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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 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 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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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다. '모 아니면 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다들 단순명료하게 둘 중 하나로 답해주길 원한다.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or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

몇 번이나 마스크에 대해 얘기하려다 포기했다. 굳이 양자택일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대답해줄 능력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로 인한 혼란을 더 이상은 눈 뜨고 보기 힘들다. 목불인견이라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 이는 각 나라의 문화 차이를 감안해야 함을 뜻한다.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니다. 마스크의 재사용, 재질의 선택 등 많은 부분에서 전문가마다 권고하는 내용이 다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간단하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자꾸 모든 상황을 단순화해서 "쓰냐? 마냐?"의 이분법적 결론을 요구하니 전문가마다 대답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그걸 듣고 대중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손 씻기

코로나19의 주된 감염 경로는 비말이다. 쉽게 말해 침이 튀어서 감염된다. 하지만 일상생활 중 타인의 침이 내 얼굴에 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오히려 바닥에 튀겨놓은 침을 내가 손으로 만지고, 그 손으로 다시 내 코나 입을 만져 감염이 전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손 씻기다. 손만 잘 씻어도 코로나19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볼 때는 부득이하게 둘 사이의 호흡기가 밀착된다. 이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입자가 퍼지게 되는데 이를 에어로졸이라고 한다. 보통의 마스크는 이 입자를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N95라는 특수한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 도중 상대의 입과 코를 면전에서 맞대게 되면, (그런 와중에 심지어 기침이나 재채기를 덮어쓰기라도 한다면) 마스크로 그걸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게 좋다. N95라도 소용없다. N95는 일반인이 제대로 쓸 만큼 착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길거리에서 보면 덴탈 마스크조차 제대로 쓴 사람이 드물다).

그렇다면 마스크로 막을 수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상대와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분은 의사가 아니다. 굳이 상대 목구멍을 들여다볼 일이 애초에 없다.

상대방과 얼굴을 초밀착해 많은 양의 비말과 에어로졸에 노출되면 마스크로는 차단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살면서 누군가와 이렇게 안면을 맞대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시절이 시절인 만큼 의도적으로 상대와 거리두기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이런 밀착상황을 겪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보통 사람들은 설령 대화 중에도 서로 얼굴을 맞대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사람들 사이엔 몇 미터 이상의 거리가 유지된다. 이렇게 일정 거리 떨어져 있으면 에어로졸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

에어로졸이 날아다니면서 감염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공기감염) 몰라도, 다행히도 코로나19는 특성상 초근거리 외엔 에어로졸이 날리지 않는다. 

결국 에어로졸 형태가 아니라, 튀기는 침방울에 바이러스를 묻혀 전염시키는 형태를 띠는데, 이 침방울은 입자가 커서 대부분 마스크로 차단이 가능하다. 굳이 비싼 마스크도 필요없다. 보통의 마스크도 이 정도는 막아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면 물리적 장벽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전염 경로는 손이라고 했는데, 자신의 손이 자신의 호흡기를 만지는 것을 마스크가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계도 생각해야 한다. 손으로 얼굴 만지는 것을 마스크로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 안으로 손을 넣어 얼굴을 만진다. 마스크를 쓰고 벗는 중에 손으로 호흡기를 만지는 일도 많다. 

결국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손을 잘 씻는 수밖에 없다. 가만있자. 그런데 손을 잘 씻으면 굳이 물리적 차단 효과가 필요없다. 마스크가 있건 없건 손이 깨끗하면 코로나19를 접촉으로 옮길 일은 없으니까. 마스크가 방어해 준다는 심리 때문에 손을 덜 씻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이러면 오히려 더 손해를 본다.

일상생활 도중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침방울을 막는데 분명 마스크는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민할 것은, 과연 일상생활에서 비말이 튈 만큼 남들과 가까이 접촉할 일이 있느냐다.

