한 인적 관리를 자랑한다. 신천지의 시스템은 다단계와 비슷한 점조직 형태다. 구역장이 교인 5~7명을 관리하고 그 위로 센터장, 부장, 강사 등이 존재하는 식이다.

신천지는 2019년 기준으로 신천지는 총 교인 숫자가 23만 9천 353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에 제출한 신도 명단의 숫자는 21만여 명에 불과하다. 2만여 명에 이르는 중국 교인들을 포함한 해외 교인은 제외했다. 확진자들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교육생 명단도 빠졌다. 추가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신천지 측은 지난달 27일 6만 5천 명의 교육생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신천지가 넘긴 자료를 바탕으로 질병 당국이 확인에 들어가자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 신천지를 탈퇴한 사람이나 신천지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연락을 받은 것이다. 신천지는 교육 과정에서 탈퇴한 사람들까지 정확히 관리한다고 알려진다. 신천지가 진짜 교육생 명단 대신 일부 허위 정보를 넘긴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교육생 명단을 정부에 넘겼던 지난달 27일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지고 검찰이 즉각 전담 수사 부서를 배정한 날이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의 가능성이 커지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명단을 급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신천지기 그동안 포교 과정에서 확보한 대규모 개인 정보를 이번 명단 작성에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신천지가 길거리 설문조사를 많이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입수하지 않나? 그 사람들의 개인 인적사항을 지금 지도부의 면피를 위해서 명단 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대구 서구 보건소 방역팀장은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신천지 신도임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감염된 신천지 신도들이 활동 동선을 숨겨 방역과 역학 조사에 혼선이 빚어지는 일이 속출하는 중이다.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신천지 신도 수백 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는 신천지 신도 1480명 가까이가 연락 두절 상태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일각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TV, 인터넷, 휴대폰으로 신천지 관련 정보를 접하지 않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신분과 행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전 신천지 교인의 설명을 들어보자.

"신천지에 들어가면 인터넷을 못 한다. (인터넷을 하면) '너의 영이 죽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3년 동안 인터넷, 휴대폰으로 신천지 관련 자료를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다."

이만희 총회장과 전국 12개 지역을 관할하는 지파장들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야 신도들이 움직이는 신천지의 상하 관계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신천지 교인들은 정부의 방침보다 신천지 교회의 지침을 더 잘 따른다.

신천지 신도들이 정부의 격리 조치나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활동 동선을 속이는 건 신천지 지도부의 방관 때문이란 지적을 받는다. 전 신천지 교인은 지휘부의 명확한 지시가 있어야 평신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한다.

"위에서 확실하게 지시가 내려와야 한다. 신천지인 걸 알리라고 지시하기 전까지 이야기 못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을 것이다. 항상 지시를 받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지시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섣불리 했다간 교만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거기선 혼자서 스스로 (판단)할 수가 없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신천지는 중국에도 2만 명의 신도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신천지 신도는 88명으로 조사됐다. 그중에 지금까지 한국에 남은 인원은 49명이다. 신천지 측은 국내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1월 28일 이후 중국에 여러 차례 다녀온 신도들은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천지 측의 주장을 믿긴 힘들다. 제작진이 만난 신천지 교인들은 해외 성도라고 할지라도 한국에 들어오면 수요일, 일요일 예배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트레이트>는 신천지가 중국 우한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했다. 지난해 1월, 신천지 부산 야고고 지파 총회의 '중국어 번역판' 영상 속엔 중국 내몽골, 우한 2개 지역에 신천지 교회가 세워졌다고 자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천지의 진실 밝혀야 할 때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는 신천지 부산 야고보 지파가 우한 교회를 꾸준히 관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도 공개했다. 논란이 일자 신천지 측은 우한 지역 신도는 357명으로 2018년부터 교회 예배당 시설을 폐쇄하고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천지 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신천지 내부 자료는 신천지가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했다는 증거가 기록되어 있다. 신천지 내부 자료를 보면 2019년에 중국 신도 5000명을 추가하자는 목표와 함께 우한 지역 복음방 전도 대상이 160명이라고 적혀있다. 복음방은 포섭 대상자를 상대로 한 오프라인 전도를 의미한다. 중국 종교전문매체 <쩐다오>의 관계자도 신천지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을 했다고 증언한다.

대구 신천지 교회가 어떻게 해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는지 그 경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 조사 결과 지난 8개월 동안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신천지 교인은 41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국내외 신천지 신도 3천6백여 명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을 방문했던 신천지 교인들과 대구, 경북 지역의 집단 감염 사이의 연결고리를 면밀히 조사 중에 있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지난 1월 27일 이만희 총회장의 형이 폐렴으로 청도 대남병원에 실려 왔다. 그는 5일 만에 숨졌고 장례식까지 치렀다. 이만희 총회장도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2월 19일 청도 대남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청도 대남병원에선 1백여 명의 확진 환자와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년 동안 신천지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구리이단상담소를 운영하는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 내부에서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을 주목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신천지 간부가 그랬다. 대남병원에서 시작했다고. 총회장에 거기(장례식)에 갔는데 지파장들이 안 갈 수가 없다. 행사가 있으면 관할 지역에서 주관해서 치른다. 청도 지역이 대구 다대오 지파 관할이다. 그렇다면 거기 동원된 사람들이 몇 십 명이 된다. 그 사람들이 그대로 와서 예배를 드렸다."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는 모든 행사를 촬영하여 보관하니 정부가 영상 자료를 확보하여 참석자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신천지가 순순히 내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압수 수색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결국 모든 해결의 열쇠를 쥔 인물은 이만희 총회장이다. 이만희 총회장을 비롯한 전국 12개 지파장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절실하다. 정확한 역학 조사를 위해 정부에 전체 신도 명단뿐만 아니라 실제 예배 참석자, 신도들의 활동 기록, 신천지 시설 등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더는 축소, 은폐를 해선 안 된다. 정부와 국민의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반드시 신천지의 자료를 확보해야만 한다. 신천지 측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천지 교인들에게 촉구한다. 지금은 거짓을 말하거나 숨을 때가 아니다. 치료와 예방을 위해 진실을 말하고 바깥으로 나올 시간이다.
스트레이트 MBC 신천지 이만희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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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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