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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회의 주재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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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황교안 대표의 출마지 결정을 10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교안 대표의 총선 출마지는 7일에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기된 것이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출마지를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처음 험지 출마 선언을 한 것은 1월 3일이다. 약 한 달 전 황교안 대표는 장외집회에서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고, 중진 의원들도 험한 길로 나가줬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고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나 홍준표 전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승부수를 던지는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마땅히 나갈 수도권 험지를 찾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인 이낙연 총리가 종로에 터를 잡고 황교안 대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황 대표로서는 나갈 곳을 찾지 못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홍준표 전 대표 역시 전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들어온 지 1년밖에 되지 않고 당을 위해 아무런 공헌한 바도 없는 황 대표가 스스로 험지 출마를 선언한 것은 현직 당 대표로서는 당연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대선 주자나 당 대표 급의 거물이 험지에 출마하는 것은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정치적 이벤트다. 그러나 '험지'가 대체 어디인지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에 출마하면서 험지를 논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황당함만 줄 뿐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서 낙선한다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 황 대표 역시 똑같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에 대표로서 당을 이끌고 선거 승리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막중하다.

수도권 험지를 출마를 말한 이상 지방에 출마할 수는 없다. 황 대표가 아직도 자유한국당에게 유리한 서울 서초나 강남에 출마한다면, 당선은 안정적으로 보장되겠지만 유권자들은 김이 빠질 것이다. 출마 자체가 본인에게 면이 서지 않고 지지자들에겐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에서 험지를 준비한 이들이 오히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종로다. 만약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한다면 황교안과 이낙연이라는 대권 주자의 맞대결이 총선 흥행을 보증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종로는 역대 대선 주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거쳐 간 곳이다. 정세균, 손학규, 오세훈 등 대권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이 종로에 들렀다.

그러나 종로 출마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약 한 달간 출마를 미뤘는데 뒤늦게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비효율적이지만, 다른 곳을 물색하려다가 억지로 끌어 내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것이다. 종로 출마를 두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대신 논의되는 곳이 바로 서울 용산, 양천갑 등이다. 모두 현역 의원은 민주당 의원(진영, 황희)이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보수정당 의원들이 많이 당선된 지역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에 출마할 경우 선거 판세를 이끌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유세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험지가 정말 맞느냐는 의문이 당 안팎에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각 지역의 여성 지역위원장인 황춘자, 김승희 위원장이 자리를 비워야 하므로 자유한국당 내의 몇 안 되는 여성 후보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부차적인 문제도 있다.

그렇다고 황 대표가 비례대표 후순위에 나가는 일도 쉽지 않다. 비례대표 후순위에 출마하여 당에 대한 지지를 이끄는 것은 과거 정치인들이 썼던 방법이다. 비례대표 명부에 유력 정치인을 후순위로 배치하여 전국에서 유세를 하도록 하고 다른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에 대한 당선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현재 황 대표에겐 어려운 선택이다. 자유한국당은 개정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에 따라 선거를 치르기 위해 미래한국당을 준비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미래한국당 대표가 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대표로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판에 미래한국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가 되어 자유한국당을 남에게 맡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황 대표로서는 어떤 선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 대표 개인에게는 차라리 작년 재보궐 선거에서 창원 성산 지역에 나가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수도권 출마에 대한 확답을 조금 늦게 하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

민주당 측은 느긋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대권 주자인 이낙연 총리는 종로에 출마한다는 정공법을 통해서 대선 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일부 후보들은 황교안 총리의 출마를 기다린다며 오히려 도발하고 있다.

험지 출마는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면서 당의 승리도 이끌기는 더욱 어렵다. 황 대표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태그:#황교안, #이낙연, #종로, #출마,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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