뒤집어 생각한다면,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적한 공원을 산책한다면 굳이 마스크가 필요없다. 환기 잘되는 널찍한 곳에서 띄엄띄엄 앉아 일을 한다면 역시 굳이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집에서 잠잘 때까지 24시간 마스크 쓰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의사들도 그렇게까지 주구장창 마스크를 쓰고 있지는 않는다. 밀집한 환경이 아니라면 다수가 회의를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이걸 다시 뒤집어 보면, 어쩔 수 없이 상대와 간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면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장 내에서 타인과 접촉이 많거나, 좁은 곳에서 여럿이 일하는 등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에는 가급적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물론 이때도 직접 비말이 튀기보다는, 환경에 묻어 있는 비말이 손을 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 손씻기가 더욱 중요하다.

호흡기 증상 있는 사람만 써도 전 국민이 쓴 것과 같은 효과

사실 원칙적으로 마스크의 가장 큰 용도는 나를 보호하는 게 아니고 타인을 보호하는 도구다. 비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멀리 튀는데, 이때는 1~2m를 넘어 꽤 멀리 있는 사람도 감염시킬 수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파편이 남에게 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기침 예절을 괜히 강조하는 게 아니다. 고로 내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다면,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마스크를 반드시 쓰는 게 좋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면 일종의 집단면역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누구도 파편을 남에게 튀길 수 없으니, 다들 굳이 서로를 피해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불가능하다. 마스크는 무한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개수가 정해진 마스크를 누구에게 씌우는 게 좋을까? 당연히 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면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쓴 것과 큰 차이 없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코로나19에 안 걸린 건강한 사람이 배출하는 파편은 맞아도 상관이 없으니까.

마스크를 사려고 줄까지 서야 하나? 일단 줄을 서는 행위 자체가 타인과 간격 유지가 안 되니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그런 위험을 무릅쓸 때는 마스크가 진짜 본인에게 필요한지 따져보는 게 좋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은 굳이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 환경이, 비말이 튈 정도로 타인과 접촉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줄을 서서라도 마스크를 사야 한다. 또한 내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마스크를 구하는 게 남에게 민폐 안 끼치는 길이다.

당연히 마스크의 재활용은 권장할 수 없다. 필터 능력이 떨어지면 비말을 걸러내는 능력이 떨어질 테니. 물론 뭐라도 쓰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 방울의 침이라도 더 막아줄 테니. 극한의 상황엔 이런 거라도 사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명심할 게 있다. 마스크 안은 고온다습한 환경이란 점이다. 따뜻한 숨이 닿는 공간이니까. 사용한 마스크에선 바이러스든 박테리아든 뭐든 잘 자란다. 코로나19 막으려다가 다른 더 위험한 균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수를 쓰든 마스크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최소한 손해는 안 봐야할 테니 말이다.

마스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는 환경에 있다면, 당연히 재활용으로 자신을 위험에 노출할 필요가 없다. 손씻기와 거리두기에 신경 쓰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손씻기와 거리두기 된다면 다른 이에게 마스크 양보하자

타인과 거리를 멀찍이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 굳이 마스크가 필요없다. 뒤집어 말하면,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타인과 밀접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1~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손 씻는 게 더 중요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감염 경로는 손이다. 마스크가 없다면? 무의식중에 자신의 손이 얼굴로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손에 뭔가 묻을 때마다 씻어내면, 얼굴을 만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과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면? 그럴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여기까지 잘 생각해보면 마스크가 없다고 공포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다. 일상생활 중에 우리가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할 일은 사실 별로 없다. 마스크가 큰 도움을 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 손 씻기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유지와 손 씻기면 굳이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게 마스크일 수 있다. 아무래도 사회적·경제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타인과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럴 때는 어떤 마스크라도 쓰고, 청결하게 사용하고, 그러면서도 역시 손씻기에 더 신경쓰는 게 중요하다.

기실 마스크가 정말 필요한 사람은 사회적 약자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인데, 전 국민이 공포에 사로잡혀서 너나없이 마스크를 사들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줄서기가 벌어지면, 줄을 설 여유조차 없이 어렵게 일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 사라진다.

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지만 그게 만능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공급과 수요에 따라 마스크의 가격이 올라가면, 진짜로 마스크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굳이 필요없는 부자들에게 마스크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본인이 손 씻기 및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마스크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조용수 전남대 의대 교수
 조용수 전남대 의대 교수
ⓒ 조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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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용수 기자는 전남대 의대 교수입니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코로나19,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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