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떠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겨울은 상당히 분주하다. 지난해 다저스의 선발진을 이끌었던 류현진이 이적했고, 다른 한 자리를 맡았던 베테랑 왼손 선발투수 리치 힐(미네소타 트윈스)까지 떠나면서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의 절반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상위 선발진은 기존에 있던 왼손 투수 클레이튼 커쇼와 젊은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가 개막전 선발 등판을 놓고 경쟁한다. 류현진이 FA 계약으로 이적했지만,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하며 FA를 1년 늦췄기에 다저스는 블루제이스로부터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여전히 선발투수 자원이 많았다. 다저스와 장기 계약을 맺었던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 이외에도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쉬는 동안 기회를 얻었던 왼손 투수 훌리오 유리아스, 올스타 게임에 대체 선수로 출전했던 오른손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 등 젊은 선수들이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테랑 선발투수 필요했던 다저스, 삼각 트레이드 시도

선발투수 자원은 많았지만, 다저스 선발투수 자원들 중에서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선수는 커쇼 뿐이었다. 마에다가 프로 경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쳐도 NPB와 MLB의 무대가 다른 만큼 경험이 풍부한 다른 선발투수가 1명 정도는 더 필요했다.

이 타이밍에 즉시 전력급 선수 자원들을 대거 정리하고 있는 팀이 등장했다.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휘말린 팀들 중 하나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는 단장과 감독이 무보수 자격정지 1년으로 일단락되었지만(사무국 징계와 별개로 단장과 감독 경질), 레드삭스에 대한 징계 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2018년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레드삭스는 2019년 시즌 성적을 내는 데 실패한 것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지나치게 무리한 계약들을 너무 많이 추진하며 페이롤이 너무 커졌다. 결국 레드삭스 구단주 펜웨이 스포츠 그룹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단 사장이었던 데이브 돔브로스키를 지난 해 9월에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돔브로스키 전 사장이 무리한 계약을 너무 많이 추진하게 되면서 레드삭스가 부담해야 할 사치세도 커졌고, 결국 팀 연봉을 줄이기 위해 레드삭스는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사인 훔치기 관련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알렉스 코라 전 감독도 경질했기 때문에 아직 감독 자리도 비어있다.

새로 부임한 하임 블룸 사장과 브라이언 오할로란 단장 등의 주도로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레드삭스와 다저스가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그 계기는 레드삭스의 주축 외야수였던 무키 베츠의 연봉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베츠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차지한 젊은 선수로 2020년 3번째 연봉조정 자격을 얻어 2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문제는 아직 FA 자격도 얻지 않았는데 연봉이 2700만 달러나 된다는 사실이다. 레드삭스가 감당하기 너무 큰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레드삭스는 베츠가 FA 자격으로 몸값이 뛰어 오르기 전에 미리 10년 3억 달러 연장계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베츠 측에서 제안한 규모는 12년 4억 2000만 달러로 어마어마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만한 규모의 계약을 맺은 선수들 중에는 벌써 MVP를 3번이나 수상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있다. 트라웃은 에인절스와 12년 4억 2650만 달러의 계약이 2019 시즌부터 발효되고 있다. 원래 기존 계약이 2년 남았지만 거기에 10년 3억 6000만 달러를 추가한 것이다(2020년 연봉 3600만 달러).

결국 레드삭스는 베츠를 트레이드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포함됐다. 원래는 레드삭스가 다저스에 베츠와 프라이스 그리고 5000만 달러를 보조해주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다저스는 레드삭스에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를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여기에 미네소타 트윈스가 끼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트윈스가 레드삭스에 브루스다 그라테롤을 보내고, 다저스로부터 마에다를 받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라테롤의 메디컬 테스트와 관련하여 레드삭스 측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문제가 생겼다.

삼각 트레이드에서 각개 트레이드로 변경, 결국 트레이드 성사

사실 유망주 투수 그라테롤의 메디컬 테스트를 레드삭스 측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선발투수로서의 메디컬 체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라테롤은 선발보다는 불펜에서의 커리어가 더 적합한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트레이드는 삼각 트레이드에서 각개 트레이드로 변경됐다. 레드삭스와 트윈스 사이에서의 거래가 빠지고, 다저스가 레드삭스와 트윈스 두 팀과 각개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선수 자원도 몇 명 추가되며 2월 10일(이하 한국 시각) 부로 거래가 성사됐다.

