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의 전설들로 구성된 축구팀 '어쩌다FC'의 골키퍼 김동현은 <뭉쳐야 찬다>와 <도레미마켓>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동현은 업계 선배 서장훈이나 안정환처럼 이제 더 이상 '운동선수 출신'임을 강조하지 않아도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정도로 '전문 예능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동현의 유튜브 채널 매미킴TV 역시 30만이 넘는 구독자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격투팬들은 김동현이 예능에 전념하느라 정작 '본업'인 격투기에 소홀히 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동현은 UFC에서만 13승을 거두고 있는 '아시아의 전설'로 앞으로 2승만 더 보태면 이미 UFC를 떠난 오카미 유신을 제치고 아시아 최다승 파이터로 등극할 수 있다. 하지만 김동현은 2017년 6월 콜비 코빙턴전을 끝으로 2년 7개월째 옥타곤에 오르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경기를 치르지 않고 있는 김동현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김동현도 어느덧 불혹의 나이다. 더 이상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챔피언이 되기 위한 도전은 무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 캐롤라니아주 롤리의 PNC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66에서 나란히 패배의 쓴 맛을 본 전 챔피언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 하파엘 도스 안요스처럼 말이다.

복싱 일변도의 단순한 경기 스타일 간파 당한 전 챔피언

종합격투기는 말 그대로 복싱과 킥복싱, 태권도, 레슬링, 주짓수 등 인간의 신체로 할 수 있는 온갖 무술들을 사용해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다. 과거 종합격투기가 '이종격투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던 시절엔 자신의 베이스가 되는 종목을 통해 승부를 가리곤 했지만 최근엔 종합격투기가 하나의 종목으로 정착됐다. 따라서 한 가지만 잘하는 '반 쪽짜리 파이터'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직 복싱 만으로 UFC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오른 도스 산토스는 '돌연변이'같은 파이터다. 도스 산토스는 2008년 10월 UFC 데뷔 후 파브리시우 베우둠과 스테판 스트루브, 미르코 크로캅,길버트 아이블,가브리엘 곤자가를 모두 펀치 KO로 제압했다. 그리고 2011년11월 당시 '무적'으로 불리던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스마저 64초 만에 원펀치 KO로 쓰러트리며 UFC 헤비급을 평정했다.

도스 산토스는 케인과의 재대결과 세 번째 대결에서 나란히 패하며 예상보다 일찍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케인과 함께 UFC 헤비급을 양분하는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2라운드 KO로 무너진 도스 산토스는 2017년5월 스티페 미오치치와의 타이틀전에서 2분 22초 만에 KO로 패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선보이고 말았다.

미오치치전 패배 이후 약물 적발과 무죄 입증으로 1년 2개월의 공백을 가진 도스 산토스는 블라고이 이바노프와 타이 투이바사, 데릭 루이스를 차례로 꺾으며 다시금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작년 6월 자신의 6번째 타이틀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핵펀처' 프란시스 은가누와의 경기에서 71초 만에 KO로 패하고 말았다. 전성기였다면 최강 타격가들의 흥미로운 대결이었겠지만 2019년에 맞붙기에 은가누와 도스 산토스의 격차는 매우 컸다.

몇 차례 한계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헤비급 랭킹 4위에 올라있는 도스 산토스는 26일 랭킹 3위 커티스 블레이즈를 상대로 재기전을 치렀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도스 산토스는 1991년생 블레이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도스 산토스는 2라운드 1분 경 블레이즈의 펀치 연타에 휘청거렸고 이어진 니킥과 펀치를 견디지 못했다. 격투기 데뷔 후 첫 연패이자 2경기 연속 KO패를 당한 도스 산토스는 이제 타이틀 전선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말았다.

라이트급 지배했던 도스 안요스의 파워, 웰터급에선 안 통했다

코너 맥그리거와 다니엘 코미어, 조르주 생 피에르, 아만다 누네즈 등 두 체급을 석권한 챔피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체급을 오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도 페더급에서 7차 방어전까지 성공했던 전 챔피언 조지 알도가 밴텀급 데뷔전에서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라이트급에서 챔피언까지 올랐다가 웰터급에서도 잠정 타이틀까지 경험했던 도스 안요스는 두 체급에서 성공한 파이터 중 한 명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2008년부터 UFC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도스 안요스는 첫 8경기에서 4승 4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평범한 파이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찬성이 더스틴 포이리에를 꺾었던 2012년5월 대회에서 카말 샬러스를 서브미션을 제압한 도스 안요스는 그 경기를 시작으로 9경기에서 8승을 따내는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당시 도스 안요스를 제압한 선수는 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유일했다.

벤슨 헨더슨과 네이트 디아즈를 차례로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낸 도스 안요스는 2015년 3월 '쇼타임' 앤서니 페티스에게 무한전진과 레슬링 압박의 지독함을 가르치며 라이트급 타이틀을 따냈다. 도스 안요스는 도널드 세로니를 1라운드 KO로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했지만 2차 방어전에서 에디 알바레즈에게 뜻밖의 1라운드 KO패를 당하며 타이틀을 빼앗겼다. 도스 안요스는 2016년 11월 토니 퍼거슨에게 패하고 웰터급 전향을 선언했다.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린 도스 안요스는 타렉 사피딘과 닐 매그니, 로비 라울러를 차례로 꺾고 랭킹 3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챔피언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코빙턴과의 잠정 타이틀전에서 판정으로 패하며 웰터급 전향 후 첫 패배를 당했다. 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에게 판정으로 패한 도스 안요스는 케빈 리를 서브미션으로 꺾었지만 작년 7월 자메이카 출신 영국 파이터 리온 에드워즈에게 또 다시 판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근 4경기에서 3패를 당한 도스 안요스는 마이클 키에사와의 경기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라이트급 시절의 강력한 파워가 웰터급에서 통하지 않는 도스 안요스는 연승을 달리던 키에사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도스 안요스는 키에사의 3연승 제물이 되며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한 때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호령하던 '작은 거인' 도스 안요스도 이제 전성기를 지나 급격한 내리막길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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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166 주니어 도스 산토스 하파엘 도스 안요스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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