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Vs. 하루'. '12시간 29분 Vs. 18시간 15분'.
 
세계 테니스 팬들을 흥분시킬 오스트레일리아 오픈(AO) 남자 결승, 조코비치-팀의 경기가 2일 오후 늦은 시간 열린다. 조코비치와 팀은 각각 4강전에서 페더러와 8강전에서 나달을 꺾는 등 결승전 진출자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누가 이겨도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가 예상된다.
  
 조코비치 결승에서도 수비가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코비치 결승에서도 수비가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승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량이 아니라, 휴식시간과 경기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코비치는 이런 점에서 크게 유리하다. 팀이 4강전을 치르고 하루를 쉰 반면, 조코비치는 이틀을 쉬었기 때문이다. 또 결승진출까지 6차례의 총 경기 시간도 팀이 18시간 15분으로 조코비치의 12시간 29분보다 거의 1.5배 가량이나 많다.
 
물론 휴식시간과 경기시간이 승부의 모든 걸 말할 수는 없다. 만 26세의 팀은 32살인 조코비치보다 6살 젊다. 피로 회복에 걸리는 시간도 짧을 수 밖에 없다. 또 조코비치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하드 코드에서 현역 최강자로서 이겨야 '본전'인 경기로 쫓기는 입장이다.
 
반면 팀은 한참 상승세인데다, 특히 지난 1년 사이에 '주 종목'인 흙 코트를 뛰어 넘어 하드 코트에서도 강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드 코트에서 엄청난 기량 향상은 전문가들도, 상대인 조코비치, 또 팀 자신도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팀. 공격에서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팀. 공격에서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상대 전적에서는 조코비치가 6대 4로 유리하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최근 5차례 경기에서는 팀이 반대로 4승1패로 앞선다. 이 기간 하드 코트에서는 딱 한번, 그러니까 지난 연말 ATP 파이널스에서 맞대결을 벌였는데, 팀이 이겼다. 세트 스코어 2대1로 승리했는데, 6대7, 6대3, 7대6의 스코어라인이었다. 이번 결승에서 일방적 경기를 예상할 수 없는 단서다.
 
다만 결승전 전체의 경기 양상은 미리 그려볼 수 있다. 표현이 진부하지만, 창과 방패가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거센 공격은 팀이 주도하고, 환상적인 방어는 조코비치 쪽에서 나올 확률이 크다.
 
실제로 조코비치는 4강전과 8강전에서 상대인 페더러와 라오니치 보다 위너 숫자가 적었다. 페더러에게는 31대 46으로 밀렸고, 라오니치에게는 29대 48로 뒤쳐졌다. 하지만 범실이 적었다. 페더러에게는 18대 35로 앞섰고, 라오니치에게는 14대 48, 압도적으로 견고했다.
  
창이냐 방패냐... 승리의 관건은
 맞대결 전적으로 조코비치가 6대 4로 우세하다. 그러나 팀은 최근 5경에서는 4승1패로 우위를 지키고 있다.

맞대결 전적으로 조코비치가 6대 4로 우세하다. 그러나 팀은 최근 5경에서는 4승1패로 우위를 지키고 있다. ⓒ 김창엽

 
팀은 반면 공격이 돋보였다. 츠베레프와 4강전에서 위너 숫자는 42대 43으로 사실상 대등했다. 반면 범실은 33대 40으로 꽤 적었다. 이번 대회 지금까지 최고의 명승부로 지목되는 나달과 8강전 혈투에서는 위너 숫자 65대 49, 범실 49대 33으로 역시 공격이 단연 돋보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온 것이나 다름 없다. 십중팔구 이번 결승전에서도 위너 숫자는 팀이 많고, 범실은 조코비치가 적을 것이다. 결국 마진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조코비치는 범실에서 격차를 늘리고, 위너에서는 줄여야 한다. 팀은 반대로 이기려면, 범실을 줄이고, 위너는 현격하게 많아야 한다.

그랜드슬램은 5전 3선승제이다. 조코비치와 팀 어느 한쪽이 싹쓸이 승부를 낼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희박하다. 그렇다면 경기시간이 흐를수록 이른바 '공짜'(free) 포인트로 불리는 에이스나 서비스 점수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팬들로서는 아쉽게도 어느 쪽을 응원하든 서브에서 우열을 기대하기 힘들다.
 
테니스에서 서브는 상대 컨디션이 별 의미 없는 대표적인 기술 항목이다. 조코비치는 힘 빠지고 약간의 부상도 있었던 페더러와 4강전에서 첫서브 평균 속도 시속 193km, 둘째 서브 161km를 기록했다. 팀은 강서버 츠베레프를 상대로 한 4강전에서 첫서브 201km, 둘째 서브 157km를 기록했다.
 
서브도 한마디로 두 사람은 난형난제이다. 첫 서브는 팀이 앞서지만, 두 번째 서브는 조코비치가 좋다. AO 역사에 길이 남을 결승전이 유력한 이유를 꼽자면 한이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이 흥분하는 건 직관적으로, 또 '동물적으로' 이런 면모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테니스 AO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조코비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