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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는 박정자의 연기 인생 58년을 담은 1인극이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는 박정자의 연기 인생 58년을 담은 1인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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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서전을 보는 것 같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1인극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연출 이유리)는 58년 동안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 박정자(78)가 본인 연극의 삶을 연기와 노래, 춤,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1인극이다.

1962년 <페드라>로 연극무대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130여 편이 넘는 공연을 한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전설. 그가 무대에서 펼쳐놓는 배우로서의 고뇌와 셀 수 없는 삶의 여정에 관객은 때로는 진지해지고 때로는 절로 미소를 짓는다.

이 배우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보지 못했더라도, 박정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 연극이면 알 수 있다. 그는 무대에서 그동안 자신이 연기한 작품 배역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오롯이 박정자라는 본인이 되기도 한다. 무대는 박정자의 깊숙하고 중저음의 목소리로 열린다. 이윽고 그는 카멜레온이 된다.

자신이 낸 음반 <아직은 마흔네 살>의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를 짙은 표정과 손짓으로 부르다가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할머니가 돼 "그놈의 망할 영감만 아니라면!"이라고 우악스럽게 변신한다. 그러다가도 다시 박정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나는 세 시간 안에 그 인물이 될 수 있어요. 목표물에 눈을 떼지 않고 안으로 쳐들어가 완전히 육박전을 하는 거예요. 어떤 트릭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연기와 실재가 교차하면서 관객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상황을 박정자라는 인물과 장르,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다.
 
배우 박정자는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에서 자신이 배역을 맡았던 인물들을 연기하기도 하고 인간 박정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배우 박정자는 <박정자의 배우론-노래처럼 말해줘>에서 자신이 배역을 맡았던 인물들을 연기하기도 하고 인간 박정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뮤직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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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힘은 자신의 삶을 응축해서 들려주는 박정자의 이야기에 있다. "난 연극을 하는 동안 한 해도 쉰 적이 없어요. 내가 혹시 장난감 태엽을 한번 감았다가 저주를 받아 영원히 멈추지 못한 걸까?", "나의 3분의 2는 수줍음이고 나머지는 3분의 1은 터프함일 뿐이에요." 등 연기 속에 새겨진 배우의 이야기의 배우와 관객의 거리는 좁혀진다.

그가 부르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영화 <조커>의 삽입곡이기도 한 'Send in the clowns(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들으면 그의 손짓부터 표정, 목소리를 쉽게 잊을 수 없다. 음악감독 허대욱이 연주하는 피아노의 라이브 음악과 무대를 더 진하고 다채롭게 보여주는 영상 연출도 부드럽게 곁들어진다.

90분간 한 명이 이끄는 무대 속에는 이토록 에너지가 넘친다. 관객은 천천히 그 에너지를 온몸으로 적시고 나온다. 온 에너지를 발산했다는 듯 배우 역시 공연을 마친 뒤에도 차분하게 관객에게 소감을 건넸다. 무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한 배우의 삶에 긴 여운이 남는다. 아쉬워할 필요 없다. 일흔아홉 살 박정자의 연극의 삶은 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박정자, #배우론, #노래처럼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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