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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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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 격차의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부분을 단 1센티미터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영화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돌아온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우리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톤의 영화이기 때문에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도 했다.

봉 감독의 말대로 영화 <기생충>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사회의 소득 불균형과 빈부 격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자와 아래에 깔린 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헬조선'이다. 심각한 빈부 격차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최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이 50.6%를 기록했다. 전체 계층 소득의 절반 이상을 10% 계층이 차지했다.

2017년 상위 0.1%(약 1만8,000명)의 연평균 근로소득(총급여 기준)은 8억871만 원이었다(통계청). 소득이 딱 중간인 50% 구간(중위소득) 소득자(2,572만 원)보다 31.4배나 더 버는 셈이다. 순수일용근로자 502만 명의 2017년 1인당 연평균 소득은 968만 원이었다. 이들 중 절반인 248만 명은 1년 내내 300만 원도 못 벌었다. 117만 명은 연평균 소득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창업에 실패하고, 직장에서 잘리고, 그렇게 어느 날 생계를 이어갈 방안이 사라졌을 때,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언제든 기택네처럼 '지옥'으로 추락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일가족 자살 뉴스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끊어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 앞에서 물거품이 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이 자녀의 삶과 행복을 규정하는 사회에서 더는 개천에서 나올 용을 기대할 수 없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로스쿨 교수 아버지는 자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자와 피라미드 아래에 깔린 자."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한 기본소득

영화 <기생충>의 쾌거는, 슬프게도 지금 우리 시대에 시스템으로 정착된 빈부 격차의 담론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고용 없는 성장'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 스위스, 브라질, 인도 등 일부 국가와 도시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 전기자동차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의 인사들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사회경제적 양극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을 말한다.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 입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해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 입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해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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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넘나들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의 정치적 실현을 위한 선거연대가 이뤄졌다. 기본소득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준) 등 3개 정당과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이끌어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본소득 국회'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해서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정 세대나 직군을 대상으로 부분적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이나 농민기본소득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청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만 24세 경기도 내 청년에게 1인당 연 100만 원(분기별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의 복지정책이다.

기우와 기정이 청년기본소득을 받았다면?

<기생충>에서 기택의 아들 기우와 딸 기정은 가짜 대학생으로 위장해 박 사장네에 들어가 과외선생으로 '기생'한다. '반지하의 삶'에 최적화된 두 사람이지만, 박 사장네의 으리으리한 저택에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자신의 공간을 만든다. 눅눅하고 구질구질한 반지하의 삶을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했던 두 청년에게 도덕적인 삶을 요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적어도 오늘을 사는 'N포 세대'는 오히려 이 두 청년의 '기생'에 공감하지 않을까?

기우와 기정이 청년기본소득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반지하의 삶'에서 당장 벗어날 수는 없었겠지만, 눅눅한 반지하 작은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줌 햇볕만큼의 따뜻한 위로는 되었을 듯싶다.

각종 사회적 지원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일부 기성세대는 이런 제도가 청년들의 기생적 삶을 오히려 부추기고 연장하는 세금 낭비라며 못마땅해 한다. 턱밑으로 닥쳐온 파국의 물결이 정면으로 자신과 자신의 자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반지하 냄새'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냄새다. 냄새로 계층을 나누는 사회가 아니라, 그 냄새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생의 사회로 이끌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본인의 책 <99퍼센트를 위한 기본소득>(BOOKK) 중 일부를 재가공해서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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