우선 다저스와 레드삭스의 거래 내용이다. 다저스가 레드삭스로부터 외야수 베츠와 왼손 선발투수 프라이스를 받는 내용은 그대로지만 연봉 보조의 규모가 5000만 달러에서 48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다저스에서 레드삭스로 가는 선수는 외야수 알렉스 버두고와 유격수 유망주 지터 다운스 그리고 포수 유망주 코너 웡 3명이다.

다음은 다저스와 트윈스의 거래 내용이다. 레드삭스가 메디컬 테스트 결과 문제로 거부했던 투수 그라테롤은 결국 다저스가 떠안게 됐다. 그라테롤과 함께 외야수 루크 레일리까지 2명의 선수가 다저스로 옮기며, 다저스는 트윈스로부터 올해 신인 드래프트 67순위 지명권을 넘겨받게 됐다(드래프트 순위 지명권도 트레이드 가능).

그라테롤과 레일리 그리고 드래프트 지명권을 넘겨받은 다저스는 트윈스에 마에다와 마이너리그 선수 1명(추후 지명)을 보내게 됐다. 다저스는 마에다의 계약 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여 현금 1000만 달러를 트윈스에 보조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트레이드가 지연되는 바람에 다저스가 별개로 추진하던 LA 에인절스와의 트레이드가 무산됐다. 다저스는 외야수 작 피더슨과 선발투수 스트리플링을 에인절스로 보내고 에인절스로부터 내야수 루이스 렝기포와 마이너리그 유망주 1명을 받으려고 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의 기자 켄 로젠탈은 SNS를 통하여 이번 다저스와 레드삭스, 트윈스의 트레이드가 지연되는 것과 연관이 되었을 것이며, 에인절스의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가 인내심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아직 다저스가 다른 트레이드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경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만일 이 상황에서 추가로 트레이드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베츠와 프라이스를 영입한 다저스의 팀 연봉이 사치세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게다가 코디 벨린저(2019 내셔널리그 MVP), 크리스 테일러, A.J. 폴락 등 다른 외야수 자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피더슨까지 5명의 외야수들이 풀 타임을 보장하기 힘들며 내야수 자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저스와 마에다, 서로 윈-윈하며 이별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선수 개인들 중 가장 큰 만족감을 보일 선수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를 꼽을 수 있다. 2016년에 다저스에 입단했던 마에다는 당시 선수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하게 보일 수 있는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저스와 마에다의 계약 규모는 "최대" 1억 600만 달러까지 보장되는 8년 계약이었다. 다만 "최대" 금액이 1억 6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지, 8년 동안 보장되는 금액은 고작 2500만 달러 뿐이었다. 마에다의 시즌 당 선발 등판 횟수, 투구 이닝 등과 관련하여 인센티브 비율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마에다가 다저스에서 풀 타임 선발투수로 뛰었던 시즌은 류현진이 어깨 수술 이후 재활 과정에서 팔꿈치 건염 치료까지 진행했던 2016년 뿐이었다. 그나마 2016년도 로스터 운영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마에다의 선발 등판 간격 사이에 잠시 루키 리그로 로스터만 옮긴 적도 있었다.

2017년부터 마에다는 정규 시즌에서 선발로 등판할 기회를 얻기는 했지만, 포스트 시즌만 되면 불펜으로 역할을 바꾸는 스윙맨이 됐다. 포스트 시즌 구원 등판 루틴을 맞추기 위해 아예 정규 시즌이 채 끝나지도 않은 8~9월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트윈스에서는 마에다가 불펜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트윈스는 호세 베리오스, 제이크 오도리지, 호머 베일리 그리고 마에다까지 4명의 선발투수 자리를 고정하고 스프링 캠프를 시작한다. 다저스와 마에다의 8년 계약 중 4년 계약이 남은 상황에서 트윈스는 다저스로부터 마에다의 보장 연봉 중 1000만 달러를 지원받는다.

