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이 끝나고 이어진 마지막 11미터 킥들을 성공시키지 못한 셋이 공교롭게도 모두 교체 선수들이었으니 모리뉴 감독의 입맛은 더욱 쓸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팀이었고 게임 장소가 자신들의 앞마당이었으니 8강 진출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끝내 후반전 동점골을 내주더니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에서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관중석에 찾아온 5만8007명 홈팬들의 실망감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전 4시 45분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2020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16강 노리치 시티와의 홈 게임에서 1-1로 비긴 뒤 연장전 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하는 바람에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완승 분위기 넘겨주다

홈 팀 토트넘 홋스퍼의 전반전 분위기는 좋았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13분에 시원한 골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오바니 로 셀소가 왼발로 감아올린 왼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얀 베르통언의 헤더 슛이 노리치 시티 골문 안에 정확하게 꽂힌 것이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에 루카스 모우라가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상대 수비수의 터치 실수를 이끌어내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룰의 순발력이 놀라웠다. 루카스 모우라 바로 뒤에서 동료 골잡이 델레 알리가 빈 골문을 앞에 두고 기다렸지만 밀어주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었다. 

더구나 이 게임 결과가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에서 뒤집혔기 때문에 이 순간 더 좋은 위치에 있던 델레 알리에게 패스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워할 일이었다.

인간의 삶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듯 후반전에 노리치 시티에게 대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78분, 노리치 시티 교체 선수 케니 맥린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토트넘 골문 정면으로 날아왔다. 그런데 홈 팀 골키퍼 미하헬 포름은 이 공을 잡아내지 못하고 앞에 떨어뜨렸고, 이 천금같은 동점골 기회를 요십 드르미치가 놓치지 않고 밀어넣은 것이다.

손흥민의 빈 자리가 이렇게 커?

다급해진 토트넘 벤치에서는 3분 뒤 가운데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를 빼고 탕귀 은돔벨레를 들여보냈지만 노리치 시티 골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86분에 로 셀소의 낮게 깔리는 왼쪽 크로스가 흘러 오른쪽 풀백 세르지 오리에 앞으로 굴러와 짜릿한 결승골이 터지는 듯 보였지만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몸을 내던진 노리치 시티 수비수 벤 갓프리의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FA컵 16강 일정부터는 90분 게임으로 승리 팀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곧바로 연장전, 승부차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양팀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30분 이상을 더 뛰어야 했다. 

그리고는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비정한 승부차기가 시행됐다. 홈 팀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의 오른발 골로 시작된 마지막 11미터 게임은 곧바로 나온 노리치 시티 첫 키커 케니 맥린의 왼발 슛이 막히면서 마지막 반전 스토리로 새로운 국면을 드러냈다.

후반전 동점골을 내줄 때 실수했던 토트넘 골키퍼 미하헬 포름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78분 동점골을 내줄 때 제대로 쳐내지 못했던 케니 맥린의 중거리슛 아픈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는 활약이어서 더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더 큰 반전 스토리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토트넘 홋스퍼의 두 번째 키커 에릭 라멜라의 왼발 인사이드 킥이 크로스바 상단을 스치며 관중석으로 넘어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이 교체로 들여보낸 선수들을 중심으로 마지막 11미터 게임 순서를 정한 것이 이처럼 믿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70분에 교체로 들어간 에릭 라멜라의 실축에 이어 연장전 6분에 교체로 들어간 트로이 패롯이 토트넘의 네 번째 키커로 나왔고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향해 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룰이 또 한 번 몸을 날려 공을 멋지게 쳐냈다.

그리고 토트넘 홋스퍼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온 선수는 54분에 교체로 들어온 제드송 페르난데스였다. 그도 역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을 노렸지만 골 라인 위에 서 있던 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룰은 마치 방향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쉽게 막아냈다. 

그렇게 이 게임은 끝났다. 연장전 이전에 토트넘 홋스퍼의 추가골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홈팬들은 더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고 최근 몇 게임 결과가 너무 안 좋아서 더 속상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이 팔을 다쳐 빠진 뒤 네 게임을 치르며 단 한 게임도 이기지 못했다. 2월 20일 RB 라이프치히와의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 0-1 패배, 2월 22일 첼시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어웨이 게임 1-2 패배, 3월 1일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 2-3 패배가 그랬다. 이번 FA컵 16강 게임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결판 났기에 공식 기록으로는 패배가 아니라고 해도 그들을 위로할 상황이 아니다. 

승점 40점으로 현재 7위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앞에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일정만 남았다. 3월 8일(일) 오전 2시 30분 터프 무어에서 열리는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어웨이 게임을 치른 뒤, 독일로 날아가 11일(수) 오전 5시에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리는 RB 라이프치히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두 번째 게임을 뛰어야 한다.

2019-2020 잉글리시 FA컵 16강 결과(5일 오전 4시 45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 홋스퍼 1-1(승부차기 2-3) 노리치 시티 [득점 : 얀 베르통언(13분,도움-지오바니 로 셀소) / 요십 드르미치(78분)]

FA컵 16강 결과 (왼쪽이 홈 팀)
토트넘 홋스퍼 FC 1-1(승부차기 2-3) 노리치 시티
포츠머스 0-2 아스널 FC
첼시 FC 2-0 리버풀 FC
레딩 1-2 셰필드 유나이티드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2-3 뉴캐슬 유나이티드
레스터 시티 1-0 버밍엄 시티
셰필드 원즈데이 0-1 맨체스터 시티
더비 카운티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월 6일 오전 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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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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