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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4차 확진자가 발생했다. 불과 5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너희들처럼 역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26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민 의원은 "지금같은 느슨한 대응으로 이 역병이 국내에 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며 또 "정부는 우한의 교민들을 실어올 전세기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신중하라"고 적었다.

이렇듯 연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비판 중인 민 의원은 27일에도 "우한 폐렴 관리를 지금 같이 하면 슈퍼전파자란 오명을 그대로 돌려받고 사과할 각오를 하시라"며 메르스 사태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방역 대책을 비판했던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메르스 확산으로 전세계 감염자 1225명 중 국내에서만 18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할 당시의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초 중국인 여성 감염자의 입국일은 19일, 확진일은 20일이었다. 이후 두 번째 감염자는 22일 입국,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 번째 감염자는 20일 입국해 26일에, 네 번째 감염자는 20일 입국해,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이들은 모두 한국인 50대 남성이다. 감염 의심자의 경우 개인 상황에 따라 병원을 찾는 시점에 대한 본인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또 사회적 불안이나 공포 분위기도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26일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따라 주시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했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정부 방역 대책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7일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우한 거주 교민들에 대한 전세기 이송도 계획도 나왔다. 1차 감염 확진자가 나온 지 1주일 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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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금지 청원까지

정부가 조처를 내놓고 있지만 3, 4번째 감염자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적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방역이 뚫렸다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엔 충분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28일 낮 12시 현재까지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청원에 무려 52만 명이 서명했다. 23일 게시된 이후 5일 만이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수치라 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26일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민경욱 의원에 이어 28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만처럼 중국 여행객의 국내 입국 금지령과 추가 전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도 "우한 지역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입국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며 "과거 메르스 때 문 대통령이 있었던 당시 야당이 항상 했던 말이 '늑장 대응보다는 과도한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늑장 뒷북 대응으로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불안을 조장하거나 '중국인 혐오' 발언을 내보내는 언론도 있다. 28일 <지도에도 없는 샛길로 우한 탈출... 우리 차 뒤로 수십대가 따라왔다>는 제목의 중국 특파원의 '우한 탈출기'를 실어 소셜미디어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전날 한 방송사도 페이스북 계정 담당자가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과 관련된 기사를 소개하며 중국인 혐오 발언을 그대로 노출해 비판을 자초했다. 

신중론

정부는 신중하다. 27일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현 단계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벗어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공중 보건 위기 상황'에 따라 WHO가 여행이나 무역 제한을 (강제성 없는) 권고 할 수 있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등 세계적인 비상 상황에서도 WHO가 이런 권고를 내린 사례는 없었다. 같은 날 법무부도 "관계 부처 간 논의와 외교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중국 신장에 체류 중  JTBC에 중국 상황을 전한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조교수도 신중론을 펼쳤다.
 
"중국인의 입국 금지는 정말 최후의 수단일 수밖에 없다. 국제법, 정치, 외교,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WHO에서도 감염 방지로 권고하는 방법이 아니다. 밀입국시 경로를 파악할 수 없어 전염병이 번질 경우 더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최악을 대비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27일 남궁인 조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 중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체와 대처 방안까지 A부터 Z를 찬찬히 설명하며 국내 전염병 체계의 진일보를 강조한 남 조교수의 해당 글은 28일까지 1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남 교수는 이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공포가 사람들을 얼마나 격렬하게 비이성적으로 변화시키는지 너무 많이 보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공포심은 이미 많은 인류의 목숨을 살렸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말한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로도 매일 열 명이 죽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세 명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한 명이 중국인이고, 두 명은 한국인인데, 모두 우한에 직접 있었고, 아직은 다들 괜찮다. 이성적으로 최대한의 예방 조치를 취했다면 더 이상의 공포심을 갖는 것은 본인과 주변인을 괴롭게 할 뿐이다. 대신 사태를 잘 지켜보자. 
(남궁인 교수의 글 중에서)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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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다. 대책 없는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는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도리어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의 무능을 경험한 국민들의 성숙한 인식과 달라진 대응에 기대를 거는 것이 빨라 보인다.  

그 반대편에서 국민 생명이 달린 사태 앞에 공포심을 조장하며 정치적 공세를 취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감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는지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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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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