이렇게 마에다는 본인이 원했던 고정 선발 등판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또한 다저스 역시 류현진과 힐이 떠난 상황에서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이 있는 베테랑 왼손 선발투수 1명을 보강하게 됐다. 이 트레이드와는 별개로 다저스는 지난 해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시켰던 왼손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와도 FA 시장에서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되면 다저스는 일단 3명의 선발투수 자리가 채워졌다. 커쇼와 뷸러 그리고 프라이스가 1~3선발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나머지 2명의 자리는 우드와 유리아스가 유력하지만 다른 투수들이 경쟁할 가능성도 있으며, 스트리플링이 트레이드되지 않을 경우 그 역시 선발 로테이션 진입 후보로 경쟁하게 된다.

하락세의 프라이스, 류현진 빈 자리 완벽한 대체는 힘들어

비록 팀 연봉이 사치세 한도를 초과하게 되어 추가적으로 트레이드 거래를 해야 하는 다저스이지만, 일단 다저스는 MVP 수상 이력이 있는 외야수 베츠를 얻었다. 또한 이 트레이드로 베테랑 선발 프라이스도 보강하게 됐다.

벨린저에 베츠까지 MVP 외야수만 2명을 보유하게 된 다저스는 일단 외야수 자원에 있어서는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된 것은 맞다. 다만 류현진과 힐 대신 프라이스와 우드로 보강한 선발투수 자원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

일단 힐의 경우는 다저스 시절에도 손가락 물집과 무릎 등 여러 부위에 부상을 달고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내구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실 이번에 FA로 재영입한 우드도 부상 이후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다저스가 레즈로 트레이드시켰던 적이 있었다. 힐을 우드로 대체한 것에 대해서는 부상이라는 변수를 그대로 안고 좀 더 젊은 선수로 대체했을 뿐이다.

다저스 선발진에서 주목이 되는 것은 류현진의 빈 자리를 대체할 프라이스다. 1987년 생의 류현진이 어깨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한 뒤 뛰어난 체인지업 컨트롤을 통해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1985년 생의 프라이스는 하향 곡선을 타고 있는 선수다.

물론 프라이스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컴백 플레이어 상(부상이나 성적 부진 등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낸 선수 선정)을 수상했다. 올스타 선정도 5번이나 있었고, 2010년 워렌 스판 상, 2012년 다승 타이틀, 2014년 탈삼진 타이틀, 2012년과 2015년 평균 자책점 타이틀까지 따냈다.

하지만 프라이스의 전성기는 2015년까지였다. FA 시장에서 레드삭스와 7년 2억 17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지만, 프라이스는 2016년 장타 허용률이 크게 상승했으며 2017년은 부상 여파로 인해 불펜에서 뛰기도 했다. 이 여파로 프라이스는 3년 후 행사할 수 있었던 옵트아웃 자격을 포기해야 했다.

컴백 플레이어 상을 수상했던 2018년에도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전반기에 부진했다. 다만 이 때는 후반기에 성적이 반등했고, 월드 시리즈에서도 선발로 2경기(2차전, 5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월드 챔피언 반지도 얻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다시 손목 통증으로 22경기 107.1이닝 투구에 그치고 말았다.

사실 프라이스가 손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취미생활도 한 몫을 했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그 취미생활의 비중이 투구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실시간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한 적도 있을 정도다.

다만 프라이스의 성적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펜웨이 파크보다 상대적으로 투수들에게 유리한 다저스 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는 점에서 홈 경기 성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쿠어스 필드나 체이스 필드를 제외한 서부지구의 다른 원정 경기장도 투수들에게 유리한 곳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프라이스를 앞으로 3년 동안 활용해야 한다. 연봉 보조가 있긴 하지만 베츠가 포함되어 있어서 프라이스가 좋은 활약을 하지 못할 경우 연봉 보조가 크게 느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치세 한도 문제 때문에 FA 시장에서 베츠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트레이드 거래에서 어떤 팀이 승자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당장 평가하기는 어렵다. 팀을 옮긴 선수들이 향후 어떤 활약을 보이는지가 관건인데, 단기적으로는 베츠가 FA 자격을 얻는 시점인 1년 뒤에 다저스나 레드삭스 중 어떤 팀이 더 득을 봤는지 평가할 수 있다.

다만 KBO리그 시절에 한 차례 전성기를 겪은 뒤, 메이저리그에서 어깨 부상을 극복하고 프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류현진의 가치만큼을 하향세의 프라이스가 다저스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프링 캠프를 앞두고 교통 정리에 한창인 다저스가 2020년 어떠한 팀을 꾸려 시즌을 치르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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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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