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장수 인기예능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지탱하는 힘은 '캐릭터쇼'에 있다.

매주 게스트가 출연하고 다양한 게임을 펼쳐서 승자를 가리는 운동회 형식이 기본 포맷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정 출연진이 게임 안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부여받아 만담과 상황극을 주고받는 시트콤 같은 구성으로 이야기의 연속성을 유지해간다.

'기린', '임팔라', '유르스 윌리스', '능력자', '월요커플' 등이 <런닝맨>을 통하여 탄생했고, 이들은 때로는 '앙숙'처럼, 때로는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찰떡같은 케미를 구축한다. 이는 자칫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쇼의 여백을 채워주는 또다른 볼거리 역할을 해냈다.

문제는 <런닝맨>이 어느덧 10년 가까이 방송을 이어가면서 기존 멤버간의 호흡에서 뽑아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나 화제성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부분적인 멤버교체로 전소민이나 양세찬이 합류한 지도 벌써 3년이나 됐다. 이러다 보니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기존 멤버들 사이에서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무리수를 두거나, 화제성 높은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런닝맨>은 여성멤버인 전소민 중심의 러브라인을 이야기의 한 축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털털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전소민은 프로그램 초창기 원조 홍일점 송지효가 그랬던 것처럼 거침없이 망가지는 역할을 맡거나, 남성 멤버들과의 러브라인같은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캐릭터로 떠올랐다.

'월요커플'로 유명했던 송지효와 개리처럼, 전소민과 양세찬을 런닝맨의 공식 커플로 엮는듯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시도되어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미지근했다. 급기야 같은 방송사인 <미운 우리새끼>에서도 런닝맨 남성 고정멤버 3인방(하하, 김종국, 양세찬)이 전소민에게 통화를 걸어 '썸'을 부추기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런닝맨>의 상황극을 이어간다는 것도 무리수였지만, 방송에 나갈 것을 알고서도 사적인 통화를 시도해 상대 연예인의 속마음을 떠보는 행동은,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진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전소민 러브라인 상대로 지석진 내세운 <런닝맨>

23일 방송된 <런닝맨>에서는 뜬금없이 지석진을 전소민의 새로운 러브라인 상대로 내세웠다. 지석진은 런닝맨 출연멤버 중 최고령이자 유부남이다. 멤버들 서로가 타 멤버들의 차에서 원하는 물건을 가져오기로 한 상황에서 지석진의 차에 전소민의 사진이 붙어 있음을 확인하고 지석진이 전소민에게 마음이 있는 듯 몰아갔다. 이에 당황하여 해명하는 지석진을 '몰이'하는 게 이날의 구성이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지난 23일 방송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물론 웃자고 한 상황극이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문제는 어디서 웃어야 할지 웃음포인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석진과 전소민의 상황극은 누가봐도 '불륜을 연상시키고 희화화'하는 모양새였다. 사실이든 가상이든 개인차량에 아끼는 멤버의 사진을 붙여놓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한다 해도 이것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불순한 상상'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런닝맨>은 주말 저녁시간대에 방송되는 가족 예능물이고 이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하고 즐겨보는 시청층에 어린이·청소년도 포함된다.

그나마 이야기를 잘 수습이라도 했으면 모르지만 결말까지 매끄럽지 못했다. 멤버들은 그저 반복해서 지석진을 놀리느라 바빴고, 지석진은 오히려 자신은 당당하다며 편집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하여 '지석진의 강력한 요청(?)으로 편집하지 않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종료'라고 그대로 상황극을 마무리했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다음 에피소드에서도 지석진-전소민의 러브라인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 과정에서도 이 상황극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너리즘에 빠진 장수프로그램이 억지로 이야기와 화제성을 만들기 위하여 무리수를 두게 되면 이런 참사(?)가 발생한다. 예능이라서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거나, 출연진간의 사이가 워낙 돈독하기 때문에 짓궂은 장난도 가능하다는 발상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러브라인 만들기에 심취한 <런닝맨>제작진과 멤버들은 '도 넘는' 상황극 연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런닝맨 러브라인 지석진전소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