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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제 경험담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보호소에서 우리 집에 오고 나서도 달이의 털은 약 1년가량은 아주 뻣뻣했다.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보아도 여전히 그랬다. 보드라운 제이나 아리 털과 달리 매끈한 맛이 전혀 없어서 나는 원래 털이 뻣뻣한 고양이 종이 있나 보다, 생각할 정도였다. 1년쯤 잘 먹이고, 빗기고, 씻겼더니 원래의 보드라운 고양이털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질과 상관없이 털을 뿜는 건 똑같았다.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는 식탁이나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0.5초 만에 주워도 절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실수로 새 젓가락을 떨어뜨려도 다시 주워서 쓸 수가 없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언제 어디에서나 털이 빼곡히 붙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뿜는 털을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단호한 선택 중 하나로 전신미용이 있다. 여름의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도록 미용을 해주기도 한다. 남편은 집안에 날리는 털을 줄이기 위해 호시탐탐 고양이털을 밀고 싶어 했지만 나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달이의 뻣뻣한 털을 밀어줘야 하는 일이 생겼다. 

전염성 피부병, 링웜 

달이는 원래 앓고 있던 구내염 외에 큰 병을 겪지는 않았지만 유독 잔병이 끊이지 않았다. 보호소에서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원래 면역력이 약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한동안은 매번 새로운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야 했다. 

한동안 골치 아팠던 설사를 해결했더니 하루는 한쪽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한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달이가 허피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허피스는 몸 안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평생 함께해야 하는 바이러스란다. 하긴, 길고양이나 유기묘가 허피스를 앓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치료를 통해 증상은 금방 호전되었다. 

그러나 이어서 찾아온 건 바로 악명 높은 고양이 피부병, 링웜이었다. 처음에는 달이의 빼곡한 다리 털 사이에 뭔가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하고 털을 어루만져주고 넘어갔는데 다음에도 같은 부위가 구멍이 난 것처럼 비어 보였다. 그제야 아차 싶어 털을 헤집어 보았더니 역시나, 피부 안쪽이 빨갛고 털이 듬성듬성한 것이 보였다. 

링웜은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원형 탈모와 함께 그 부위에 발진이나 딱지가 생기는데 사람에게도 옮는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재발이 잘 되고 무엇보다 전염성이 있어 몹시 관리가 까다롭다. 우리 집은 특히나 다른 고양이도 있어서 서로 옮을까 걱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양이들끼리 서로 그루밍해주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원래 있던 두 마리가 면역력이 좋아서 그런지 치료가 끝날 때까지 전염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링웜 때문에 넥카라를 쓰고 지냈던 고양이 달이
 링웜 때문에 넥카라를 쓰고 지냈던 고양이 달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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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카라를 베고 자는 고양이 달이
 넥카라를 베고 자는 고양이 달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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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조치, 바지 벗기기 

링웜의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전염성인데, 그걸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는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고양이가 간지럽거나 아파서 링웜 병변 부위를 핥고 이어서 단장을 하려고 제 몸 여기저기를 핥으면 당연히 세균은 자체적으로 옮게 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고 약욕 샴푸로 씻기는 과정과 함께 집에서는 늘 넥카라를 씌워 둬야 했다. 불편할까봐 폭신한 재질의 넥카라를 구입해 썼는데, 달이는 처음엔 거추장스러워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드러누울 때 폭신한 베개 대용으로 사용하는 영리한 짓을 했다. 

다만 천 재질 특성상 쉽게 구겨지거나 접히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달이가 병변 부위를 핥는 모양이었다. 재빨리 더 큰 넥카라로 바꾸었지만 살짝 방심하는 사이에 이미 링웜은 허벅지 근처로 옮고 있었다. 병변 부위의 털을 살짝 밀어놓긴 했지만 털이 긴 편인 달이는 그 부위에 털이 닿아 세균이 옮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하반신 털을 민 고양이 달이
 하반신 털을 민 고양이 달이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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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피하고 싶었던 마지막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반신 털을 다 밀어버린 것이다. 머리부터 배까지는 노란 털이 복실거리는데 엉덩이는 헐벗은 몸이 됐다. 집에서 셀프로 미용했더니 심지어 처음엔 몹시 울퉁불퉁했다. 달이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괜히 나만 속이 상했다. 그래도 털을 민 보람이 있어서 링웜은 더 나빠지지 않았고, 얼마 뒤에 겨우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한동안 달이를 본 이웃들에게 '달이 바지 벗었네?'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멀쩡하던 고양이가 어느 날 아프기 시작하면 집사는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동물병원에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해줘도 어디가 잘못되었던 걸까, 하고 몇 번이고 기억할 수 없는 나의 잘못을 더듬어본다. 초보 집사 시절에는 특히나 나 때문에 내 작은 고양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 펑펑 울었던 날들도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지난 일보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조금은 의연해진 것 같다. 

달이의 건강을 하나씩 회복해나가며 느낀 건 '보호소 고양이라 이렇게 아프구나'가 아니라 오히려 달이가 지니고 있던 불안 요소가 이제야 하나씩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힘이 들어가 있던 몸에 긴장이 풀리며 안간힘을 써 버텨내던 몸이 비로소 약해지는 경험이 있지 않던가.

달이도 내 곁에서 지금까지 어디가 아팠는지 알려주면서 비로소 더 건강한 고양이가 되어가는 중이리라. 우리는 서로 완벽하지 않은 존재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우주를 채워가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셈이 아닐까. 

다행히 달이의 줄줄이 이어진 잔병 시리즈는 일종의 신고식이었던 것처럼, 입양 1년 이내에 링웜을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끝이 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는 별일 없이, 조금씩 면역 체계를 채우며 건강해지고 있다. 아, 물론 바지 벗은 하반신도 이제는 털이 다 자라 다시 온몸으로 북실북실한 털을 뿜는 예쁜 노란 고양이로 돌아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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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에디터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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