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롭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성과를 내는 그 과정에 관심이 절로 가게 마련이다.
 
테오도어 멜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실화 영화 <히든 피겨스(2017)>에서도 천부적인 재능과 두뇌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960년대 NASA 최초의 미국의 유인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였던 '머큐리 계획'에 선발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다른 수학 능력을 가진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 그리고 NASA 프로그래머이자 흑인 여성들의 리더인 도로시 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히든 피겨스> 속 장면

영화 <히든 피겨스> 속 장면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캐서린은 NASA 안에서도 수학 계산으로는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타고 가는 것이기에 우주선과 우주인을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우주선이 대기권을 빠져나오는 각도와 다시 재진입하여 어디로 떨어질까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 만큼은 계산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산을 제일 잘하는 그녀는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 상하는 일들이 생긴다. 유색인종이 쓰는 전용 화장실이 이 건물에는 없기에 800m 거리를 왕복해서 다녀와야 하는 불편한 일이 생긴다. 게다가 그녀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서 내에서도 따로 커피포트를 써야 했다. 자신이 쓰는 보고서에는 이름 하나 못 올리는 실정이다.

흑인이라서. 여자라서 여기저기 캐서린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 투성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당시 미국은 백인과 유색인을 분리하는 '짐 크로우 법'이 존재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의 역사적인 순간을 담으면서도 유색 인종으로서 재능있는 과학자들이 겪었던 차별과 그에 얽매이지 않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준 조력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많은 부분 할애한다.
 
 영화<히든 피겨스> 속 장면

영화<히든 피겨스> 속 장면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첫 번째는 캐서린의 상사인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다. 어느 날 캐서린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을 휴식으로 생각한 상사가 캐서린(타라지 P. 헨슨 분)에게 한 마디 하자 그제야 참았던 불합리한 점을 내뱉는데 상사는 그제야 흑인으로서 그녀가 겪었을 불합리한 일들이 보인다.

이에 그는 백인이었지만 "나사에는 유색인 전용은 없다"며 화장실 표지판을 부숴 버린다. 커피포트에 붙여 있던 '유색인종'이라고 써 있던 스티커도 떼어버린다. 여자라는 이유로 회의에 들어가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룰을 깨고 그녀를 회의에 들여보낸다. 그리고 제때 필요한 정보를 망설임 없이 알려준 그녀의 순발력 덕분에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글랜 대령이다. 처음 그를 환영해주러 나온 나사 직원들에게 유색인종이라 한데 모아 놓은 전산팀 나사 직원에게도 일일이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서린이 회의에서 보여준 뛰어난 계산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주선을 타기 직전 IBM의 계산이 틀려지자 캐서린에게 다시 한 번 계산을 맡길 정도로 그녀에 대한 신뢰감이 대단했다.
 
도로시 역시 전산팀에서 일한다. 주임이 해야 할 일까지 도맡아서 일하지만 주임으로서 승진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IBM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전산팀 직원 전체가 해고될 위기에 놓여졌다. 전산팀 직원들은 대부분 유색인종이고 어느 누구도 그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런데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위해 1초에 곱셈을 24,000개 하는 슈퍼컴퓨터 IBM까지 들여놓았는데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한 직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그들의 힘든 점을 알아보고 IBM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도와 준 도로시(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기계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조건이 그녀 혼자 오라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IBM을 다루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해고 위기에 있는 팀 전체를 데리고 와 그들과 함께 일한다.

기계 다루는 특출한 능력에 리더쉽까지 겸비한 그녀가 흑인이기에 감당해야 할 차별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살아가던 도로시의 그 당당함이 부각되는 순간이다.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IBM 사용에 자신들의 능력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순발력 때문에 그녀는 수십 명의 흑인 여성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메리(자넬 모네 분)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그러나 엔지니어가 되기 필요한 수업을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자 법원에 청원을 내게 된다. 판사에게 흑인 여성을 백인 전문학교에 입학시킨 최초의 판사로 기억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한다. 그 결과 흑인 최초의 백인 전문학교 입학생이자 흑인 여성 엔지니어로 성공하게 된다.

실화 영화가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실제로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들이 대처하는 해결책이 실제 있었던 것이라는 데 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변화를 읽어 대처하는 방식에서 지혜를 얻는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는 기계 IBM의 도입으로 인간이 자신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이미 기계 IBM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 역시 필요하다는 점과 기계 IBM의 계산 착오를 바로잡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하게 우주 개발 경쟁을 하던 1960년대 초반, 미국 최초로 우주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은 NASA 직원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면에 숨겨진 인종 차별을 수면에 올리고 그들의 삶이 불평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불평등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끊임없이 자신의 재능을 선보인 흑인 여성들이 분투기와 그들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의 틀을 깨는 대처방법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시민 기자의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히든 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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