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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는 울산대병원 국가지정치료병상(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2월 2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치료를 받는 울산대병원 국가지정치료병상(음압병상)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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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이라고 불리는 보호장구는 사용이 까다롭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처음부터, 확진자를 치료하는 병동과 의심자를 검사하는 선별진료소에 각기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해왔다. 병동은 감염 위험이 높은 환자를 보는 대신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레벨(Level) D라는 완벽한 방호복을, 선별진료소는 확진자가 드문 대신 계속 바쁘게 검사를 해야 하므로 방호복 대신 보호장구 4종을 사용해 왔다. 위험성과 현장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린 판단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존경하는 우리 병원 감염내과 교수님들의 학문적, 현실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레벨  D라 불리는 방호복은 입고 벗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특히 벗는 과정에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한다. 환자와 접촉하면 바이러스가 방호복에 묻기 때문이다. 조심조심 벗지 않으면 방호복의 바이러스가 내 손이나 몸에 묻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와 내 주변 모두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발생한다.

나는 예전에 신종감염병 훈련을 2주간 받으면서 수십번 넘게 방호복 착·탈의를 연습한 적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광물질을 방호복에 칠한 채, 그것이 몸에 안 묻게 조심해서 옷을 벗는 연습을 날마다 쉬지 않고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방호복을 벗을 때면 긴장이 되고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하다.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의 검체를 채취할 때마다 방호복을 새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몹시 힘들다. 단순히 힘들기만 한 게 아니고, 어려운 절차 수행 중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는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지금처럼 훈련을 많이 받지 못한 채 진료소에 투입되는 의료진이 많아지면 오염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보호장구를 선택하기 위해 코로나19의 감염 루트, 감염력, 치사율 등을 제일 먼저 고려했다. 방호복을 벗다가 오염되는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과정을 조금 더 단순화시켜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옷을 입고 벗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 그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우리 병원 선별진료소는 4종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근무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는, 방호복보다 4종 보호구가 오염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 하에서다.

보호장구는 의사인 나 자신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첫번째 목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목적이 바로 감염물질을 다른 환자에게 퍼뜨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검사할 때 코와 목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있는 미립자)에 노출된 방호복을 그대로 착용한 채 다음 환자를 검사하는 건 (감염을 전파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그래서 환자를 하나 볼 때마다 보통 모든 보호장구를 새로 교체한다. 검체 채취 한 번에 30분씩 소모되는 건 이 때문이다.

열악한 대구의 의료사정은 이런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곳이 꽤 있는 듯 하다. 꼭 대구가 아니더라도, 여러 지역에 우후죽순 늘어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도 마찬가지다. 인터뷰나 뉴스 사진 등을 참고할 때, 환자를 볼 때마다 완전한 보호구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한 진료소에서 하루 수백 개의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니, 원칙대로 절차를 수행하는 게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방호복은 그대로 유지한 채 위험 부위만 소독하거나, 마스크와 장갑만 선택적으로 교체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로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의료자원보다 환자 수가 많은 재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생각되는데, 언제까지고 이런 재난 의료 절차로 버텨내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큰불이 잡혔다면, 선별진료소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충분한 인력을 갖춘 곳들을 마련하는 게 이제는 더 중요해 보인다. 또한 검사 수를 끝없이 늘릴 게 아니라, 현실적인 기준을 정해서 감당 가능한 자원 선에서 검사 수를 조절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여러 부분에서 위태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조용수 기자는 전남대 의대 교수입니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코로나19, #선별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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